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톡] 덧셈, 뺄셈을 잘하고 살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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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톡] 덧셈, 뺄셈을 잘하고 살아야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 승인 2023-03-10 10:51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우리 수학 용어에 가감승제(加減乘除)라는 말이 있다. 즉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를 뜻하는 말이다. 이 셈법에서 더하기 곱하기는 숫자가 많아지는 셈이요, 빼기와 나눗셈은 숫자가 줄어드는 셈이라는 걸 모르는 사람이 없다.

그런데 여기에서 덧셈과 뺄셈을 제대로 잘하고 사는 사람이 많지 않은 현실이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현명한 사람은 덧셈 뺄셈을 잘하고 살아간다. 덧셈 뺄셈을 잘한다는 말은 좋은 것은 덧셈으로 살고 바람직하지 못한, 욕심 같은 것은 뺄셈으로 산다는 얘기이다.

우리 속담에 아홉 섬 추수한 자가 한 섬 추수한 자더러 그 한 섬을 달라 해서 열 섬을 채운다는 말이 있다. 욕심을 부려 얻은 한 섬으로 자신은 욕구 충족이 되어 흠흠할지 모르지만 한 섬을 빼앗긴 사람은 어떤 곤경에 처할지도 모른다.



노자의 <도덕경>에 이르기를 죄악 중에 탐욕보다 더 큰 죄악이 없고, 재앙 중에는 만족할 줄 모르는 것보다 더 큰 재앙은 없다고 했다. 또 허물 중에는 욕망을 채우려는 것보다 더 큰 허물은 없다고 했으니 지족상락(知足常樂: 만족할 줄 알면 항상 즐겁다.)할 줄 모르는 사람에게 깨우침을 주는, 정문일침(頂門一鍼)이 아닐 수 없다.

지족상락(知足常樂)할 줄 모르는 사람은 덧셈 뺄셈을 잘 할 줄 모른다. 그 결과는 뺄셈으로 줄여야 할 탐욕 같은 것을 덧셈으로 많게 해서 화근을 불러오고 있다.

좋은 것은 더하고 바람직하지 못한 것은 뺄셈으로 산다는 것은 그리 단순한 얘기 가 아니라 하겠다. 이것은 사람의 행불행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덧셈 뺄셈 그 어떤 것을 취하느냐에 따라 행불행이 좌우되기 때문이리라.

욕심 부리는 것이 어느 때엔 마음먹은 대로 잘 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도 많다는 것을 알아야겠다.

아니, 욕심 부리다 패망하는 경우가 모두 남의 얘기가 아니라는 것도 알아야겠다.

일화에 이런 이야기가 있다.

한 사막에 조그만 오두막집을 짓고 사는 노인이 있었다. 그곳에는 맑은 샘물과 우거진 야자수가 있었다. 노인은 오가는 나그네들에게 시원한 샘물을 퍼주며 기쁨과 보람을 느끼면서 살았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나그네들은 물을 얻어먹고 그냥 가기가 미안했던지 노인에게 몇 푼의 동전을 건네줬다. 노인은 이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겼으나 금고에 동전이 쌓여가면서 욕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노인은 어느 날부터인가 돈 모으는 일에 몰입하게 되었다. 그런 뒤부터는 샘물을 철저하게 관리하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나그네에게 노골적으로 돈을 요구하는 일도 하게 되었다.

어느 날 노인은 샘물이 점점 줄어들고 있음을 알았다. 그는 잎이 무성한 야자수가 샘물을 흡수해서 그렇다고 생각해서 야자수를 몽땅 잘라버렸다.

허나 샘물은 모두 말라버렸다. 야자수가 만들어낸 그늘도 없어졌다. 이제 어느 누구도 노인의 오두막집을 찾는 사람은 없었다. 노인은 뜨거운 햇볕을 견디지 못한 채 숨을 거두고 말았다.

과욕이 죽음을 불러오게 한 것임이 틀림없었다. 인간의 행복은 사심 없는 일거수 일투족(一擧手一投足)의, 순수 행동이 가져다주는 부메랑의 선물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남을 섬기고 희생하는 대가로 얻어지는 주고받음의, ? 기부 앤드 테이크 ( give and take )"법칙인지도 모르겠다.

처음에 노인은 선한 마음을 덧셈으로 실천하여 나그네들에게 시원한 샘물을 퍼주는 기쁨과 보람을 행복으로 알고 살았다.

그러나 돈맛을 알게 된 후부터는 물욕을 덧셈으로 산 것이 화근이었다. 지나친 물욕 때문에 순수성도, 선한 마음도, 뺄셈으로 계산되어 결과는 죽음이란 불청객을 불러오게 한 것임에 틀림없었다.

노인이 시종일관(始終一貫) 선한 마음을, 덧셈으로 살고, 물욕을 뺄셈으로 살았다면 노인의 종말이 비극적인 죽음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현명한 사람은, 사랑과 배려, 신뢰, 따듯한 마음으로 사는 것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것을 반드시 덧셈으로 살려 자신을 더욱 존경스럽고도 빛나게 만든다.

하지만 우매한 사람은, 욕심에 눈이 멀어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선악(善惡)의 빛깔조차 분별하지 못하는 색맹이 되어 버린다. 그리하여 제대로 더할 데 더하고, 뺄 데 빼는 셈을 하지 못하게 된다. 덧셈, 뺄셈을 제대로 못하는 무분별 색맹이 되는 것이다. 시비조차 분별 못하는 색맹으로, 덧셈, 뺄셈을 제대로 하지 못해 불행을 자초하는 사람들이 많은 세상이니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계제에 우리도 시비선악(是非善惡)을 분별 못하는 판단력에, 덧셈, 뺄셈을 제대로 못하는 색맹은 아닌지 맥을 짚어봐야겠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물욕, 명예욕, 권세욕에 눈이 멀어 이해타산에만 집착하는 바보로 살고 있지는 않는지도 가슴에 손을 얹어봐야겠다.

한편 나는 더하기 빼기를 잘하는 수재인데도, 돈 앞에서는 선악을 분별 못하는 색맹이어서 덧셈 뺄셈을 엉망으로 하는 둔재는 아닌지 시력 측정도 해봐야겠다.

'덧셈, 뺄셈을 잘하고 살아야.'

우리 속담의 "말 타면 경마(말고삐) 잡히고 싶다", " 처먹을수록 양양거린다"가 있다 우리는 욕심을 거머쥐고 사는 생활인은 아닌지도 자문(自問)해 봐야겠다.

아니, 후한서의 < 득롱망촉 >의 주인공처럼 살고 있지는 않는지 청진기를 들어봐야겠다.

남상선/수필가, 대전가정법원 전 조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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