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즉신협 성추행 의혹 1년째 지지부진…신협 조직문화, 구조적 문제?

신협 개별 조합, 감독권있는 중앙회와 '독립'된 법인
피해자측 "가해자와 친분 있는 임원이 이사회 꿰차"

17일 대전시민들이 신협중앙회 앞에서 구즉신협 성추행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이유나 기자.

구즉신협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행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지 1년이 넘었지만, 문제 해결은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있다. 관리·감독 기관인 중앙회와 개별 조합이 독립된 법인으로 구성된 신협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20일 대전지방고용노동청과 구즉신협 관계자에 따르면 성추행 가해자로 지목된 구즉신협 임원 A씨는 지난해 5월 신협 중앙회가 내린 면직 통보에 부당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임원 A씨는 직원들의 2차 피해 호소에도 출근을 지속하고 있다. 성희롱과 달리 노동 법령에서 성추행 처벌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구즉신협 직장 내 성희롱 문제는 지난해 1월부터 불거졌으며, 이 과정에서 계약직 노조원 직원이 해고당하는 등 2차 가해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해 9월 고용노동부가 진행한 특별 감독에서 구즉신협은 폭언과 개인적 용무 지시 등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 체불임금 등이 확인됐다.

신협과 새마을 금고의 직장 내 괴롭힘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이 기획감독 조사 결과, 새마을금고 5곳과 신협 5곳에서 직장 내 성희롱, 비정규직 근로자 차별, 임금체불 등 67건의 노동관계법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근로감독과 함께 실시한 조직문화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 10명 중 2명(22.9%)이 직장 내 괴롭힘이나 성희롱을 직접 당하거나, 동료의 경험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일각에선 관리·감독 권한이 있는 중앙회와 개별 조합이 별도의 법인인 협동 조합의 구조적 문제라는 지적도 나온다.

구즉신협 피해자 측은 "구즉신협 이사회가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과 친한 사람들로 구성되며 신협 중앙회의 면직 통보에도 피해자들은 2차 가해에 방치되고 있다"며 "구즉신협에서 행정소송과 변호사 비용을 조합원 돈인 조합 자금으로 대는 등 자금 운용에도 문제가 있다"고 비판했다.

관리감독 기관인 중앙회가 뒷짐을 지고 있다는 비판에 대해 신협 중앙회 관계자는 "가해자로 지목된 임원이 면직에 대한 부당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법원의 판단이 나와야 중앙회 측에서 추가적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답했다. 구즉신협 측도 "아직 법원에서 결론이 나오지 않아 잘잘못을 따지긴 시기상조"라고 선을 그었다.
이유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