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이 지난 1일 윤석열 대통령에게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 구축 계획'을 보고하고 있는 모습. 교육부 제공 |
전체 7곳 중 6곳이 영·호남에 집중되면서 지역간 균형발전은 도외시한 채 정치적 입김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에 지역대학들은 올 상반기 글로컬 사업 선정에 불이익을 우려하며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다.
9일 대전시·충남도, 대학가 등에 따르면 대전·충남은 대학이 많은 지역이다. 정부 포털 대학알리미에 등록된 공시대학만 48곳에 달하며 수도권을 제외한 전국 지방대학의 17.6%를 차지한다.
하지만 라이즈 시범지역 공모 결과, 충북을 제외한 경남·경북·대구·부산·전남·전북이 선정되며 사실상 영·호남의 독무대로 막을 내렸다. 지역 균형발전 측면과 대학 수를 비교해 놓고 봐서도 대전·충남 중 한 곳은 선정됐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역 대학들은 영·호남에 편중됐다는 점에 강한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지역대 기획처장 A씨는 "교육부에서는 향후 모든 대학 지원사업을 라이즈와 연계하려고 한다"면서 "대전시에서도 열심히 준비해 왔다. 무엇보다 이장우 시장의 의지가 강해 선정될 줄 알았지만 탈락해서 대학 입장에서 굉장히 난감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전시와 충남도가 준비를 안 한 것도 아니고, 충청권에서 충북만 선정되고 나머지는 영·호남에 편중된 것은 명백한 홀대로밖에 볼 수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지역대 관계자 B씨는 "대전·충남은 행정구역상 충청권으로 충북과 묶여있지만, 생활권은 달리하는 특수성이 있다"면서 "대전·충남에 소재한 대학이 50곳에 달하는 데, 두 곳 모두 탈락한 것은 지역민을 무시한 처사"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번 공모가 정책적 판단이 아닌 정치적 입김으로 결정됐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교육부가 당초 5개의 시범지역을 선정할 계획이었지만, 2곳을 늘려 최종 7곳을 선정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영·호남 국회의원들이 사전에 물밑작업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경북지사의 경우, 공모에 대비해 그동안 중앙 부처를 수차례 방문하는 등 대내외적으로 활발히 활동을 해왔다는 후문이다.
또한 대전·충남에 비해 다소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 경북과 대구가 이번 공모에 선정되면서 행정적인 준비에 소홀했던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들 지자체는 자체 예산을 대응 투자하는 등 정부 사업에 참여 의지를 보였다. 실제 경북은 향후 10년간 도비 1조5000억원을, 대구는 기한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2966억5000만원을 각각 정부 지원에 매칭 투자하겠다는 내용의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다. 대전·충남과는 대조되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한 지자체 관계자는 "경북도가 1조5000억원을 투자하겠다는 사업계획안을 냈는데, 지자체 예산 규모로는 실현 가능성 없는 큰 금액"이라며 심사결과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또 다른 지역대 관계자 C씨는 "우선 공모에 선정되는 게 중요한 만큼, 경북이나 대구처럼 질러 놓는 전략이 낫지 않았을까 생각한다"면서 "대학에서도 사업계획 보고서를 제출하며 열심히 노력했는데, 모두 물거품이 됐다"고 허탈해 했다.
이처럼 대학 내부적으로 불만이 극에 달하고 있지만, 표면적으로는 불편한 심기조차 드러낼 수 없는 상황이다. 라이즈가 전국에 도입되는 2025년이면 교육부의 대학지원사업 예산 집행 권한 중 절반 이상이 지자체로 이양되기 때문이다.
이 밖에 지역대들의 걱정은 더 있다. 교육부에서 올 상반기 중 글로컬 대학 10곳을 선정할 계획인데, 시범지역에 소재한 대학에게만 가산점 부여를 검토하고 있어서다.
공모에서 탈락한 대전·충남권 대학에게는 상대적인 악재인 셈이다.
지역대 기획처장 A씨는 "교육부가 지역대학 소멸 위기에 대응해 글로컬 대학 30곳을 육성하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라며 "5년간 1000억원에 달하는 지원을 받는 만큼, 대학들의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김흥수 기자 soooo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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