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대전부청사 건물, 1994년에는 대전상공회의소 건물로 사용됐다. 출처=씨엔유건축사무소 DB |
최근 2년간 건물 소유주의 개인사업을 막아왔지만, 대전시가 지금까지도 문화유산 보존을 위한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업 시행이 불가능하면서 건물 소유주가 경제적 피해를 호소하는 만큼, 대전시의 조속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13일까지 취재결과, 올해 2월 옛 대전부청사 건물을 두고 대전시 건축심의위원회가 열렸다. 건축심의위는 옛 대전부청사 건물의 역사적 가치를 고려해 소유주에게 건축물 보존 방안 마련을 통보하고 재심의를 결정했다. 지난해 대전시의 옛 대전부청사 건물 보존가치에 대한 용역 결과를 받아들인 것이다.
이에 따라 철거 위기였던 부청사 활용방안은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건축심의위 결정에 따라 중구청에 접수된 건물 해체 심의도 보류된 상황이다. 대전시 역시 건물 보존을 위한 골든타임을 확보하게 된 셈이다.
문제는 대전시의 미온적인 태도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시는 여전히 보존 방안을 검토 중이다. 대전시 관계자는 "원형보존으로 갔으면 하는 입장이지만, 어려울 경우 부분보존이나 이축 등 다방면으로 검토 중"이라며 "올해 안으로는 소유주와 협의해 해결하려 한다"고 했다.
대전시가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시간을 끄는 사이 소유주는 경제적 손해만 늘고 있다.
소유주 측에 따르면, 재작년부터 주거용 오피스텔 건립을 위한 인허가를 위해 수차례 대전시에 건축심의 요청을 보냈으나 대전시에서 건물 보존을 위해 미뤄온 바 있다. 시는 그동안 건물 매입의사를 밝혀왔으나 매입비 부담에 잠정 보류해왔다.
건축 소유주 A사 관계자는 "계획대로만 됐으면 2021년에 벌써 오피스텔 분양까지 마쳤을 것"이라며 "최근 부동산 경기가 나빠져 골든타임도 놓쳤을뿐더러 금리까지 높아져 이자만 매월 1억씩 나가 부담이 커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분보존의 경우 건축비가 더 많이 든다"며 "대전시에 인허가만 막지 말고 확실하게 신뢰할 수 있는 무언가를 제시했으면 좋겠다고 말씀드렸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에서도 옛 대전부청사 건물을 두고 피로감이 깊어지고 있다. 민간에서 옛 동양척식(주) 건물을 활용해 복합문화공간으로 재탄생시켰지만, 공공에서는 여전히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연내에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지역 문화계의 한 인사는 "서울 시립미술관의 경우 기존의 옛 대법원 건물의 파사드 부분을 보존하고 나머지는 신축하는 방식으로 건물을 부분 보존했다"며 "다만 부분보존의 경우 일반적인 건축비보다 비용이 더 많이 들어 사업시행자의 결단이 필요하다. 소유주가 시와 지역민들을 위한 배려 차원에서 추진해주면 좋겠지만, 시가 건물 소유주에 인센티브를 주지 않은 이상 쉽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정바름 기자 niya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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