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
어제는 아빠를 따라서 차를 타고 30분쯤 갔을까, 도시를 벗어나 한적한 곳에 도착했다. 물론 출발 때부터 도착 할 때 까지 봄비가 차 앞 유리 와이퍼를 쉼 없이 움직이게 만들었다. 아빠의 흥얼거림에 나는 귀를 씻어 내야 할 지경이었지만, 정작 본인은 노래를 잘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고 세상 참 불공평한 것 같다. 그렇게 자기를 몰라도 한참을 몰라도 자기 멋에 잘 사는걸 보면 사람들은 모두 착각의 동물인 것 같다. 도착 하자마자 아빠 보다 연배가 있어 보이고 턱에는 수염이 덮수룩하게 나있는 키가 크신 분이 아빠를 반갑게 맞아 주셨다. 고양이 몇 마리도 나를 수줍게 쳐다보고는 이내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나중에 나의 출중한 외모와 유혹에 다시 나오기는 했지만 하하. 솔직하게 그 유혹 이라는 것이 돼지고기를 먹고 남은 고기 몇 첨의 향기라고 털어 놓는 것이 솔직한 나 바우 다운 것 같기는 하다.
보슬비를 맞으며 줄을 띄우고 삽으로 그 줄을 따라 파내려가는 아빠의 모습은 병원에서 수술할 때와 비슷한 모습을 연상시킨다. 그분이 아빠의 몸속에 살면서 일 할 때만 나와서 움직이는 것 같다. 나도 몸만 아프지 않았으면 아빠를 도와서 돌 몇 개라도 물어서 나를 수 있었는데, 지금 으로서는 차 안에서 그저 쳐다 볼 수밖에 없었다. 도랑을 만들더니 털보 아저씨가 소나무로 만들었다는 화단 담벼락을 줄을 따라 묻고 나니 근사한 화단이 만들어 졌다.
한 시간 남짓 일을 하고 안으로 들어와서 벽난로 안에서 타고 남은 참 숯에 돼지고기를 구워서 와인을 곁들여서 한 점씩 먹으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있었다. 봄이 오는 문턱에서 비를 맞으며 여흥을 즐기는 일요일을 만들어 뿌듯해하는 아빠와 함께 언덕을 내려오며 봄에는 봄비가 많이 와야 가뭄이 해갈 된다는 둥, 봄비가 오면 기온이 내려가서 꽃샘 추위가 온다는 둥 나이가 들어서인지 경험에서 나온 건지 혼자 중얼 거리는 소리를 들으며 아빠의 그림자를 따라 내려왔다.
비온 뒤 추워진다면 내일은 병원에서 이모님이 와서 '바우야' 하고 불러도 모른척하고 해떠서 따뜻해 질 때 까지 늦잠을 자야겠다. 이 밝은 귀를 막고 그리 할 수 있으려나? /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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