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
다소 서두가 긴 말문을 여는 것은 지난 주에 치룬 국민의힘 대표 및 최고위원 경선에 충청지역 정치인 가운데 한 사람도 도전하지 않은 데에 대해 언뜻 스치는 생각 때문이다. 대표 후보 4명, 최고위원 후보 8명, 청년최고위원 후보 4명으로 이처럼 많은 도전자 중에 지역 정치인이 한 명도 없었던 것이 아쉬움을 넘어 실망스럽다. 아마 컷오프 전에도 도전한 이는 없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충청 출신이나 연고가 있는 정치인이 있었지만, 지역 소속 정치인이 아니기 때문에 논외하는 것이 자연스럽다. 이 같은 사정은 작년 8월에 치렀던 더불어민주당 경선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표 후보 3명, 최고위원 후보 8명이 경합했는데, 연부역강한 한 정치인이 지역의 자존심을 내세우는듯이 최고위원이 아닌 대표에 도전해 기염을 토하는 듯했지만, 중도에 사퇴하는 바람에 적지 않은 실망감을 준 적이 있었다.
지역 정치인이 정당의 권력, 즉 당권에 도전하는 문제는 정치인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지역 발전과 이익에 직결되는 사안이기 때문에 남일처럼 볼 수는 없다. 전국구인 비례대표를 제외한 지역구 국회의원과 그에 준하는 원외 지역위원장은 국가예산을 심의하거나 국가정책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지역의 이익을 많이 반영하기 위해 나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이 점에서 지역 정치인은 충남의 아들이니, 충북의 사위이니 등과 같이 지역감정을 불러내는 비합리적 지역주의가 아닌 지역 간의 균형발전을 도모하는 합리적 지역주의를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당은 바로 이 같은 역할을 하는 정치인들을 통솔하고 있기 때문에, 그 통솔권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지역의 이익 반영도가 달라질 수 있다. 이렇기 때문에 정당 지도부에 지역 정치인이 들어갔느냐 아니냐 하는 문제는 지역발전에 있어서 중요한 요인이다.
현재 충청 지역구 국회의원은 대전 7명, 세종 2명, 충남 11명, 충북 8명 등 총 28명으로 전체 지역구 의원 253명 중 11%를 차지하고 있다. 소속 정당은 국민의 힘 10명, 더불어민주당 17명, 무소속 1명이고, 의원 선수(選數)는 초선 10명, 재선 5명, 3선 6명, 4선 2명, 5선 4명, 6선 1명이며, 연령대는 30대 1명, 40대 1명, 50대 11명, 60대 11명, 70대 4명이다. 그리고 여성은 전국의 지역구 의원이 29명인데 반해, 충청은 한 명도 없다. 3선 이상이 46.4%이고 60대 이상이 53.5%로, 연륜이 높지만 연령이 많은 편이다. 문제는 정당 지도자를 역임한 의원들이 너무 적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원내대표를 맡은 의원은 2명이고, 경선 최고위원을 맡은 의원은 3명 뿐이다. 이는 과거 대표가 몇 명 있었던 것에 비하면 너무나 초라한 모습이다.
이 같은 지역 정치인의 역량 문제는 근본적으로 유권자인 지역민들의 선택에서 연유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는 지역 정치인들이 각종 도전을 두려워해 평의원에 안주하고, 의원 선수에 따라 국회의장단에 들어가려는 것을 정치적 성취로 삼는 본말전도된 사고와 무사안일한 행태에서 기인한다. 물론 직업으로서 정치를 하는 이들에게 도전해보라고 채근하는 것이 자칫 잘못하면 다음 총선에서 낙천되거나 낙선될 수 있는 빌미를 줄 수 있다. 그렇지만 다음 기회에 반드시 도전하겠다는 의지와 자세를 지역민들에게 보여준다면, 오히려 내년 총선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치열한 도전을 하다보면, 정치에 입문할 때 지녔던 숭고한 초심이나 정치인으로서의 큰 꿈을 이룰 수 있는 지평이 넓어질 것이다.
외람되지만, 필자는 좋은 정치인이냐 아니냐의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 중에 그가 큰 꿈을 꾸고 있느냐 아니냐라는 기준을 첫 번째로 본다. 꿈을 꾸는 자는 자신에게 걸 맞는 포부와 비전을 지닌다. 이렇기 때문에 정치인은 꿈이 클수록 좋은 것이다. 유재일 사회공헌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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