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마약중독은 범죄이자 질병이다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내일] 마약중독은 범죄이자 질병이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 승인 2023-03-05 09:23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송승엽 변호사
송승엽 변호사
최근 유명 연예인을 비롯해 마약 투약과 적발 사례가 계속하여 보도되고 있다. 대검찰청 발표에 의하면 지난해 마약사범은 전년(1만6153명) 대비 13.9%가 증가한 1만8395명으로 역대 최대 수치를 기록했다. 마약 밀수·밀매·밀조 등 공급사범은 4890명으로 전년(4045명) 대비 20.9%가 늘었다. 그중에서도 밀수사범의 경우 전년(807명) 대비 무려 72.5%가 증가한 1392명으로, 이는 단순 투약 사범보다 증가세가 뚜렷한 것으로 나타났다.

마약류 압수물도 2017년 154.6kg에서 2021년 1295.7kg으로 불과 5년 만에 8배로 급증했다. 특히 전체 마약사범 중 10~20대 비율은 2017년 15.8%에서 2022년 34.2%로 불과 5년 만에 2.4배로 증가했고 30대 이하 비율도 전체 마약사범의 절반 이상인 59.7%를 차지한다.

최근 마약거래는 추적이 어려운 다크웹·보안메신저·암호화폐를 이용한 이른바 '던지기'(특정 장소에 마약을 던져놓으면 구매자가 가져가는 식)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으며 지능화되고 있다. 또 국제우편을 이용한 마약 해외직구도 증가하는 등 마약에 대한 접근성도 높아졌다. 마약은 과자, 기계, 건강식품, 이유식 등에 은닉되어 들어오고 있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 같은 전통적인 마약의 유통과 투약 범죄 문제도 여전하지만, 가격이 저렴하고 거부감이 적은 의료용 마약류(프로포폴 등)의 확산세도 심각하다. 특히 10~20대 중심으로 펜타닐과 디에타민 등이 크게 유행하면서 적발 사례도 늘고 있다.



특히, 젊은 층에서 마약류의 확산세가 매우 심각한 상황으로 검찰은 향후 마약범죄 급증을 우려하고 있다. 이에 검찰은 엄정 대응하고자 서울중앙·인천·부산·광주지검 등 4개 검찰청에 마약범죄 특별수사팀을 설치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는 마약사범들에 대한 검거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한다. 마약 중독은 범죄이기 전에 질병이기 때문이다. 마약은 뇌를 자극해 도파민의 분비를 촉진하고 반복될수록 더 강한 자극을 요구하여 중독에 빠지게 된다.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질병으로서의 치료가 중요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하지만 지난해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마약사범 중 치료 명령을 함께 부과받은 수는 23건에 불과했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제출받은 마약사범 관련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제도 시행 이후 치료명령 처분을 받은 마약사범의 수는 2016년부터 2022년 4월까지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9892명 중 156명뿐이다. 2016년 12월부터 2017년 12월까지 4건, 2018년 8건, 2019년 60건으로 늘었다가 2020년 56건, 2021년 23건, 2022년 1월부터 4월까지는 5명으로 조사됐다. 2016년 개정된 치료감호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법원은 집행유예를 내린 마약사범에게 마약중독치료를 받도록 할 수 있다.

이처럼 우리 사회는 마약 문제에서 치료보다는 처벌을 더 중시하고 있다. 또한 법원이 치료 명령을 내린다고 하더라도 권고의 성격이 강한 법원의 치료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는 마약 중독자를 찾기 어렵다. 전국 '마약류 중독자 치료보호' 보건복지부 지정병원은 총 21곳인데 이 중에서 입원 치료가 가능한 병원은 단 2곳뿐이다. 마약사범은 많이 검거되고 처벌은 이뤄줬지만 그들의 재활 치료를 관리하는 병원은 너무 부족한 현실이다.

미국은 '약물 법정'을 도입해 3,000여개의 약물 법정에서 판사와 검사, 변호사 외에 의료인과 보호관찰관 등이 모여 마약사범을 대상으로 9~18개월 동안 치료재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도 이처럼 치료 명령제도를 보완하고 활성화하는 한편 마약 중독 치료 기관에 예산을 늘리고 전문가들을 충분히 배치하여 치료와 재활 인프라를 확대해야 할 필요성이 크다.

최근 태영호 의원은 법무부 산하에 예방·재활·치료를 전담하는 전문 재활 교육기관을 설립·운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마약 중독은 본인의 의지만으로 끊기 어렵기 때문에 검거와 동시에 치료와 재활이 시작되어야만 마약 사범의 재발률을 낮출 수 있을 것이다.

/송승엽 법무법인 지원 P&P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