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
이 말은 제35대 미국 대통령을 지낸 존 에프 케네디(John F. Kennedy) 대통령 취임사에 나오는 구절이다. 이를 알게 된 것은 옛날 공부했던 '성문종합영어'에서다. 우리 세대라면, 영어학습을 위해서라면 꼭 봐야 할 바이블 같은 것이 이 책이었다. 아마 2장의 장문 독해 연습에서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 그때에는 그저 멋진 말 정도로 알고 있었고, 이 말 속에 어떤 깊은 뜻이 있는지 몰랐다. 어린 시절에 뭘 알았겠는가.
세월이 흘러가면서 이 구절은 가끔 그리고 멋진 말이었다는 정도로만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요즈음 이 말 속에 담긴 깊은 뜻이 새삼스럽게 다가오는 것은 어찌 된 일인가. 비록 내가 태어나기 전의 일이긴 하지만, 미래의 재난을 걱정하며 열변을 토해내던 케네디의 음성이 들리는 듯하다.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은 국가를, 사회를 위해서 무엇을 얼마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얼마 전 구미 교육청에 특강을 하러 갔다가 시간이 나서 직원과 잠깐 담소를 나눈 적이 있었다. 우리 시대의 화제로 자리하고 있는 정년 연장에 관한 것이었다. "정년이 좀 늘어나면, 일할 시간이 늘고, 또 연금 등에서 좋은 조건을 유지할 수 있으니 좋겠습니다."라고 화두를 던졌다. 그랬더니 그분은 단 하루도 더 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매일같이 밀려드는 민원인들의 성화에 하루하루의 근무가 힘들고 경우에 따라서는 일 자체가 지옥처럼 느껴질 때가 한두 번이 아니라고 한다. 그러니 "여기서 뭘 기대하고 더 근무하겠는가"라는 자탄의 답변이 돌아왔다.
한때 철가방으로 불렸던 교사직도 예전 같지 않다고 하는 소리가 들린다. 교대 등의 입시가 미달사태에까지 이르고 있다고 한다. 신규 임용되는 교사 자리가 적으니 그럴 수도 있겠지만, 원인은 딴 데 있는 것처럼 보인다. 어느 학교에서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다는 기사가 있었다. 그런데 몇 학부모가 거기까지 따라왔는데 그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아이는 흑돼지를 못 먹으니 다른 음식을 마련하기 위해서 왔다'는 것이고, 다른 학부모는 '우리 아이는 잠자리가 바뀌면 잠을 못 자니 내가 함께 자려고 왔다'는 것이다. 교사들은 거의 매일 학생들의 항의라든가 이런 학부모의 민원에 시달리다 못해 때로는 신경쇠약에 걸릴 지경이라고 한다. 이러니 교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길까.
지금 한국의 출산율은 세계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라고 한다. 이대로 간다면 불과 백 년 안에 인구가 반으로 줄거나 민족이 소멸한다는 둥 이야기도 들린다. 이런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서 정부는, 지자체는 천문학적인 돈을 들여서 이를 막아보려 한다. 하지만 예산만 소모될 뿐 출산율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 출산율 저하가 이루어지는 원인에 대해서 여러 가지 이유가 제시되곤 한다. 집이 비싸 결혼을 못 한다는 둥, 양육비가 많이 든다는 둥, 아이를 키우기 위한 탁아시설,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등등의 이유다. 그렇다면, 우리 부모 세대는 그럴듯한 집이 있어서, 보육시설이 충분히 갖춰져 있어서, 넉넉한 교육비가 있어서 적게는 4명에서 많게는 10명 가까이 아이들을 낳았는가.
사회나 집단 등을 배려하지 못 하는 일은 이뿐만이 아니다. 이따금 폭설이나 홍수 등 기상이변이 있어서 비행기나 교통편이 원활하지 않은 때가 있다. 그런데 이런 기사 다음에 꼭 뒤따르는 말이 있다. '무슨 무슨 조치에 대해 분통을 터뜨렸다'는 말이다. 우리 사회는 무엇을 조금도 기다려주는 법이 없다. 오직 자기주장만이 있을 뿐이다.
기업이나 학교, 혹은 국가는 때로는 이유 없는 주장과 항의들로 시달리고 있다. 우리의 요구 혹은 이익만을 관철하면 그만이라는 이기주의 탓이다. 보다 건강한 사회를 위해 '조국을 위해 먼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묻자'는 케네디의 말을 다시 한번 환기할 때가 되었다.
송기한 대전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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