이유나 경제부 기자 |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밝은 척'하며 사는 것 같다. 요즘 정신건강의학과 대기 시간이 한 시간이 넘고 성형외과나 피부과보다 정신건강의학과가 돈을 더 잘 번다는 '카더라'는 통계로도 증명된다. 이번 달 발표된 '2022년 청년 삶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9세~34세 청년 10명 중 3명(33.9%)은 최근 1년 동안 신체적·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하며 무기력해지는 현상인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그 이유는 진로불안(37.6%), 업무과중(21.1%), 일에 대한 회의감(14.0%), 일과 삶의 불균형(12.4%)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6월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최근 5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을 봐도 2021년 우울증 환자 수가 2017년 대비 35.1% 증가했는데, 같은 기간 20대 우울증 환자는 127.1% 뛰었다. 불안장애 환자도 5년 새 32.3% 오름세를 보였으며, 같은 기간 20대 불안장애 환자는 86.8% 늘었다. 세종은 2021년 인구 1000명당 우울증 환자가 21.8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많았으며, 대전은 인구 1000명당 불안장애 환자가 23.0명으로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여성이 남성보다 우울증은 2.1배, 불안장애는 1.6배 더 많이 앓고 있었다.
그래서 더 많은 청년이 그냥 쉬었으면 좋겠다. 지난달 구직이나 취업준비를 하지 않고 '쉬었음'이라고 답한 청년 인구가 50만 명으로 최고치를 찍었음에도 말이다. 유치원 때부터 시작하는 사교육부터 '대학교에 가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거짓말에 속아 치르는 초중고 입시경쟁. 이제 성인이니까 밥벌이를 책임져야 한다는 부담감에 성과는 없어도 하는 여러 시도. 20대 이후의 삶도 힘들 것이다. 바쁘고 복잡한 현대사회를 살아내는 것만으로도 지치는 일이다.
청년이든, 중년이든, 장년이든, 유년이든, 내 주변 많은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푹 쉬었으면 좋겠다. 그동안 못 갔던 여행도 가고 맛있는 음식도 먹고 취미 생활도 하고 오랜만에 옛날 친구도 만나면서 재밌게 놀았으면 좋겠다. 너무 힘들어서 밖에 나갈 힘도 없고 침대에만 누워 있겠다고 해도 응원할 것이다. 충분히 겨울잠을 자면 누가 재촉하지 않아도 스스로 일어나 다시 자신의 길을 찾을 거라고 믿기 때문이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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