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만 원장. |
다리를 잘 못 쓰는 바람에 2층으로 올라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점심시간이 다가올수록 위층 식당에서 흘러 내려오는 음식 냄새는 나를 그곳으로 모험을 떠나게 하는 유혹에 빠지기 충분하다. 앞다리에 힘을 충분히 주고 에베레스트산을 오르는 모험가처럼 기어서 계단을 오르면 CT와 MRI실에서 들려오는 기계음에 주눅이 든다.
몇 달 전에 아빠는 새로운 MRI를 도입했다면서 내가 잠든 사이 내 허리 안 좋은 것을 다시 확인했다. 검사결과는 여전히 지금 먹고 있는 약을 열심히 먹어야 한다는 결론이었다. 다만, 나한테는 MRI와 CT가 별로 좋지 않은 두려움의 존재임에는 틀림이 없다. 좌측으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널찍한 공간은 병원 선생님들의 핵심 브레인을 만들어주는 세미나실이다. 나는 개로 태어난 게 복인 것 같다. 우측으로 돌아서 바로 보이는 것이 아빠의 방! 아빠가 있어서 든든하기는 하지만 사실 그곳을 지나 항상 좋은 냄새를 풍기는 요술 램프가 들어있는 식당이 나한테는 가장 좋아하고 사랑하고 오래 간직하고 싶은 공간이다. 하지만 이것 또한 그림의 떡이다. 이상한 음식을 먹으면 바로 배가 아프면서 변이 묽어지고 심하면 음식을 못 먹고 구토는 하는 증상이 있다. 그래서 나는 꿈속에서라도 이곳을 그리는 걸까?
/김종만 메디컬숲 동물병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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