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환여평석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환여평석

출판기념회를 앞두고

  • 승인 2023-03-04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당(唐)나라 현종(玄宗)은 45년 치세의 초기에는 측천무후 이래의 정치의 난맥(亂脈)을 바로잡고 안정된 사회를 이룩한 정치를 잘한 인물로 칭송을 받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정치에 염증을 느끼고 양귀비(楊貴妃)를 총애하여 주색에 빠져들기 시작하였다.

그 무렵 이임보(李林甫)라는 간신이 있었는데, 환관(宦官)에게 뇌물을 바친 인연으로 왕비에 들러붙어 현종의 환심을 사 출세하여 재상이 된 사람이다. 이임보는 황제의 비위만을 맞추면서 절개가 곧은 신하의 충언이나 백성들의 간언(諫言)이 황제의 귀에 들어가지 못하게 하였다.

한번은 비리를 탄핵하는 어사(御使)에게 이렇게 말했다. "폐하께서는 명군(名君)이시오. 그러니 우리 신하들이 무슨 말을 아뢸 필요가 있겠소. 저 궁전 앞에 서 있는 말을 보시오. 어사도 저렇게 잠자코 있으시오. 만일 쓸데없는 말을 하면 가만두지 않겠소."

이런 식으로 해서 신하들의 입을 봉해 버렸다. 설령 직언을 생각하고 있는 선비라 할지라도 황제에게 접근할 엄두조차 낼 수 없었다.



- "임보는 현명한 사람을 미워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질투하여 자기보다 나은 사람을 배척하고 억누르는, 성격이 음험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그를 보고 입에는 꿀이 있고 배에는 칼이 있다고 말했다." -

그가 야밤중에 그의 서제 언월당(偃月堂)에 들어앉아 장고를 했다하면 그다음 날은 예외 없이 누군가가 주살(誅殺)되었으며 자주 옥사(獄事)를 일으켰으므로 황태자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그를 두려워했다.

재상 지위에 있기를 19년 동안에 천하의 난리를 길러냈으나 현종은 깨닫지 못했다. 그리고 안녹산(安祿山)도 이임보의 술수를 두려워했으므로 감히 반란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임보가 죽자, 양귀비의 일족인 양국충(楊國忠)이 재상이 되었다.

양국충도 재상이 되자마자 죄목을 하나하나 들어 현종에게 고하자 그제야 깨닫고 크게 화가 난 현종은 명령을 내려 그의 생전의 관직을 모두 박탈하고 패가망신과 함께 부관참시의 극형에 처했다.

안녹산이 반란을 일으킨 것은 이임보가 죽은 지 3년째 되던 해였다. (네이버 지식백과 참고) 이 글의 화두는 구밀복검(口蜜腹劍)이다. 이는 입에 꿀이 있고 배에 칼이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막역한 형님과 술을 나누었다. 문학박사답게 나의 신간 <두 번은 아파봐야 인생이다>를 읽은 소감을 예리하게 지적하셨다.

"아우는 글 속에 칼과 송곳이 들어있어! 어려서부터 고생을 너무 많이 한 때문이라는 걸 알지만 그런 걸 모두 빼야 비로소 수필이라고 할 수 있지." 부끄러운 치부를 들킨 듯 얼굴이 화끈거렸다.

형님의 말씀대로 그동안 내가 쓴 글과 책은 사실 서중복검(書中腹劍)이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달을 보고 별도 보고, 바람도 관찰하고 이름 모들 나무들까지 사랑해보라는 형님의 조언에 두 손 두 발 다 들었다.

사람은 환경의 동물이다. 그래서 자신도 모르게 언행과 심지어 글과 책에도 그러한 영향이 미치기 마련이다. '형님, 지적해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형님 말씀 새겨 들고 정말 수필다운 수필 쓰겠습니다.'

3월 4일 오늘은 정말 뜻깊고 의미심장한 날이다. 난생처음으로 출판기념회를 하기 때문이다. 겨우 무명소졸의 작가임에도 이미 많은 분께서 참석하겠다는 연락을 주셨다.

