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는 입춘 전날 밤인 2월 3일 세쓰분(節分)이 있다. 세쓰분은 원래 춘하추동의 경계에 해당하는 즉, 계절의 시작을 가리키는 입춘·입하·입추·입동을 가리키는 것인데, 그 가운데 봄의 세쓰분은 귀신을 쫓아내는 전통행사로 입춘 전날만을 명절로 쇤다.
세쓰분의 날에 각 가정이나 각지의 신사와 사찰에서 콩을 뿌리며 나쁜 기운을 몰아내는 행사를 진행한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는 세쓰분이 다가오면 미술 시간에 빨간 도깨비의 탈을 만들어서 주로 아버지에게 씌어 준다. 이 빨간 도깨비의 탈을 쓴 아버지를 향해 "악귀는 밖으로 복은 안으로(鬼は外、 福は?)"라는 문구를 외치며 콩을 뿌리는데, 이 콩 뿌리기를 마메마키(豆まき)라고 한다. 콩은 도깨비가 싫어하는 것으로 봄을 맞이하기 전에 악운을 쫓아내고 행운을 부른다는 의미를 담아 뿌리는 것이다.
빨간 도깨비에게 콩을 뿌리는 세쓰분 행사는 지방마다 조금씩 다르다. 필자의 고향인 기후시(岐阜市)카노(加納)에서는 1월 중순이 되면 국도에 7m 정도 되는 너무나도 큰 빨간 도깨비 2마리가 나타난다. 세쓰분 행사를 주관하는 기후시 카노의 신사에서 매년 빨간 도깨비 2마리를 설치하기 때문이다. 설치한 빨간 도깨비는 무서운 얼굴에 큰 뿔 2개가 솟아나 있으며, 호랑무늬의 팬츠를 입고 오른손에는 검정색의 금봉을 들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세쓰분에서 마메마키로 쫓겨나는 도깨비와 달리 국도에 세워져 있는 이 도깨비는 교통안전의 문구가 있는 어깨띠를 하고 있으며 밤이 되면 눈에서 불빛이 나와 국도를 달리는 자동차의 안전을 지켜보고 있다.
필자는 어릴 적에 집에서 기후시내로 가는 길에 세워져 있는 빨간 도깨비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 버스 안에서도 잘 보이는 높이가 7m 정도되는 빨간 도깨비는 세쓰분이 다가오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지금도 7m 정도 되는 도깨비가 나타나는지 궁금해서 인터넷에 알아보니 올해도 도깨비가 나타났다는 뉴스를 발견했다. 이 뉴스를 보면서 알게 된 더 놀라운 사실은 빨간 도깨비의 몸이 31년 전에 만들어졌다는 것이다.
31년 동안 매년 꺼내어 설치되는 빨간 도깨비. 뉴스를 통해서 본 마을을 지켜주는 빨간 도깨비가 너무 반가웠다.
까사이유끼고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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