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우리는 수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우리는 수학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 있을까?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 승인 2023-03-02 17:13
  • 신문게재 2023-03-03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얼마 전 인터넷에서 마이크로소프트사 입사시험에서 90% 이상이 틀렸다는 입사면접 문제를 접한 적이 있다. 문제는 삼각형의 넓이를 묻는 문제로 다음과 같다. "밑면에 마주보는 대각이 직각인 직각삼각형이 있는데, 밑변이 10이고 높이(밑변에서 그 대각을 이루는 점까지의 길이)가 6일 때, 이 삼각형의 넓이를 구하시오"라는 문제다. 삼각형의 넓이는 밑변 곱하기 높이 나누기 2이기에 이 삼각형의 넓이는 (10x6)/2=30이며 대부분의 면접자는 30이라고 답했는데, 이렇게 답한 면접자들은 모두 오답으로 처리되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직각삼각형의 성질을 알면 간단하다. 밑변의 대각이 직각인 직각삼각형은 그 밑변을 지름으로 하는 원 위에 나머지 한 점 (즉 직각을 이루는 점)은 반드시 지난다. 따라서 지름이 10인 원의 반지름은 5이고 직각삼각형 높이는 그 직각의 점에서 지름까지의 길이로써 당연히 반지름 5를 넘을 수 없다. 그래서 밑변이 10이고 마주보는 대각이 직각인데 그 높이가 6인 직각삼각형은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한 변이 길이가 1이고 넓이가 2인 정사각형은 존재하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면 정사각형의 넓이는 한 변의 제곱 (그 길이를 두 번 곱한 값)이기에 한 변의 길이가 1이면 그 넓이는 반드시 1x1=1이기 때문이다.

이런 문제를 출제한 의도는 단순한 기계적 계산능력보다는 주어진 상황이나 조건을 이해하고 최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해결능력을 평가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논리적 사고력을 통한 문제해결능력은 세계 최고의 기업 중 하나인 마이크로소프트사에서 당연히 입사사원에서 묻고자 하는 능력이라는 것에는 수긍이 간다. 하지만, 수학의 문제를 가지고 그 능력을 평가할 땐 그 평가가 수학적으로 오류가 없어야 하며, 억울하게 피해 보는 일 또한 절대 없어야 한다. 특히, 마이크로소프트와 같이 컴퓨터 프로그래밍과 관련되어 논리적 사고력과 창의력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세계적인 기업에서는 더더욱 평가에 오류가 없는지 정밀하게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존재할 수 없는 삼각형에 대해서 그 넓이를 30이라고 답하는 것을 틀렸다고 할 수 있을까? 흥미롭게도, 수학적으론 30이라고 해서 틀린 것은 아니다. 그 이유는 평소에 자주 접하는 "네가 베토벤이면, 나는 아인슈타인이다"와 같이 지나친 과장으로 반박하는 문장이 논리적으로 틀리지 않은 것과 같다.

주어진 주장이나 문장(이것을 수학에선 참이지 거짓인지 분명하게 구별되는 명제라고 함)을 가지고 이들을 '또는'(논리합), '그리고'(논리곱)를 사용해 연결하거나 그 자체를 부정하여 새로운 명제를 만들 수 있다. 또한 두 명제를 가정과 결론으로 한 조건문이 있으며, 논리합과 곱, 부정, 조건 등을 반복적으로 사용하여 새로운 명제를 만들어 간다. 그리고, 수학은 넓이를 계산하는 것이 아닌 이렇게 만들어진 명제가 참인지 거짓인지를 판별하거나 참인 새로운 명제를 만들거나 찾는 학문이다.



예를 들면, '2는 짝수이다'와 '2는 소수 (약수가 1과 자기 자신뿐인 1보다 큰 자연수)이다.'라는 주장을 가지고 우리는 '2는 짝수이거나 소수이다' (논리합), '2는 짝수이고 소수이다' (논리곱), '2는 소수가 아니다' (부정), '2가 짝수이면 2는 소수이다' (조건) 등으로 새로운 문장들을 만들 수 있다. 그리고 가정과 결론의 조건으로 만들어진 문장(명제)에서는 가정이 참인데 결론이 거짓인 경우에만 그 문장을 거짓으로 여긴다. 그래서 가정과 결론이 모두 거짓인 경우인 "네가 베토벤이면, 나는 아인슈타인이다"는 틀린 주장이 아니며, '사과가 과일이면 사과는 동물이다'이는 틀린 주장이지만, '사과가 동물이면 사과는 과일이다'와 '사과가 풀이면 사과는 동물이다'라는 문장들은 모두 참인 주장이다.

그래서 '밑면에 대각이 직각인 주어진 직각삼각형에 대해서 밑변이 10이고 높이가 6이다'라는 가정 자체가 틀렸기에 결론을 '10이다', '없다', '30이다' 등 어떻게 말하든 흥미롭게도 수학적으론 틀렸다고 여기진 않는다.
윤강준 수리과학연구소 부산의료수학센터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