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사건의 지평선’ 너머 지방시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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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사건의 지평선’ 너머 지방시대로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 승인 2023-02-28 11:24
  • 수정 2023-03-04 13:39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이상훈 교수 수정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가수 윤하가 지난 주 대통령의 '우주경제 개척자와의 대화' 행사에 함께 해서 눈길을 끈다. "하루에 네 번 사랑을 말하고/여덟 번 웃고 여섯 번의 키스를 해줘"(비밀번호 486)"를 노래하는 그녀가 왜? 사실 그녀는 별명이 '우주여신', '천문학 가수'일 정도로 우주에 진심이다. 꿈과 도전의 뉴스페이스 시대를 일찍부터 노래했다. 신비한 우주를 개척하려는 우리 인간의 모임에 상상력을 제공하는 예술이 가세하는 건 당연했다.

'오르트구름' '별의 조각' '하나의 달' 등 우주를 소재로 한 윤하의 노래가 이어지는 가운데, '사건의 지평선'이라는 제목을 보니 그 뜻부터 궁금해진다. 사건의 지평선(Event horizon)은 블랙홀의 경계선을 일컫는다. 일반 상대성 이론에서 나온 개념으로 내부의 사건이 외부에 영향을 줄 수 없게 되는 경계면을 의미한다. 우리가 지평선 너머를 볼 수 없듯이, 사건의 지평선 너머에는 무엇이 있고 또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조차도 알 수 없다. 빛조차도 외부에서 관측되지 않는 블랙홀(Black Hall)이 존재하는 이유다. 결국 사건의 지평선을 경계로 둘은 서로 어떠한 영향도 주고받을 수는 없는 시공간의 분리가 이루어진다.

윤석열 정부는 "지방시대"를 선언했다. 오래전부터 서울은 지방과 시간과 공간이 분리된 채 한줄기 빛을 향해 독주했다. 상대적으로 지방은 사람과 자본, 심지어는 가치까지도 블랙홀 서울로 흡수되어 갔다. 지방의 소멸은 국가의 소멸과 맞닿아 있다. 지방시대 선언은 지방정부가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하는 강력한 지방분권 의지의 표현이다. 지방에 살아도 균등한 기회를 누리는 국가공동체를 만들어서 고요 속에 사라지는 별처럼 속이 텅텅 빈 채로 사라져가는 지방을 살려내고자 함이다. 정치·경제·사회·문화·권력이 서울이라는 블랙홀 속으로 함몰되어 가는 현상을 끝내지 않으면 공멸한다.

그 구제책의 일환으로 국가 시스템을 바꾸고자 하지만 쉽지 않다. 시간과 노력이라는 비용 외에도 몸에 익고 관념에 새겨진 뿌리 깊은 습관 앞에서 도저히 용기를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경찰제도의 경우에도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 경찰청장을 중심으로 전국의 14만 경찰을 하나로 운용하는 국가경찰시스템이 제도를 넘어서 국민의 의식으로 자리 잡아 몸의 일부가 된 듯,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한다. 자치경찰제도가 시행된 지 21개월째를 맞는 오늘의 감회다.



수도권과 지방 사이에는 블랙홀의 경계인 '사건의 지평선'이 엄연히 존재한다. 같은 대한민국이지만 시간과 공간이 점점 더 생경해지고 있는 걸 우리는 피부로 느끼고 있다. 지금 이 순간 자신은 지방에 살지만 자식들은 서울로 보내고 싶어 한다. 공기오염과 교통난이 어떻다고들 하지만 서울이 주는 편익에 모든 가치판단과 행동은 기-승-전-서울이다. 언론매체는 지평선 너머에서 벌어지는 서울에서의 일을 시시각각 리얼하게 옮겨준다. 올림픽대로에 차가 막힌다는 사실이 동네일보다 중요하게 전달된다. 서울로의 삼투압 방향을 결정짓는 농도의 절대량은 여간해서는 극복하기 어려워 보인다.

우주산업은 통신, 기상예보, 재난관리 등에서 우리 인류에게 한 차원 높은 삶을 가져다 줄 것이다. 우주산업이 미래 우주경제의 무한한 가치와 가능성을 열어주듯, 건국 이래 면면히 이어져 온 지방정부로의 분권을 본질로 하는 지방자치와 자치경찰제 논의를 보다 확장하고 진전시킬 필요가 있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새롭게 열어젖히면 주민이 중심 되는 지방자치와 국가균형발전의 무한 가치와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사건의 지평선' 가사 말처럼, "여긴 서로의 끝이 아닌/새로운 길모퉁이/익숙함에 진심을 속이지 말자". 진정 그래야 한다. 그래서 사건의 지평선을 넘자. 이제 정책결정자들은 지방시대 국가경영의 의미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 제도에 대한 익숙함의 농도가 결코 만만치 않아서 현재의 삼투압 방향을 돌리고 서울과 지방, 두 공간이 평형에 이르게 하는 작업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서울만큼 지방도 세상의 중심이 되어야 한다. 새로운 길모퉁이에서 진심을 속이지 않아야 조직논리를 극복할 수 있다. 이상훈 대전대 경찰학과 교수·대전자치경찰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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