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용준 한밭대 총장 |
이와 유사하게 고등교육에서도 미텔슈탄트와 같은 성격의 히든 챔피언 대학들이 여럿 있다. 이 중에 필자가 늘 관심을 둔 혁신을 통해 존재가치를 높여가는 몇 개의 대학이 있다. 전술한 독일의 강소기업을 위한 미텔슈탄트대학도 일례지만, 미국 보스턴 근교의 올린공과대학을 빼놓을 수 없다. 15년 전 대학의 설립 초기에 방문했던 적이 있지만,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과정과 전공의 경계를 허물고 다방면의 지식을 융합하는 학제간 융합교육으로 높은 명성을 얻은 대학이다. 그 덕분에 다수의 졸업생이 구글과 마이크로소프트 등으로 진출하고 있고, 인근의 창업중심으로 유명한 뱁슨 칼리지와 교류를 통해 공학에서 창업으로 연결하는 시너지를 얻고 있다. 핀란드의 알토대학교는 헬싱키에 있는 3개의 전혀 다른 대학이 뭉친 사례다. 즉 헬싱키예술디자인대학과 헬싱키경영대학, 135년 전통의 헬싱키공과대학이 10년 넘게 긴밀히 협력하다가 하나로 통합한 대학이다. 디자인과 경영 그리고 기술의 통합을 통해 사회적 이슈들을 해결하고 혁신적 성과를 만들고 있다. 수년간 혁신대학 1위를 유지하고 있는 미국 애리조나주립대는 학생 성공을 위한 철저한 기획과 교육플랫폼 운영, 특히 다학제적 융합학과를 운영하고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특히 지역을 위한 대학으로 그 정체성을 자랑하고 있다.
미래의 대학교육에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 '챗GPT'에 이 질문을 여러 형태로 하면 답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키워드는 단연 '융합'과 '문제해결' 능력이다. 틀린 말이 아니라고 본다. 앞서 언급한 대학들은 모두 이 주제에 강한 집착이 있는 널리 알려진 혁신대학들이다. 전 세계와 산업현장의 복잡한 문제들은 다양한 분야의 협업이 없이는 절대 풀릴 수 없는 것들이다. 현재의 교육제도로 과연 30~40년 후에도 직업을 줄 수 있을까? 세계경제포럼(WEF)에 따르면 2025년까지 현재 고용된 직원의 50% 이상이 재교육과 기술향상이 필요하고, 11억개의 일자리가 향후 10년 동안 기술에 의해 급격하게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미국의 국립과학재단(NSF)에서도 오늘날 발표되는 창의적 해결책을 담은 논문의 거의 절반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저자들이라고 한다. 인문학에도 변화가 시작돼, 캘리포니아 대학교는 디지털 인문학이라는 분야를 만들어 인문학적 연구를 컴퓨터과학과 결합하고 있다.
필자가 있는 대학에서도 융합교육을 중시하고 여러 다중전공과 융합전공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한 걸음 더 나간 혁신적 융합교육을 준비하면서 한편으로 대학의 고민도 깊다. 교수들은 대부분 각자의 전통적인 전공으로 학생들을 지도해 왔고, 동시에 연구와 학계의 연계망을 구축하고 있다. 자신의 전공과 관련성이 낮은 기업으로 진출하는 졸업생이 늘어나고는 있지만, 기업의 채용분야는 여전히 전통적인 전공 분야와 밀접한 곳도 많다. 오늘의 대학구조 속에 내일의 혁신적인 변화를 담아내는 정교한 설계의 교육혁신이 필요한 때임을 절감한다.
코로나로 텅 빈 대학캠퍼스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채워갈 때, 대학의 역할을 진지하게 다시 생각하게 됐다. 이론 지식을 전하는 기능을 다른 매체들이 대체한다면, 학생들에게 대학은 무엇을 주어야 하는가? 나는 주저 없이 '경험을 주는 대학'을 들 것이다. 진정한 융합교육이란 팀워크를 통해 경험을 쌓아가는 과정이라는 것을 앞에 언급한 여러 대학이 보여준다. 전공지식조차도 경험을 통해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과정이 필요하다. 필자의 대학은 지난주 그 일을 위해 전임 총장께서 노력해 조성한 건물 하나를 준공했다. 대학의 흩어진 창작활동을 위한 메이커 공간들을 하나로 모으고, IT와 접목한 창의적인 물건들을 만드는 '창의혁신관'이다. 건물 하나로 해결될 일은 아니지만, 혁신을 위한 마중물로 삼아 지속하여 '경험하는 대학'을 만들어 갈 것이다. /오용준 한밭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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