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승표 |
파주시 부시장으로 일할 때, 시 공무원을 정부에 파견했습니다. 파주시는 2010년 정부의 옥외광고물 평가에서 전국최우수 기관으로 선정돼 대통령기관표창을 받았지요. 2006년, 2008년에 이어 3번째 대통령기관표창을 받은 것입니다. 파주시는 전국에서 가장 깨끗한 도시로 유명해졌고 선진견학을 오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지요. 이런 전통은 계속돼 2020년에도 대통령기관표창을 받았을 정도입니다. 불법광고물 근절을 위해 전담부서와 옥외광고물 관리조례를 만들었지요. 특히 전국최초로 드론을 활용한 옥외광고물 안전점검사례는 호평을 받고 있지요. 365일 불법광고물을 단속과 정비, '간판이 아름다운 거리', '간판문화학교'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전국최초로 드론을 활용한 옥외광고물 안전점검사례는 호평을 받고 있지요.
파주시는 공동현수막 게시대외에 게시된 현수막은 가차 없이 철거했습니다. 2009년 여름 김대중 대통령이 서거(逝去)때도 다른 지자체와 달리 전철역에 마련된 합동분향소와 관공서 등을 제외하곤 추모현수막을 게시하지 못하게 했지요. 정당관계자와 정치인 항의가 빗발쳤습니다. 그래도 시장은 흔들리지 않고 단호했지요. 'TV나 언론에서 조문상황을 포함한 추모특집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하는데 굳이 현수막을 내걸 필요가 없다'는 게 이유였습니다. 파주는 공동현수막 게시대외엔 그 어느 곳에서도 현수막을 찾아볼 수 없었지요. 그러다보니 고양, 연천, 포천 등 시계(市界)에 파주업소를 홍보하는 현수막이 내걸리는 웃지 못 할 상황이 벌어졌습니다.
최근 들어 거리에 수없이 내걸린 현수막들로 혼란스럽다는 하소연이 늘고 있지요.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교차로에는 현수막이 서로 엉켜 볼썽사납습니다. 지정된 공동현수막 게시대가 아닌, 나무나 가로등 지주 등에 무분별하게 내건 현수막이 즐비하지요. 현수막 때문에 가게 간판이나 교통 이정표가 보이지 않고 횡단보도 신호등의 시야를 가려 보행자와 차량 등의 안전사고도 우려됩니다. 주범은 바로 거리를 점령한 '정치 현수막' 이지요. 우후죽순 내걸린 정치 현수막은 정당과 지역 국회의원, 당원협의회장 이름도 있습니다. 그런데 정책보다 상대방을 비방·폄훼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라 즉각 철거하면 좋겠다는 시민원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정치 현수막이 난무하는 건,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 개정으로 정당 정책이나 정치현안에 대한 현수막은 지자체의 별도 허가나 신고 없이 15일간 게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난립한 정치 현수막 민원이 자치단체로 쏟아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시대에 꼭 현수막으로 정당 홍보를 해야 하는 건 아니지요. 정책을 알리고 정당을 홍보하기보다 정치적인 '혐오현수막'이 많아 더욱 그러합니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도 부정적이지요. "장사도 안 되는데 현수막이 간판을 가려 화가 난다"는 상인, "현수막 내용이 저질스러워 아이들 보기 부끄럽다"는 학부모, "정치후원금 거둬 쓰레기 같은 현수막을 내거는 데 써야 하냐?"는 등 일반 시민들의 시선은 싸늘합니다.
도시 미관을 해쳐 흉물스럽고, 상대를 욕하는 내용이 불쾌하고, 민생은 외면한 채 정쟁만 일삼으며 '그들만의 정치'에 빠져 있는 정치인들이 비난을 넘어 혐오감을 부추기고 있지요. 인천에서는 전동킥보드를 타던 한 여대생이 정당 현수막 끈에 목이 걸려 넘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현수막 끈이 성인 목 높이로 낮게 설치돼 있었는데, 밤이라 끈을 보지 못한 것이지요. 그 후, 인천의 한 국회의원은 지역구에 걸었던 현수막을 스스로 철거했습니다. 도시미관 저해와 영업 피해 등 시민 불편을 끼치는 이 법의 개정이 필요한 이유지요. 정치인이라고 우월한 지위를 이용해 그들만의 법을 만들고 특혜를 받는 건 있을 수도 없고 있어서도 안 될 일입니다.
홍승표/수필가, 전 경기도관광공사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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