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희동 기상청장 |
'2022년 기후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의 연 강수량은 1,150.4mm로 평년 대비 86.7%로였고, 1월부터 5월까지의 강수량은 160.9mm로 관측 이래 두 번째로 적었다. 대전·세종·충남지역은 작년 1월부터 8월 초까지 가뭄이 이어지다가 8월 초 강수가 집중되면서 가뭄이 해소됐다. 반면, 광주·전남지역은 작년부터 평년보다 적은 강수량을 보이면서 가뭄이 계속된다.
올해는 작년부터 이어진 남부지방의 가뭄과 함께 봄철 대기가 건조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산불 발생에 대한 위험도가 더 높아졌다. 기상청은 대기가 건조한 정도에 따라 건조특보(건조주의보, 건조경보)를 발표하여 산불에 대비하도록 하고 있다. 건조주의보는 실효습도 35% 이하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건조경보는 실효습도 25% 이하가 2일 이상 계속될 것이 예상될 때 발표한다. 여기서 실효습도는 수일 전부터의 상대습도와 경과 시간에 따른 가중치를 적용하여 산출한 습도이며, 목재의 건조 정도나 화재 발생 위험도를 판단하는 지표가 된다. 실효습도가 50% 이하가 되면 큰 화재로 번질 위험성이 높으므로 화재가 발생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023년도 충청남도 산불방지 종합대책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충남지역에는 309건의 산불이 발생했고, 특히 봄철에 집중적으로 발생하여 전체의 54%를 차지했다. 전국적으로도 작년 한 해 동안 총 740건의 산불이 발생했는데, 이는 최근 10년 평균보다 38% 이상 증가한 것이고, 피해 면적 또한 24,782ha로 최근 10년보다 약 7배 증가하였다. 특히, 우리나라는 산이 많은 지형적 특징을 갖고 있으며, 산불에 취약한 침엽수의 비율이 높아 건조한 계절에는 작은 불씨로도 대형 산불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
최근 산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만의 상황은 아니며, 전 세계적인 현상이다. 최근의 산불 규모 및 빈도 증가 추세는 지구온난화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2021년 발간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제6차 평가보고서 제1 실무그룹 보고서에 따르면 지구온난화 강도가 강해질수록 많은 지역에서 복합 재해 현상이 발생할 확률이 커지고, 특히 폭염과 가뭄의 동시 발생이 더욱 빈번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지역적으로 평균 강수량이 감소하고 건조기후가 증가하여 산불의 취약지역이 확대될 것이라고 하였다.
전문가들은 극한 기후 및 기상 현상의 빈도와 강도 증가, 즉 기후변화로 인해 산불피해 면적이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지구 온도가 높아질수록 산불 발생이 잦아지고 지속시간도 늘어나 피해가 커지며, 대형 산불로 인해 초목이 사라지면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풀과 나무가 없어지게 된다. 대신 산불 때문에 이산화탄소를 포함한 온실가스가 대량으로 발생하여 지구온난화가 가속화하며 악순환이 반복된다는 것이다.
최근 봄철의 강수일수는 평년 대비 감소하는 추세이며, 기상청은 올해 4월까지 강수량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적고 건조한 날씨가 지속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리고 장기간 이어지던 코로나19의 방역 관리 대책이 완화되면서 산행 인구가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봄철 등산객의 사소한 부주의가 대형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개인의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키고 아름다운 지구를 보전하기 위해 산불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고 산불 예방수칙을 지키는 등 개개인의 노력이 필요하다. 이제는 산불 예방을 표면적으로 바라보았던 과거의 관점에서 나아가, 지구온난화 예방이라는 관점에서 절실히 생각하고 실천해 나가야 할 때이다./ 유희동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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