내가 비록 험산 준령의 고달픈 삶을 점철했을망정 결코 허투루 살지는 않았구나 라는 안도감에 지난 나의 모범과 열정적 삶에 새삼 감사했다. 앞으로는 '서중복검'을 떨쳐내고 환여평석(歡如平昔, 원한을 버리고 옛정을 다시 회복함)의 고운 마인드로 만인에게 사랑받는 작가와 저서의 주인공이 되리라 다짐해 본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두아빠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이영경 성남시의회 의원, 초등생 자녀 학폭 사건 사과문 발표
  2. [국감현장] "검경 수사권 조정 후 수사역량 줄고 미제사건 많아" 국감서 지적
  3. [국감현장] 육군 병력 17만 명 감소... 초급간부, 중견간부 처우개선 절실
  4. [국감현장] R&D 삭감 회복 대책·정년 폐지 등 처우 개선… 노벨과학상 기대도
  5. 1천억대 전자담배 기술 발명 배상금 소송 개시
  1. 박안수 육군총장 "北 쓰레기풍선 GPS교란 맞서 최정예 육군 건설에 집중"
  2. [제105회 전국체전]대전·세종·충남선수단, 충청권 체육의 저력 전국에 과시
  3. [WHY이슈현장]둔산지구 개발에 사라진 '삼천동'…"아 삼천(三川)의 대전이여"
  4. 경비노동자 초단기계약 악습 끊고 1년이상 계약 추진... 첫발 내딘 계룡리슈빌학의뜰아파트
  5. 계룡건설, 동반성장지수평가 '우수' 등급 획득

헤드라인 뉴스


세종 갈등현안 일방통행 거듭… 사회적 합의 시스템 찾아야

세종 갈등현안 일방통행 거듭… 사회적 합의 시스템 찾아야

'닭이 먼저인가, 달걀이 먼저인가.'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를 둘러싼 논쟁에 딱 어울리는 격언이다. 최민호 세종시장을 비롯한 집행부, 국민의힘 시의원 7명은 정원박람회를 통한 국비 확보로 붐을 조성한 데 이어, 지방·국가정원 등록으로 나아가겠다는 입장을 강변해왔다. 닭이 우선이란 뜻이고, 순천시가 걸어온 길로 통한다. 반면 임채성 의장을 포함한 더불어민주당 시의원 13명 중 12명은 지방정원(지자체 자체 지정) 또는 국가정원(정부 승인) 등록 흐름을 만든 뒤 '국제 행사'를 진행해도 늦지 않다는 반론으로 맞서고 있다..

최민호 시장, 10월 17일 시정 복귀...플랜 B 찾는다
최민호 시장, 10월 17일 시정 복귀...플랜 B 찾는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10월 17일 시정 복귀와 함께 플랜 B 실행을 예고했다. 플랜 B는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란 플랜 A(원안)이 사실상 무산 상황에 놓이면서, 다시 찾아야 할 차선책을 의미한다. 그는 이날 오전 10시 10분 보람동 시청 브리핑실에서 기자 간담회를 갖고, 미래 정원도시 조성과 지역 경제 활성화 방안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10월 11일 오후 4시경 단식 중단을 선언하고, NK세종병원에서 요양 치료를 받은 뒤 6일 만의 복귀 메시지다. 공직사회와 지역 언론,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된 배경이다. 최..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지방 주택시장 위협하나
디딤돌대출 한도 축소…지방 주택시장 위협하나

정부가 최근 무주택 서민들을 대상으로 제공하는 '디딤돌대출' 한도를 줄이기로 하면서, 전용 85㎡ 이하·평가액 5억 원 미만 주택이 많은 지방 부동산 시장이 큰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17일 HUG(주택도시보증공사) 등에 따르면, 최근 국토교통부와 HUG는 시중은행에 디딤돌 대출 취급 제한을 요청하는 공문을 전달했다. 신한·하나은행 등은 21일부터 본격 시행을 앞두고 있고, 이에 앞서 KB국민은행은 14일부터 이를 반영한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디딤돌 대출은 부부 합산 연소득 6000만 원 이하인 경우 최대 5억 원 주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 주차난 가중시키는 방치 차량

  • 대전 유성구, 겨울철 대비 도로 안전 캠페인 실시 대전 유성구, 겨울철 대비 도로 안전 캠페인 실시

  •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카이스트에서 열린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정감사

  • 전기차 화재…‘이렇게 탈출 하세요’ 전기차 화재…‘이렇게 탈출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