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⑪] 자유와 발전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⑪] 자유와 발전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3-16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자유는 인간의 첫 번째 가치로 가장 소중합니다. '사피엔스'의 저자 유발 하라리는 "모든 권위는 궁극적으로 인간 개인의 자유의지에서 나오며, 그것은 각 개인의 감정과 욕망, 선택으로 표현된다"고 주장합니다. 또한 자유는 정치에서의 자유, 경제에서의 자유, 개인의 자유로 구분할 수 있는데, 오늘은 자유를 '발전'과 연관시켜 살펴보고자 합니다. 그런데 '자유로서의 발전'을 논의하기 위해서는 하버드대 아마르티아 센 교수를 호출할 수밖에 없습니다. 아시아인(인도 태생) 최초로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경제학의 양심'이라고 평가받는 학자로서, 그의 이념 성향은 좌파·진보이지만, 민주주의 신념과 자유주의적 취향을 평생 유지하고 있습니다.

노벨상 위원회는 아마르티아 센 교수에게 노벨상을 수여하면서 "경제학과 철학의 도구들을 활용하여 핵심적 경제문제에 관한 논의에 '윤리적' 고리를 복원하였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아마르티아 센 교수는 경제 발전이란 본질적으로 '자유의 확산'이라고 규정했고, 기존의 '발전이 자유에 반한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아마르티아 센 교수를 좌파 성향의 학자라고 했지만, 개인의 자유를 근본적인 가치로 상정하면서 시장의 자유를 옹호했습니다. 따라서 센 교수는 평등을 지향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의 자유를 철저히 옹호한 진보적 자유주의자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는 시장을 반대하는 진보는 진정한 진보가 아니라, 사실은 특권적 자본가의 편에 서는 것이라고까지 주장했지요. 저도 자유의 확장이란 사람들의 역량을 증대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이것이 바로 경제 발전의 토대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는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시장의 역기능을 지적했습니다. 빈곤으로 인해 건강, 교육과 최소한의 자본도 결여된 경우나, 사회적 차별로 인해 경제적 기회가 박탈되면 시장의 자유는 무의미하다고 했지요. 시장의 자유를 옹호하면서도 윤리적 성찰을 소홀히 않는 것이지요.



센 교수가 얘기하는 발전도 사회과학의 일반론과 유사합니다. GNP의 성장, 개인소득의 증대, 기술적 진보, 그리고 산업화와 근대화를 동일시하는 것인데, 이것은 실질적 자유의 확장으로 가능하다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자유가 발전의 원인인가 아니면 결과인가 하는 의문이 생깁니다. 결과적으로 발전은 '부자유'의 주요 원인인 가난, 독재, 그리고 사회적 박탈 등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센은 경제 발전 때문에 개인의 자유를 향유하게 된다는, 즉 개인의 자유를 발전의 결과로 보는 것은 기계적인 관점이라고 했고, 개인의 자유는 경제 발전을 가능케 하는 원인에 가깝다고 주장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는 '자유로서의 발전'을 논의하면서, 한국의 경험을 살펴보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국은 상당한 정도의 자유의 억압 속에서 산업화를 이룩한 나라입니다. 센의 저서에서 한국 사례에 대한 언급은 아주 미미하고, 피상적 분석에 머물렀다는 인상을 주고 있습니다. 센은 한국 같은 권위주의적 정부가 민주주의를 회복하기 전에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야당의 지속적인 활동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는 것입니다. 권위주의적 정부는 야당이 항의를 감소시키려는 조치로 일부 야당의 의견을 수용했고, 여기에 언론의 지속적인 감시도 있었으므로 일부 자유화 조치가 이뤄졌다는 것이지요. 센의 이러한 논의는 일부 타당성이 있으나 허점도 있습니다. 따라서 산업화와 민주화 그리고 독재 권력 사이의 관계는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입니다. 한국은 자유의 확장 과정(민주화)과 경제 발전(산업화) 과정이 충돌과 타협을 교차하면서 진행된 것 같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신탄진동 고깃집에서 화재… 인명피해 없어(영상포함)
  2. 대전 재개발조합서 뇌물혐의 조합장과 시공사 임원 구속
  3. [사설] '폭행 사건' 계기 교정시설 전반 살펴야
  4. 금산 무예인들, '2024 인삼의 날' 태권도와 함께 세계로!
  5. 학하초 확장이전 설계마치고 착공 왜 못하나… 대전시-교육청-시행자 간 이견
  1. 화제의 대전 한국사 만점 택시… "역경에 굴하지 말고 도전했으면"
  2.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3. 대전용산초 교사 사망사건 가해 학부모 검찰 기소… 유족 "죄 물을 수 있어 다행"
  4. [국감자료] 교원·교육직 공무원 성비위 징계 잇달아… 충남교육청 징계건수 전국 3위
  5. [사설] CCU 사업, 보령·서산이 견인할 수 있다

헤드라인 뉴스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119복합타운’ 청양에 준공… 충청 소방거점 역할 기대감

충청권 소방 거점 역할을 하게 될 '119복합타운'이 본격 가동을 시작한다. 충남소방본부는 24일 김태흠 지사와 김돈곤 청양군수, 주민 등 9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119복합타운 준공식을 개최했다. 119복합타운은 도 소방본부 산하 소방 기관 이전 및 시설 보강 필요성과 집중화를 통한 시너지를 위해 도비 582억 원 등 총 810억 원을 투입해 건립했다. 위치는 청양군 비봉면 록평리 일원이며, 부지 면적은 38만 8789㎡이다. 건축물은 화재·구조·구급 훈련센터, 생활관 등 10개, 시설물은 3개로, 연면적은 1만 7042㎡이다..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 사립대 총장 성추행 의혹에 노조 사퇴 촉구…대학 측 "사실 무근"

대전의 한 사립대학 총장이 여교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이 불거져 경찰이 수사에 나선 가운데, 대학노조가 총장과 이사장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학 측은 성추행은 사실무근이라며 피해 교수 주장에 신빙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전국교수노동조합 A 대학 지회는 24일 학내에서 대학 총장 B 씨의 성추행을 고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성추행 피해를 주장하는 여교수 C 씨도 함께 현장에 나왔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C 씨는 노조원의 말을 빌려 당시 피해 상황을 설명했다. C 씨와 노조에 따르면, 비정년 트랙 신임 여교수인 C 씨는..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르포] 전국 최초 20대 자율방범대 위촉… 첫 순찰 현장을 따라가보니

"20대 신규 대원들 환영합니다." 23일 오후 5시 대전병무청 2층. 전국 최초 20대 위주의 자율방범대가 출범하는 위촉식 현장을 찾았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마을을 지키기 위해 자원한 신입 대원들을 애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첫인사를 건넸다. 첫 순찰을 앞둔 신입 대원들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고, 맞은 편에는 오랜만에 젊은 대원을 맞이해 조금은 어색해하는 듯한 문화1동 자율방범대원들도 자리하고 있었다. 김태민 서대전지구대장은 위촉식 축사를 통해 "주민 참여 치안의 중심지라 할 수 있는 자율방범대는 시민들이 안전을 체감하도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장애인 구직 행렬 장애인 구직 행렬

  •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내일은 독도의 날…‘자랑스런 우리 땅’

  •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놀면서 배우는 건강체험

  •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 서리 내린다는 상강(霜降) 추위…내일 아침 올가을 ‘최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