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미건 대표. |
교육부와 시·도 교육청이 초·중·고등학교(초4∼고3) 학생들을 대상으로 매년 시행하는 학교 폭력 실태 전수조사 결과에 따르면 언어폭력 비중은 지난해 41.8%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언어폭력 피해를 주변에 알리거나 신고한 학생(3만9396명) 중 35.3%(1만3889명)는 '피해 사실을 알린 이후에도 상황이 해결되지 않았다'고 답했다. '해결됐다(41.1%)'는 비율보단 낮지만, 여전히 많은 학생이 언어폭력 피해 사실을 알려도 큰 도움을 받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신체 폭력의 수치가 지난해 기준 13.3%, 집단따돌림이 13.3%인 것에 비하면 사실상 학교 폭력 주범은 언어와 관련된 부분에서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는 얘기다.
또 중요한 건 언어폭력은 피해 사실을 부모님이나 학교, 상담 기관 등에 알려도 해결되지 않았다고 응답한 학생이 30%를 넘었다는 사실이다. 신체에 폭력을 가하면 몸에 상처가 나고, 의료기관의 도움을 받아 어느 정도의 피해를 입었는지 확인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말로 입은 상처는 눈으로 확인 가능한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분명한 피해를 입었음에도 입증하기 어렵고, 아이러니하게도 피해 학생들은 언어폭력 신고 이후 가해자의 '말'에 다시 한번 상처를 받는다. "장난으로 그랬어요", "웃자고 말한 건데 걔가 예민하게 생각한 거에요"와 같은 말로 피해 학생들의 마음에 다시 생채기를 낸다.
설령 모든 사람이 웃고 넘기는 말이라 할지라도 그 말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이 단 한 명이라도 있다면 그건 말이 아닌 폭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더불어 부모들은 내 아이에게 지속적으로 '내 의도는 그게 아니었을지라도 상대가 상처를 받았다면, 내가 뱉은 말에 대한 사과를 반드시 해야 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교육해야 한다. "그렇게 생각했구나, 그런 의도는 아니었어. 미안해", "내 입장만 생각 했나 봐, 기분 상했다면 사과할게"와 같이 친구가 상처받지 않도록 내 잘못을 인정하고 말로써 다시 다독여줘야 하는 것임을 어른으로서 알려줘야 한다.
그리고 언어폭력은 비단 학교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기 때문에 성인이라면 평소 나의 언어 습관을 다시 되돌아보면서 내가 하는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지 않았는지 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직장 내에서 실수한 팀원에게 질책한답시고 모욕감을 주는 말을 하지는 않았는지, 일 처리가 늦는 동료나 후배에게 화가 담긴 말을 전하지는 않았는지 등 나의 말이 동료에게 폭력으로 와 닿지는 않았을지 생각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평소 말 습관 중에 "때문에"라는 말을 상대방에게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새로운 언어 습관을 정립해야 한다. "김대리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가 아니라 "이번 일은 아쉽게 됐지만, 김대리 덕분에 나도 몰랐던 부분을 하나 배웠어"와 같이 내가 쓰는 한 마디가 날카로운 언어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활력이 되고 좋은 기운을 줄 수 있는 말하기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말이 입힌 상처는 칼이 입힌 상처보다 깊다'는 모로코의 한 속담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던진 한마디가 누군가에겐 큰 상처를 넘어 하나의 폭력으로 치부될 수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오늘 함께하는 동료나 지인에게 전해보자. "덕분에 많이 성장하고 있다고."
/박미건 포커스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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