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언어폭력, 보이지 않는 칼날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언어폭력, 보이지 않는 칼날

박미건 포커스온 대표

  • 승인 2023-03-12 09:04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박미건 포커스온 대표
박미건 대표.
최근 언론 매체를 통해 학교 폭력의 심각성이 전해지면서 학교 폭력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매일 쏟아지는 학교 폭력 기사들을 보면서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이 있는데, 신체에 가해를 입히는 물리적인 폭력보다 더 높은 비율을 나타내는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바로 언어폭력이다.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초4∼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행하는 학교 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 비중은 지난해 41.8%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언어폭력 피해를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한 학생(3만9396명) 중 35.3%(1만3889명)는 '피해 사실을 알린 이후에도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결됐다(41.1%)'는 비율보단 낮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이 언어폭력 피해 사실을 알려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신체 폭력의 수치가 지난해 기준 13.3%, 집단따돌림이 13.3%인 것에 비하면 사실상 학교 폭력 주범은 언어와 관련된 부분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중요한 건 언어폭력은 피해 사실을 부모님이나 학교, 상담 기관 등에 알려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이 30%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신체에 폭력을 가하면 몸에 상처가 나고,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눈으로 확인 가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분명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입증하기 어렵고, 아이러니하게도 피해 학생들은 언어폭력 신고 이후 가해자의 '말'에 다시 한번 상처를 받는다. "장난으로 그랬어요", "웃자고 말한 건데 걔가 예민하게 생각한 거에요"와 같은 말로 피해 학생들의 마음에 다시 생채기를 낸다.

설령 모든 사람이 웃고 넘기는 말이라 할지라도 그 말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건 말이 아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지라도 상대가 상처를 받았다면, 내가 뱉은 말에 대한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교육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미안해", "내 입장만 생각 했나 봐, 기분 상했다면 사과할게"와 같이 친구가 상처받지 않도록 내 잘못을 인정하고 말로써 다시 다독여줘야 하는 것임을 어른으로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언어폭력은 비단 학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인이라면 평소 나의 언어 습관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내에서 실수한 팀원에게 질책한답시고 모욕감을 주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일 처리가 늦는 동료나 후배에게 화가 담긴 말을 전하지는 않았는지 등 나의 말이 동료에게 폭력으로 와 닿지는 않았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말 습관 중에 "때문에"라는 말을 상대방에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새로운 언어 습관을 정립해야 한다. "김대리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가 아니라 "이번 일은 아쉽게 됐지만, 김대리 덕분에 나도 몰랐던 부분을 하나 배웠어"와 같이 내가 쓰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언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활력이 되고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말하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의 한 속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상처를 넘어 하나의 폭력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함께하는 동료나 지인에게 전해보자. "덕분에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박미건 포커스온 대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