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현 국장 |
이렇듯 3월은 만물이 소생하는 '생명'의 계절임과 동시에 자칫하다가는 수십 년간 가꾸어온 산림을 순식간에 잿더미로 만들어 버리는 '죽음'의 계절이 될 수도 있음을 이들 산불이 보여주고 있다. 봄에는 겨우내 수분을 다 뱉어낸 초목과 낙엽이 건조한 날씨와 함께 최상의 발화조건을 만들고 영농을 위한 습관적인 소각행위와 야외 활동객의 부주의가 더해지면 가장 위험한 환경을 만들게 된다. 여기에 강한 바람까지 더해져 산불이 발생하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는 재앙 수준으로 발전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이맘때가 산불당국이 가장 긴장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산불로 인한 피해가 눈에 보이는 피해뿐 아니라 숲을 터전으로 살아가는 수많은 야생동물과 미생물 등 숲속 생태계를 파괴하고 연소과정에서 내뿜는 엄청난 양의 이산화탄소는 대기환경에도 커다란 피해를 끼치게 된다는 사실이다. 산불의 대형화는 비단 우리나라만의 현상은 아니다. 전 지구적 기후변화로 인해 세계 곳곳에서 산불이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고 점점 대형화, 장기화 되는 추세에 있다. 정부에서는 대형산불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3월 6일부터 4월 30일까지를 대형산불 특별대책 기간으로 정하고 산불방지에 총력을 기울이는 한편, 신속한 산불진화를 위해 3천리터급 초대형 헬기를 추가 도입하고 물대포가 장착된 고성능 산불진화차 32대를 27년까지 일선 관서에 배치한다고 한다.
대전시는 2009년 식장산 대형산불 이래 아직까지 큰 산불은 발생하지 않았으나 언제든지 닥쳐올 수 있는 산불재난에 대비하기 위해 산불 감시, 진화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드론, 마을방송, 버스광고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산불예방 홍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그동안 예외적으로 허용하였던 논·밭두렁 소각이 지난해 산림보호법 개정에 따라 올해부터는 전면 금지된다는 점을 집중 홍보하고 대대적인 계도와 단속에 나서고 있다.
또한 산불위험이 가장 높은 시기인 3월 18일부터 4월 9일까지 시·구 소속 공무원 360명을 산불취약지역에 추가 배치해 산불예방 활동을 펼쳐 나갈 계획이다. 요즘 산과 공원을 보면 산수유나무가 어느새 노란 꽃봉오리를 터트려 가장 먼저 봄소식을 전하고 있는데, 이는 곧 지금부터 나무를 심을 수 있다는 신호를 보내온 것이다. 대전시에서는 도심권 부족한 산림자원을 확충하기 위해 조림사업과 바람길숲 조성사업을 꾸준히 펼쳐 나가는 한편 4월 5일에는 동구 직동 참샘마을에서 제78회 식목일 나무심기 행사를 갖고 메타세콰이어 1100주 식재와 함께 유실수를 나눠줄 계획이다.
나무를 심는 것만큼 숲을 가꾸고 보호하는 데 소홀해서는 안 된다. 동해안 산불의 아픈 경험에서 보았듯이 한순간의 사소한 부주의가 돌이킬 수 없는 엄청난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 산불로부터 숲을 지키는 일이 무엇보다도 우선시 되어야 할 일이다. 올해 3월엔 산에 가서 화(火)내지 맙시다.
/신용현 대전시 환경녹지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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