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립스틱 마스카라 짙은 향수 뿌리고
예쁜 옷 갈아입고서 거릴 나서지만
정둘 곳 없는 서울의 밤
정들지 않는 거리
뒤돌아 보면 같은 자리
다시 또 그 자리
만나보면 그 얼굴 같은 그 모습
늘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은 늘 나의 것
저 어둠이 사라지면
내 슬픔도 사라질까?
화려한 네온 불빛에 휘청거리는 밤
그 불빛 아래 서 있는 난
그 누구의 연인인가
뒤돌아 보면 같은 자리
다시 또 그 자리
만나보면 그 얼굴 같은 그 모습
늘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은 늘 나의 것
저 어둠이 사라지면
내 슬픔도 사라질까
늘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은 늘 나의 것
저 어둠이 사라지면
내 슬픔도 사라질까?
지적인 미모의 김채아 강사
김진룡씨가 작사 작곡하고 최진희 가수가 노래한 '여자가 가는 곳은?'의 가사다.
2023년 3월 8일 오후 2시. 갈마동 경성큰마을 김채아 노래교실.
한국 시니어 모델 협회 나나영 회장의 초대로 난생처음 노래 교실을 찾았다.
노래를 가르치는 김채아 가수도 멋있고, 노래를 배우기 위해 모여든 중년의 여인들도 모두 멋 있었다. 멋있되 지적인 미모를 갖추고 있었기에 성큼 다가갈 수가 없었다.
김채아 노래 강사는 지적인 미모에 분홍색 투피스가 어울린데다가 영어도 수준급이었다.
'오늘도 나는 내 방안 거울 앞에서' 선창한 다음 'OK?'하고 물음을 던지면 수강생들은 '오늘도 나는 내 방안 거울 앞에서' 따라 부른다. 그러면 노래강사 김채아는 'OK'하고 칭찬을 해준다.
그러기를 수십 차례. 노래 '여자가 가는 곳은?'이 끝날 때까지 반복한다.
함께 따라부르던 필자도 그 'OK?'라는 물음을 던져 놓고 'OK'라고 인정해주는 칭찬에 마음이 끌렸다.
'늘 사랑에 빠지지만 이별은 늘 나의 것'이라고 했던가?
달려나가 부등켜 안고 싶었다. "이별은 늘 그대의 것이 되지 않게 할 터이니 내 품에 안겨달라고"
사춘기 소년처럼 사랑하고 싶은 여인, 김채아라는 여인.
사춘기 소년 시절 첫애인을 만난 것처럼 가슴이 설레였다. 행복하냐 묻지도 못했고, 정말 이별했냐 묻지도 못했다. 노래 마디마디마다에 흔들어 대는 모습도 아름다웠고, 고갯짓 까딱까닥하는 모습도 보기 좋았다.
그녀는 늘 가까이에서 나와 대화도 나누고 커피도 마시고 싶었다.
첫사랑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아름답다. 사춘기 시절 가슴 한 켠을 비집고 들어와 열병을 일으킨 상대는 이후 인생에서 마주칠 그 누구보다도 강렬하게 각인되기 때문이다. 첫사랑은 이루어지기보다는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 더 아름답다 했다. 하지만 나는 그녀와의 사랑이 이루어지길 고대한다. 첫 만남이 아름다웠기 때문이다. 그녀를 만난 순간 내 사람이라는 걸 느꼈다. 그래서 그를 내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수강료도 낼 것이며 아무리 바빠도 시간을 내어 이곳에 올 것이다.
화려한 네온 불빛에 휘청거리는 밤이 아니면 어떠랴. 그대만 내 곁에 있으면 되는 것을.
김용복/극작가, 평론가
김용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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