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14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출처=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
충청권 4곳이 신규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돼 지역의 첨단산업 육성 기반을 마련했다는 평가지만, 정부와 대기업이 주가 된 300조 규모의 대규모 실투자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만큼 충청을 비롯한 지역과 수도권의 격차가 더욱 벌어질 수밖에 없어서다. 당장 올 상반기 발표가 예정된 산업통상자원부의 국가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공모에서도 지역이 수도권 들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앞서 정부는 대전과 충남 천안·홍성, 충북 청주 등 충청권 4곳을 포함한 전국 15곳을 신규 국가산업단지로 지정했다. 대전은 나노·반도체와 항공·우주, 천안은 미래 모빌리티, 홍성은 수소·미래차, 청주는 철도산업을 집중 육성할 계획이다. 생산 유발 효과는 조 단위, 고용 유발 효과도 만 명 이상으로 예상돼 충청발전의 터닝포인트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이번 산단 지정과 첨단산업 육성전략을 뜯어보면 결국 수도권 중심인 게 드러난다. 정부는 충청권 4곳 외에도 경기 용인 일대 710만㎡에 조성하는 산단을 세계 최대 규모 반도체 클러스터로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 규모만 300조에 달하며 삼성전자가 2042년까지 투자에 나선다. 전체 사업비 550조 가운데 절반이 넘는 300조가 수도권에 집중되는 반면에 나머지 지역은 통틀어 150조에 불과한 게 윤석열 정부 첨단산업 육성전략의 현실이다.
이미 수도권엔 화성, 평택, 용인, 이천 등에 기존 반도체산업이 뿌리를 내린 상황이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공장을 기반으로 산업이 구축된 상황에서 정부의 적극적인 뒷받침과 대기업의 대규모 투자는 수도권 쏠림을 가속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글로벌 첨단산업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기존 인프라가 구축된 수도권에 연구, 생산, 소재, 부품, 장비 등 반도체 분야를 집적시키겠다는 설명이지만, 애초 핵심 공약이자 국정과제로 내세웠던 '지방시대'에 역행하는 움직임이 틀림없다.
이장우 대전시장이 15일 시청 브리핑룸에서 나노·반도체 국가산업단지 후보지 최종 선정을 발표하며 조성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이성희 기자] |
그러나 수도권에 대규모 투자계획이 발표되면서 이미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졌다. 실제 수도권에서만 고양, 남양주, 화성, 용인, 이천, 평택, 안성 등 7곳이 기존 반도체 인프라를 강점으로 내세워 공모했다. 관련 대기업이 없는 대전이나 충북으로선 상대적으로 경쟁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화단지로 지정되더라도 수도권 중심의 첨단산업육성 기조에 지역은 들러리를 설 수밖에 없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물론 신규 산단 조성과 특화단지 지정은 별개 사업이라지만, 두고 볼 일이다.
충청권 지자체 관계자는 "신규 산단 지정이 침체된 지역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기회라는 건 틀림없다"면서도 "수도권에 집중되는 대규모 투자를 냉정히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역 안배와 균형발전보단 첨단산업 경쟁력을 높이는 게 우선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 자연히 인적·경제적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송익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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