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수 소장 |
인권위 조사과정에서 B 씨는 행정복지센터(동사무소) 공무원으로, 새로 맡은 주민등록 업무 파악과 숙달 과정에서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조회한 것이지 사적인 이유로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열람·취급·유출하는 등의 불법행위를 한 사실은 없다고 진술했다. 인권위는 해당 행정복지센터 민원업무 담당자들이 다른 부서 업무협조, 경찰의 업무협조, 주민의 습득물 전달 등 다양한 이유로 필요한 휴대 전화번호를 얻고자 관행적으로 세대주와 각 세대원의 이름, 주민등록번호, 전화번호, 현 주거지 전입일 등이 적시된 전입신고 프로그램에 접속해 민원인의 연락처를 열람·활용·제공해왔음을 확인했다.
자신에 관한 정보가 언제 누구에게 어느 범위까지 알려지고 또 이용되도록 할 것인지는 그 정보주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이러한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은 헌법 제17조 사생활이 비밀과 자유에 의해 보장된다.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통해 알 수 있듯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에 의해 보호되는 개인정보는 개인의 인격주체성을 특징짓는 사항으로 그 개인의 동일성을 식별할 수 있게 하는 일체의 정보라고 할 수 있고, 반드시 개인의 내밀한 영역에 속하는 정보에 국한되지 않고 공적 생활에서 형성되었거나 이미 공개된 개인정보까지 포함된다(2020. 5. 27. 선고 2017헌마1326 결정). 이러한 개인정보는 '개인정보 보호법'에 따라 개인정보처리자는 수집 목적의 범위에서 이용할 수 있고 그 목적 외의 용도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
인권위는 해당 공무원이 진정인의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의 범위를 넘어서 이용한 것은 관련 법상 주의의무를 다하지 못한 것으로, 이는 헌법 제17조에서 보장하고 있는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또 해당 행복복지센터 민원담당 직원들이 부서 업무협조 등을 위해 관행적으로 전입신고 프로그램에 접속하여 주민등록표에 기록된 주민등록 사항에 관한 주민등록 전산 정보자료를 열람한 것은 행정기관이 개인정보 수집·이용의 목적 달성에 필요한 범위에서 적법하게 처리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해당 공무원의 소속 기관장에게 민원업무를 담당했던 공무원에 대해 주의 조치할 것을, 그리고 주민등록 통합행정시스템 접근 권한을 가진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개인정보 보호 관련 직무교육을 할 것을 권고했다. 그리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주민등록 통합행정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공무원들이 업무 수행을 위해 수집된 개인정보를 목적 외로 처리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개인정보 보호를 강화할 수 있도록 열람 조회기록 생성에 더하여 경고 알림창을 띄우거나, 열람 목적을 기재할 난을 신설하는 등 주민등록처리시스템을 보완할 것을 권고했다.
우리 사회에서 개인정보가 중요한 인권 사항이라는 인식이 지속해서 강화되었고 그 과정에서 관련 법이 정비돼왔다. 그럼에도 행정기관을 비롯한 공공영역에서 아직도 업무처리 과정에서 수집된 개인정보가 목적 외의 용도로 이용·활용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인권위의 이번 권고를 계기로 행정기관 공직자들이 주민의 개인정보를 더욱 엄격히 관리해야 할 것이다.
/박병수 국가인권위원회 대전인권사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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