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꽃 피는 봄에 나는 왜 피곤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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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칼럼] 꽃 피는 봄에 나는 왜 피곤할까?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 승인 2023-03-16 17:39
  • 신문게재 2023-03-1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이영섭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벌써 봄이 왔다. 날씨는 아직 추웠다 따뜻해졌다 하지만 어느새 길가에 목련꽃들이 조금씩 피어나는 모습을 보면 어느새 겨울이 가고 봄이 오기는 한 것 같다. 그런데 식물들은 이렇게 생기가 피어나는데 내 몸은 오히려 무겁고 피곤하다.

봄철에 나타나는 이러한 피로에는 흔히 주간졸림, 식욕부진, 소화불량 등이 동반되는데 이를 춘곤증이라고 한다. 춘곤증의 원인은 명확하게 밝혀져 있지는 않지만 보통 계절에 따른 온도와 습도의 변화 그리고 업무환경의 변화로 인한 신체의 적응 과정에서 나타나는 반응으로 여겨지고 있으며, 대부분 질환이라기보다는 생리적 피로감이라고 할 수 있다.

춘곤증은 일반적으로 크게 왕성해진 신진대사를 도와주는 방법과 변화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를 해소해주는 방법으로 관리할 수 있다. 먼저, 신진대사가 활발해지면서 신체에서 필요로 하는 영양분과 비타민도 증가하기 때문에 과일과 채소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좋다. 특히 농촌진흥청에서는 봄나물 중 쑥(애엽), 땅두릅(독활), 미나리(수근), 달래(해백) 등을 춘곤증에 좋은 나물이자 약재로 소개한 바 있다. 다음으로 학교나 직장의 변화한 환경에 의한 정신적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휴식을 취하는 것보다 가벼운 운동을 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다만, 너무 심한 운동은 오히려 피로를 증가시키고 불면을 유도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변화한 환경에 의한 스트레스는 일주기 리듬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규칙적인 수면 패턴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낮에 피곤을 해소하기 위해 잠깐 눈을 붙이는 것은 도움이 되지만 너무 많이 잠을 자게 되면 오히려 야간에 잠이 오지 않아서 결과적으로 피로가 더 심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외에 봄에는 건조하고 바람이 많아서 신체의 수분이 쉽게 부족해지므로 수분을 충분히 보충하는 것도 피로와 면역력 개선에 효과적이다.

한의학에서는 춘곤증을 주로 봄에 갑작스럽게 활동량이 증가하면서 기운이 많이 소모되어 나타나는 기허증으로 진단하고 부족한 기운을 보충해주거나 소화 기능을 도와 부족한 기와 혈의 균형을 맞추는 방법으로 치료한다. 이때 주로 사용되는 처방으로는 보중익기탕, 삼출건비탕, 생맥산 등이 있는데 모두 기를 보해주는 대표적인 한약재인 인삼을 중심으로, 환자의 상태에 따라 위장기능(중초)을 도와주거나, 기운이 막힌 것(기체)을 풀어주거나, 인체의 수분과 진액을 더해주는(생진) 약재들을 배합한 처방들이다. 따라서 이러한 처방을 복용할 때는 한의사와 상담을 통해 본인에게 가장 잘 맞는 처방을 선택하는 것이 효과적이고 부작용도 없다.



집에서 가볍게 한방차(약차)를 마시는 방법도 있다. 인삼은 성질이 따뜻하고 원기를 크게 보하며 진액을 생성시켜주며, 특히 인삼의 사포닌 성분은 말초의 혈액순환을 촉진하고 면역력을 높여주기 때문에 봄철 춘곤증 회복에 도움을 준다. 반면에 오미자는 비타민 A와 C가 풍부하여 주간졸림을 개선하고 중추신경을 각성하여 춘곤증으로 인한 무력감 해소에 도움이 된다. 또한 위에 언급한 봄나물 중 쑥(애엽)은 비타민 A, B1, B2, C와 단백질, 칼슘, 철분, 인 등의 다양한 영양소가 풍부하여 혈액순환과 피로회복을 개선하는 효과가 있다. 냉이의 경우에는 소화 기능을 돕고 중추신경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어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이 된다.

다만, 춘곤증은 대부분 생리적 피로감에 해당하지만, 기저질환으로 인해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는 때도 있다. 피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고 휴식으로도 회복이 되지 않는다면 만성피로증후군일 가능성이 있다. 주간졸림이 극심하고 갑작스러운 수면(수면발작)을 동반한다면 기면증일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피로가 1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1개월 안에 체중이 10% 이상 감소하거나, 밤에 식은땀이 많이 날 때는 병원 또는 한의원을 방문하여 전문가와 상담이 필요하다. 이영섭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약데이터부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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