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7강 득어망전(得魚忘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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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157강 득어망전(得魚忘筌)

장상현/인문학 교수

  • 승인 2023-03-07 00:00
  • 수정 2023-05-02 11:0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제157강: 得魚忘筌(득어망전) : 물고기를 잡으면 통발을 버린다.

글 자 : 得(얻을 득), (魚물고기 어), 忘(잊을 망/ 버릴 망), (筌통발 전)

출 처 : 장자, 외물편(莊子, 外物篇)

비 유 : 바라던 바를 이루고 나면 이를 이루기 위하여 했던 일들을 잊어버림



득어망전(得魚忘筌)은 우리 인생살이에 많이 사용되는 고사(古事) 중의 하나로 이와 비슷한 경우로, 토사구팽(兎死狗烹/ 사냥이 끝나면 사냥개는 삶긴다)이나, 조진궁장(鳥盡弓藏/ 나르는 새를 다 잡으면 활도 깊숙이 보관한다)으로 많이 통용되고 있다.

통발은 물고기를 잡는 도구인데 물고기를 잡고 나면 통발은 버리고(筌者騷耳在魚 得魚而忘筌/ 전자소이재어득어이망전), 올가미는 토끼를 잡는 도구인데 토끼를 잡고 나면 올가미는 버린다.(蹄者所以在兎 得兎而忘蹄/제자소이재토 득어이망전).

또한 말(言)이란 마음속에 가진 뜻을 상대편에게 전달하는 수단인데 뜻을 이루면 말은 했던 말은 잊어버리고 만다.(言者所以在意 得意而忘言(언자소이재의 득의이망언)

위의 글에서 망전(忘筌)이나 망제(忘蹄), 망언(忘言)은 모두 시비(是非), 선악(善惡)을 초월한 절대 경지를 말하는 것이다. 따라서 '득어망전(得魚忘筌)'이란 말은 목적을 달성하면 그동안 쓰이던 사물이나 사람은 無用之物(무용지물)이 되는 것을 나타내기도 하고, 사소한 일에 얽매어 큰일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불경(佛經)의 사유경(蛇喩經)에 보면 다음과 같은 비유가 나온다. "비구들이여, 나는 너희들에게 집착을 버리도록 하기 위해 뗏목의 비유를 들겠다".

어떤 나그네가 긴 여행 끝에 바닷가에 이르렀다. 그는 생각하기를 '바다 저쪽은 평화로운 땅이니 그리 가야겠다.' 하고 뗏목을 만들어 무사히 바다를 건넜다. 바다를 무사히 건넌 이 나그네는 그 뗏목을 어떻게 하겠느냐? 그것(뗏목)이 아니었으면 바다를 건너지 못했을 것이므로 은혜를 생각해 메고 가야겠느냐? 아니면, "이 뗏목 때문에 나는 바다를 무사히 건넜다. 다른 사람들도 이것을 이용하도록 여기에 두고 나는 내 갈 길을 가자 하겠느냐". 이 나그네는 뗏목을 두고 가도 그의 할 일을 다 한 것이 된다. "따라서 너희들도 이 나그네가 뗏목을 잊은 것처럼 궁극에는 교법마저 버리지 않으면 안 된다."

사유경(蛇喩經)에서의 가르침도 '장자'에서 말하는 바와 같다.

이는 절대 경지에 들어서면 수단은 물론이거니와 절대 경지에 들어섰다는 것마저 잊으라는 것이다.

이와 같이 득어망전(得魚忘筌)이란, 자기의 뜻한 바를 이룬 후에는 그 수단이나 과정에 대하여는 애착을 갖지 말라는 것인데, 오늘날에는 토사구팽(兎死狗烹)이나 조진궁장(鳥盡弓藏)처럼 배은망덕(背恩忘德)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반대로 생각해볼 수도 있다.

?'새것을 잡으려면 쥐고 있는 것을 놓아야 한다.?'

하지만 사람의 욕심이 어디 그러한가? 움켜진 손으로 뭔가를 또 잡으려는 게 인간이다. 인간은 놓아야 하는 것을 놓지 못해 상처를 입는다. 자신이 한 말로 스스로를 옭아매고 베푼 은혜가 되레 서운함이 되어 돌아온다.

모두 무언가를 놓지 못한 탓이다. 사냥을 마친 사냥꾼은 활을 잊고, 물고기를 잡은 어부는 통발을 잊고 잘 보관하다가 필요시에는 다시 소요에 따라 사용해야하는 것이다.

요(堯)임금시절 허유(許由)는 임금 자리를 사양하며 말하기를 "뱁새는 넓은 숲에 살지만 나뭇가지 몇 개면 충분하고, 두더지가 황하의 물을 마셔도 배가 차면 그것으로 족합니다"라고 말하고는 기산으로 거처를 옮겼다. 그리고 허유는 요임금의 말로 자신의 귀가 더러워 졌다고 영천(潁川)의 흐르는 물에 귀를 씻었다.

취하기만하고 버리지 못하는 건 반쪽짜리 지혜임을 깨닫게 하는 고사(古事)이다.

이렇게 동양인들은 인품이 높은 선비들은 명예욕에 대해 초연했으며,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명예인 왕(王)의 자리조차 오히려 불명예스럽게 여기곤 하였다.

그러나 현대사회의 흐름은 피를 토하는 경쟁을 이기려다 보니 양심(良心)과 진실(眞實)마저 흔적 없이 버려야한다. 그리고 자신조차 잊어버리고 윗분만 바라보는 위선자(僞善者)가 되어버린다.

불교의 경전(經典)인 유교경(遺敎經)의 가르침에 不知足者雖富而貧(부지족자수부이빈/ 만족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부유한듯하지만 사실은 가난하고) 知足之人雖貧而富(지족지인수빈이부/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은 비록 가난한듯하지만 사실은 부유하다)

득어망전(得魚忘筌)이나 토사구팽(兎死狗烹), 조진궁장(鳥盡弓藏)등이 어쩌다 인간의 은혜를 저버리는 비유로 사용되었는지 모르겠으나. 사실대로 인간의 무한한 욕심을 경계하는 좋은 명언으로 통용되어 오래도록 인간의 욕심을 경계하는 말로 남아있으면 좋겠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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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상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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