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그 이유는 직각삼각형의 성질을 알면 간단하다. 밑변의 대각이 직각인 직각삼각형은 그 밑변을 지름으로 하는 원 위에 나머지 한 점 (즉 직각을 이루는 점)은 반드시 지난다. 따라서 지름이 10인 원의 반지름은 5이고 직각삼각형 높이는 그 직각의 점에서 지름까지의 길이로써 당연히 반지름 5를 넘을 수 없다. 그래서 밑변이 10이고 마주보는 대각이 직각인데 그 높이가 6인 직각삼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한 변이 길이가 1이고 넓이가 2인 정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면 정사각형의 넓이는 한 변의 제곱 (그 길이를 두 번 곱한 값)이기에 한 변의 길이가 1이면 그 넓이는 반드시 1x1=1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출제한 의도는 단순한 기계적 계산능력보다는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을 이해하고 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논리적 사고력을 통한 문제해결능력은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당연히 입사사원에서 묻고자 하는 능력이라는 것에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수학의 문제를 가지고 그 능력을 평가할 땐 그 평가가 수학적으로 오류가 없어야 하며, 억울하게 피해 보는 일 또한 절대 없어야 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되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세계적인 기업에서는 더더욱 평가에 오류가 없는지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존재할 수 없는 삼각형에 대해서 그 넓이를 30이라고 답하는 것을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수학적으론 30이라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평소에 자주 접하는 "네가 베토벤이면, 나는 아인슈타인이다"와 같이 지나친 과장으로 반박하는 문장이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은 것과 같다.
주어진 주장이나 문장(이것을 수학에선 참이지 거짓인지 분명하게 구별되는 명제라고 함)을 가지고 이들을 '또는'(논리합), '그리고'(논리곱)를 사용해 연결하거나 그 자체를 부정하여 새로운 명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두 명제를 가정과 결론으로 한 조건문이 있으며, 논리합과 곱, 부정, 조건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명제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수학은 넓이를 계산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만들어진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하거나 참인 새로운 명제를 만들거나 찾는 학문이다.
예를 들면, '2는 짝수이다'와 '2는 소수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1보다 큰 자연수)이다.'라는 주장을 가지고 우리는 '2는 짝수이거나 소수이다' (논리합), '2는 짝수이고 소수이다' (논리곱), '2는 소수가 아니다' (부정), '2가 짝수이면 2는 소수이다' (조건) 등으로 새로운 문장들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가정과 결론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문장(명제)에서는 가정이 참인데 결론이 거짓인 경우에만 그 문장을 거짓으로 여긴다. 그래서 가정과 결론이 모두 거짓인 경우인 "네가 베토벤이면, 나는 아인슈타인이다"는 틀린 주장이 아니며, '사과가 과일이면 사과는 동물이다'이는 틀린 주장이지만, '사과가 동물이면 사과는 과일이다'와 '사과가 풀이면 사과는 동물이다'라는 문장들은 모두 참인 주장이다.
그래서 '밑면에 대각이 직각인 주어진 직각삼각형에 대해서 밑변이 10이고 높이가 6이다'라는 가정 자체가 틀렸기에 결론을 '10이다', '없다', '30이다' 등 어떻게 말하든 흥미롭게도 수학적으론 틀렸다고 여기진 않는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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