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도 범천동에 있는 일반차량정비단 부지는 부산의 중심지인 서면과 붙어있어 활용도가 높은 지역이다. 필자가 부산에 근무할 때 그 일반 차량정비 기능이 축소되어 그 부지 활용을 더 높이기 위해 경부선 주례쯤에서 범일역까지를 철거하고 가야선으로 돌리거나 지하화하는 안을 만들어 제시한 적이 있다. 또 우리나라 최대 철도 물류화물을 소화했던 부산진역의 기능이 부산신항역으로 이전하여 역할이 대폭 축소되어 역구내 부지를 개발하자고도 했다. 부산항 개발과 함께 부산진역 북항 방면을 포함하면 더 넓은 노른자 땅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대전에 살면서 갑천은 서울의 청계천보다 먼저 정비되어 정말 깨끗하고 좋다. 반면 약간만 고개를 돌려 대전천 방면으로 오면 확연히 다르다. 천변 양쪽에 도로가 있어 불편하기도 하지만 대전천 주변은 정말 아까운 하천부지를 잘 활용하고 있지 못한 것 같다. 최근에는 대전천 중앙을 가로지르는 대전선에 대전천교 개량사업을 하고 있다. 이것을 볼 때마다 과연 대전 시내 중앙을 가로지르며 있는 이 철도가 필요한가? 호남선이 처음 건설될 때 일본인들이 호남의 곡창지대 양곡을 부산항으로 실어 나르기 위해 호남선을 대전역에 연결한 것인데 지금은 그 기능이 상실하였고, 개량사업을 위해 임시폐선이 되기 전까지도 하루에 서너 번 다닐 정도의 대전선 아니었던가? 차라리 그 선로의 레일을 철거하고 도심 공원길로 만들면 얼마나 좋을까?
대전에서 철도시설은 대전차량정비단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1980년대 옛 용산과 인천차량정비 시설이 이전돼 오면서 생긴 신탄진 철도차량정비단은 당시 현대식 직원 숙소인 아파트까지 들어섰다. 그 아파트 부지는 꽤 넓기도 하지만 40년이 넘어 좁고 노후가 심해 재건축을 해야 하는데 아직도 감감무소식이다. 그뿐 아니라 대전조차장은 화차 및 객차의 조차를 위해 넓은 부지에 터를 잡고 있지만 ktx와 여객열차의 표준화 운행, 화물열차의 직통운행 등으로 조차장 역할이 대부분 사라져버렸는데도 넓은 부지에 레일만 잔뜩 깔려 그대로 점령하고 있다. 아마도 대전조차장 부지만 잘 정비해도 대전엔 도심 한복판에 새로게 개발할 토지가 꽤 될 것이다. 대전엔 충청권 철도건설과 도시철도 2호선 건설에 여론이 집중되어 있어 이런 철도 부지 활용방안은 생각지도 못하고 있다. 이번 기회에 이런 부분도 함께 검토하여 철도선로도 정비하고 도심개발의 새로운 땅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야 할 것 아닌가?
요즘은 묏자리도 집과 도로와 인접하여 접근하기 좋은 곳이 명당이라 한다. 사람이 거주하고 생활하는 땅은 역시 역세권을 최고로 꼽는다. 철도 역사 주변의 땅은 활용도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다. 민자역사는 선상에 짓고 있는 판인데 철도주변과 역사주변의 넓은 부지는 돌아보지 않는 것을 보면 답답하다. 용산 철도차량정비단 부지가 개발됐다면 용산역과 그 주변 지형이 어떻게 되었을까? 백년대계를 보고 철도선로 주변과 기능이 축소되거나 사라져가는 설비를 정리하여 그 황금의 땅들을 잘 활용하자. 다만 부지 매각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지속 수익을 낼 수 있는 지분확보 방법을 택해서 철도운영자들에게 미래의 이익까지 가져다 줄 수 있도록 하자. 철도 부지가 지역개발의 명당이다. 이 명당 땅들을 다시 돌아 보자.
반극동 철도전문칼럼니스트·철도전문인재뱅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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