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생존을 넘어 지역상생을 위한 대학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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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생존을 넘어 지역상생을 위한 대학의 역할

원성수 공주대 총장

  • 승인 2023-03-21 17:40
  • 신문게재 2023-03-22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원성수 공주대 총장
원성수 공주대 총장
지방 인구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이유는 수도권 중심의 강한 인프라 환경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화돼 온 지방의 인프라 투자와 소비시장이 한 몫 한다고 볼 수 있다. 최근 들어 시장의 트렌드가 제조업에서 정보통신 및 디지털 산업으로 급변하면서 지역경제의 버팀목이었던 전통적 제조업의 쇠퇴는 지방의 일자리를 급감시키며 청년들을 수도권의 매력적인 기업으로 이동시켰기 때문이다. 산업화 시대의 고도성장 속에 한 때 인구의 폭발적인 증가와 함께 성장 해온 한국의 대학사회도 이러한 변화 속에 현재는 급격한 학령인구의 감소로 수도권에서 먼 지방 대학부터 그야말로 풍전등화의 신세가 됐다.

요즘 교육부는 지방소멸 위기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교육개혁의 일환으로 지역과 대학이 동반 성장할 수 있는 사업의 일환으로 새롭게 라이즈(RISE)와 글로컬대학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여기서 라이즈 사업이란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로서 지방자치단체가 지역발전과 연계해 지역혁신, 산학협력, 직업·평생교육에 중점을 두고 대학을 지원함으로써 지역발전의 생태계를 구축하려는 것이다. 그리고 글로컬대학 사업은 지역의 산업·사회와 연계한 특화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대학을 만들겠다는 목표로 2023년 10곳을 시작으로 2027년까지 비수도권대학 30곳을 글로컬대학으로 선정하여 5년간 1000억원을 지원하겠다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들 정책은 예상할 수 있듯이 지방의 모든 대학을 살리기 위한 것은 아니어서 지방의 소수 대학들에게 그 혜택이 주어질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지방의 소규모 대학들은 1차적으로 생존의 갈림길에 먼저 노출되며 혹독한 교육 빙하기의 초입에서 생존을 담보로 가히 혁명과 같은 혁신적인 구조개혁을 실시해야 하는 상황을 맞이하게 되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필자는 지방 대학의 생존을 지역 '강소기업'과의 연계에서 찾아야 한다고 본다. 지난 주 천안시청에서는 관내 12개 대학 총장들과 우수 중소기업들 간 의미 있는 만남의 시간을 가졌다. 지자체가 그 연결의 중심이 되어 대학과 기업이 상호 이해를 높이고 지역을 살리기 위한 시간은 참으로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동안 지역 기업과 청년들 간에 취업에 대한 미스매치가 커지며 상호 힘들었는데 요즘엔 대기업에 연연하지 않고 지역에 위치하면서도 잘 알려지지 않은 중소기업에 점차 관심을 두는 청년 구직자들이 늘고 있어 다행이다. 이참에 지방 대학들도 강소기업처럼 '강소대학'으로 변신할 수 있는 담대한 혁신적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특히 입학과 취업에 있어 대학의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바꿀 필요가 있다. 물론 그것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혁과 대학에 대한 자율성 보장이 우선적으로 필요할 것이다.



이를 위해 필자는 두 가지 키워드 즉 '입학 다양성과 전공 특성화'에 주목하여 대학의 입학과 졸업 시스템에 대한 혁신을 제안하고 싶다. 첫째, '입학자의 다양성 정책'이란 출신배경이 다양한 학생들에게 과감하게 대학 문호를 개방하자는 것이다. 즉 대학 입학 전까지 교육의 기회를 상대적으로 많이 받지 못했지만 교육에 대한 열정이 큰 수험생에게 나이, 출신, 국적을 뛰어넘어 대학의 문을 활짝 개방하자는 것이다. 둘째, '지방에 기반을 둔 맞춤식 전공 특성화' 정책이란 지역 특성에 맞는 틈새 유망직종을 발굴하여 지역 산업체와 연계된 특성화 전공을 개설하여 졸업과 함께 취업을 보장해주자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 저출산의 나비효과로 지방소멸에 이은 지방 대학의 붕괴는 예정된 현상일 수 있다. 그러나 영원히 지속되는 빙하기가 없는 것처럼 다시 따뜻한 간빙기 시대도 도래 할 것이다. 따라서 지방의 대학들도 암울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미봉책보다는 가히 혁명 같은 대학 시스템의 재편을 통해 체질을 개선하고 또 강화한다면 머지않아 희망의 빛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원성수 공주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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