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
때마침 지난 1월 25일 미국에서 '국가 AI 연구 자원'(National AI Research Resource, NAIRR) 보고서가 발표되어서 필자의 눈길을 끌었다. 미국 국립과학재단(NSF)과 백악관 과학기술정책실(OSTP) 주도 하에 정부, 학계 등을 대표하는 12명의 전문가로 구성된 NAIRR 태스크포스(TF)가 55쪽짜리 보고서를 내놓은 것이다. 보고서 제목에 명시된 것처럼 소수의 특정 기업과 대학의 연구자들에게 편중된 AI 연구 사이버인프라를 국가 차원에서 확충해서 보다 많은 AI 연구자들이 공평하게 참여하는 AI 연구 민주화를 이루자는 것이다. 향후 6년간 4단계로 나누어서 추진될 예정이며 총 26억 달러(약 3.4조 원)의 예산 편성이 제안되었다.
올해 NAIRR 예산이 어떻게 확보되는지 지켜보면 흥미로울 것 같다. 먼저 이번 보고서의 출간 배경에 대해서 한번 살펴보자.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3월에 국회에서 국가 AI 선도법(National AI Initiative Act)이 제정되었다. 법에 따라서 국회가 NSF와 OSTP에게 TF를 구성하고 NAIRR 로드맵 작성을 지시했다. 보고서 첫 문장이 대통령과 국회의원들께(Dear Mr. President and Members of Congress)라고 시작되는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2021년 6월 NAIRR TF가 공식 출범된 후 약 18개월 동안 11번의 전문가 공개미팅과 2번의 대국민 정보요청 답변(response)을 바탕으로 이번 최종보고서가 나왔다.
NAIRR 4대 목표로 '혁신 촉진, 인재의 다양성 증대, 역량 향상, 신뢰할 수 있는 AI 발전'가 제시되었다. 통합 포탈 구축을 통한 컴퓨팅 및 데이터 자원, 테스트베드, 소프트웨어, 사용자 지원 서비스 제공이라고 명시함으로써 NAIRR이 단순한 하드웨어 인프라 구축뿐만 아니라 커뮤니티 활성화도 강조한다. 지난 10년 이상의 NSF의 엑시드와 엑세스 프로젝트를 통해서 국가 사이버인프라 구축 경험과 노하우를 가진 미국의 저력을 잘 알기에 보고서에 담긴 AI 연구 인프라 통합 포탈, 사용자 서비스 등이 어떤 모습일지 기대가 된다.
이번 NAIRR TF에 참여한 지인에게 보고서가 나왔으니 이제 다음 절차가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우선 국회와 대통령에 의해 예산이 결정될 예정이며 예산 확보 등 NAIRR의 본격적인 추진과 병행해서 현재 구축된 사이버인프라를 활용한 파일럿 옵션(Pilot Option)이 즉시 추진될 예정이라고 한다. 보고서에 파일럿 옵션에 대해서 간단히 언급되어 있었는데 잠시 간과했던 것이다. 비록 55쪽짜리 짧은 보고서지만 그 속에 담긴 개개의 단어들의 구체적인 의미와 무게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최근에 필자는 학회나 대학 인공지능학과 등에서 '슈퍼컴퓨터에서 대규모 분산딥러닝하기' 튜토리얼을 하고 있다. 우리나라 연구자들의 AI 인프라 접근에 대한 불평등이 실로 심각하다. 챗GPT가 불러온 AI 대중화 시대를 맞이해서 우리도 NAIRR과 같은 국가 차원의 AI 연구 인프라 민주화 추진이 시급하다. 황순욱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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