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유선 연구위원 |
이와 유사하게, 하지만 시간적 차이를 두고 한국에서도 1920년대 일제강점기에 '세계여성의 날' 행사가 있었지만 이어지지 못하다가 1985년에 제1회 '한국여성대회'를 시작했다. 2023년 한국에서 제38회 한국여성대회가 진행되었다.
왜 세계 각국의 사람들은, 특히 여성들은 3월 8일을 특별한 날로 기념할까? 백 년이 넘게 계속되는 여성의 요구는 무엇일까?
대전세종연구원 대전여성가족정책센터가 발표한 통계집, '대전여성가족의 삶'은 앞으로도 여성들의 요청이 계속될 것임을 보여준다. 생존과 독립, 그리고 삶의 질과 직결된 경제활동으로 들어가 보자. 2000년 대전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대전 남성 70%보다 24.3%p 낮은 45.7%였다. 2021년 여성은 53.7%로 8%p 증가했지만, 여전히 남성과의 격차는 18.8%p다. 대전 여성의 고용률도 남성과 대략 20%p의 격차를 보인다. 2000년 44%였던 여성고용률은 2021년 51.8%로 7.8%p 늘었지만, 2021년 남성 70.2%에 비하면 여전히 일정한 격차를 유지한다.
남성과 여성의 격차를 구체적으로 보자면, 2021년 대전 여성의 지난 3개월 평균임금은 2137천원으로, 남성 3288천원보다 매월 115만 원 가량 적게 번다. 20대에 20만 원 가량이던 성별 임금 격차는 30대의 경우 68만 원, 40대 126만 원, 50대에는 198만 원까지 벌어진다. 연령과 일 경력이 항상 상응하는 것은 아니지만, 연령이 늘어날수록 커지는 남성과 여성의 임금 격차는 개인의 능력으로만 설명하기 어려운 수치다. 경제활동참가율이나 임금에서 성별 차이는 학력이나 경력, 능력 등 개인의 자질만이 아니라 사회·정치·경제적으로 구조화된 배경도 얽혀있다. 100년 넘게 여성들이 고독한 이유다.
비경제활동인구를 보면 노동시장에서 가족 내에서 여성의 위치가 어디쯤인지 명확해진다. 2022년 상반기 '육아와 가사' 때문에 일하지 못한 남성은 4천 명이었다. 이 기간 동일한 이유로 일하지 못한 여성은 남성의 53배가 넘는 21만 5000명이다. 2021년 4만 명이던 대전 경력단절여성은 2022년 4만 7000명으로 늘어났다.
일을 하고 일의 대가를 받고 일경력을 쌓는 과정이 '특정 성'에게 불리하게 작동하지 않는 사회를 만들자는 것이다. 여기에 매년 돌아오는 3월 8일 '세계여성의 날'의 필요성과 의의가 있고 2023년 테마가 '공정'인 이유가 있다. 2023년 '세계여성의 날' 캠페인 테마는 'Embrace Equity'였다. 기계적 평등을 넘어 실제 생활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공정이 상식이 되고 편견과 차별이 없는, 차이를 존중하는 성평등한 세상을 향해 나아가자는 맥락이다.
100년 넘게 외쳐온 여성들의 '평등'이 이제 '공정'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것은 여성과 남성의 분리와 단절을 넘어선다. 공정은 여성과 남성, 그리고 당신과 나, 어느 한쪽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다. 여성에게 공정한 일 문화는 장애인, 청소년과 청년, 고령자, 이주민 등 노동시장의 약자에게, 남성에게도 더 확장된 공정을 가져올 것이다. 그런 내년이 올 때까지, 당신과 나, 우리는 '성평등'이라는 민주적인 가치를 평화로운 방식으로 추구해나갈 것이다.
/류유선 대전세종연구원 연구위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