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노벨상 위원회는 아마르티아 센 교수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면서 "경제학과 철학의 도구들을 활용하여 핵심적 경제문제에 관한 논의에 '윤리적' 고리를 복원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경제 발전이란 본질적으로 '자유의 확산'이라고 규정했고, 기존의 '발전이 자유에 반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아마르티아 센 교수를 좌파 성향의 학자라고 했지만, 개인의 자유를 근본적인 가치로 상정하면서 시장의 자유를 옹호했습니다. 따라서 센 교수는 평등을 지향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의 자유를 철저히 옹호한 진보적 자유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시장을 반대하는 진보는 진정한 진보가 아니라, 사실은 특권적 자본가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했지요. 저도 자유의 확장이란 사람들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시장의 역기능을 지적했습니다. 빈곤으로 인해 건강, 교육과 최소한의 자본도 결여된 경우나, 사회적 차별로 인해 경제적 기회가 박탈되면 시장의 자유는 무의미하다고 했지요.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윤리적 성찰을 소홀히 않는 것이지요.
센 교수가 얘기하는 발전도 사회과학의 일반론과 유사합니다. GNP의 성장, 개인소득의 증대, 기술적 진보, 그리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동일시하는 것인데, 이것은 실질적 자유의 확장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유가 발전의 원인인가 아니면 결과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발전은 '부자유'의 주요 원인인 가난, 독재, 그리고 사회적 박탈 등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센은 경제 발전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향유하게 된다는, 즉 개인의 자유를 발전의 결과로 보는 것은 기계적인 관점이라고 했고, 개인의 자유는 경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인에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유로서의 발전'을 논의하면서, 한국의 경험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상당한 정도의 자유의 억압 속에서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입니다. 센의 저서에서 한국 사례에 대한 언급은 아주 미미하고, 피상적 분석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센은 한국 같은 권위주의적 정부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전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야당의 지속적인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권위주의적 정부는 야당이 항의를 감소시키려는 조치로 일부 야당의 의견을 수용했고, 여기에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도 있었으므로 일부 자유화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지요. 센의 이러한 논의는 일부 타당성이 있으나 허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독재 권력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한국은 자유의 확장 과정(민주화)과 경제 발전(산업화) 과정이 충돌과 타협을 교차하면서 진행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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