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그러나 이러한 마키아벨리즘적 관점은 이제 유지되기 어렵습니다. 그동안 '독재자의 몰락' 등 역사에서 벌어진 수많은 변화가 이러한 관점을 설명할 수 없게 만들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아직도 권력을 강압으로 보는 관점이 우리 삶에 스며들어 있으며, 실제 민주주의 체제 내에서도 대통령이나 수상을 비롯한 크고 작은 권력을 가진 사람들의 권력남용의 사례를 확인할 수 있으므로 다시 한번 어떻게, 그리고 왜 권력이 부침(浮沈)하는지를 알아볼 필요성을 느낍니다.
많은 사람이 권력이 무엇인지는 잘 알고 있을 겁니다. 일단 타인에게 영향을 미치는 힘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요? 그러면서 세속적인 표현으로 권력은 좋은 것, 누구나 갖고 싶은 것으로 부러워하지요.
이런 권력을 어떻게 얻고, 유지하는 방법부터 설명해보면, 버클리대 대커 켈트너 교수의 설득력 있는 주장이 있습니다. 그는 "권력이란 쟁취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이에게서 부여받는 것"이라고 하였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어떤 사람에게 권력을 부여하느냐'인데 꼭 정치인이 아니더라도 '저 사람은 나 개인이나 우리 공동체의 삶을 향상할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느낀다면 그에게 권력을 부여할 것입니다.
이는 평판과 관련이 있지요. 그래서 '권력은 곧 평판'이라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권력을 유지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 같은 원리인데, 나에게 권력을 부여한 사람들에게 지속해서 호의를 베풀고 강력한 사회적 공동체를 구성해 나가야 합니다. 달리 말하면 타인에게 관심을 기울이면서, 상식과 순리를 지향하는 실천이 필요한 것이지요. 여기에서도 꾸준히 사회의 발전적 변화를 도모해야 합니다.
그러면 어느 때 권력을 잃게 될까요?
권력의 상실은 '권력남용'의 결과입니다. 권력을 부여받을 때와 권력을 사용할 때 전혀 다른 행태를 보이는 것입니다. 권력을 획득한 사람의 주요 기반이었던 사람들이 그로부터 위협을 느끼거나, 자신들이 무시당하는 느낌을 받을 때부터 권력의 상실은 시작됩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이 탐욕스러워 보이고, 무례하고, 공격적으로 변할 때 실망하게 되지요. 오로지 권력자가 자기감정을 우선시하고 자신의 이익과 입장만을 강조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권력남용이며 권력의 왜곡입니다.
켈트너 교수는 이러한 권력남용은 네 가지 방식으로 진행된다고 하였습니다. 첫째 공감 결여와 도덕적 감성의 해이, 둘째 제 잇속만 차리려는 충동, 셋째 무례와 안하무인의 남발, 그리고 마지막으로 권력을 가진 자신을 남과 다르다는 '내로남불' 식 태도를 보이게 되는 것입니다. 따라서 권력은 우리가 세상에 이바지하는 데 필요한 바로 그 덕목을 훼손하면서 이내 스스로 몰락하게 됩니다.
권력을 다루는 많은 논문에서 권력을 지키는 방법을 조언했는데, 첫째 진정한 권력은 최대 선(善)을 실천하고 확충하는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해야 합니다. 둘째 저 사람들이 나에게 권력을 부여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고, 저 사람들이 권력의 원천이라 생각해야 합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이룬 일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겸손을 유지해야 합니다. 셋째 다른 사람들에게 관대함을 보여야 합니다. 모든 구성원과 권력을 함께 나눠 가져야 하며, 신뢰와 정을 키우고 돈독히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비판을 사랑하라'라는 빌리 그레이엄 목사의 권고도 있듯이, 다른 사람의 말에 귀를 기울이고 아무리 직급으로 아랫사람일지라도 한 사람 한 사람을 존중해야 합니다. 권력은 권력자나 자기 진영 사람이 아닌 우리 모두를 위해 사용해야 하며, 권력은 나눌수록 커지는 것이 만고의 진리입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