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선양의 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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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선양의 귀환

방원기 경제부 차장

  • 승인 2023-02-27 10:46
  • 수정 2023-02-27 10:58
  • 신문게재 2023-02-28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방원기 경제부 차장
"끝내주는 거 준비했으니 기다려주세요." 충청권 대표 주류기업 맥키스컴퍼니는 주저앉은 매출액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항상 이렇게 답했다. 절대 함구했다. 슬쩍 알려줄 만도 한데 일말의 단서도 주지 않았다. 이미 소주 시장은 대기업 제품들에 점령당했다. 단순하게 제로 칼로리로 맞서기엔 부족했다. 그렇다고 뉴트로 전략을 내세우기엔 그간 고집했던 초록 소주병을 바꿔야 했다. 병 자체가 달라지면 생산 라인을 다시 짜야 한다. 기업에겐 분명한 부담이다. 뭘까.

국가기밀처럼 숨겨놓은 신제품이 등장했다. 발표 자료를 받아보곤 눈이 휘둥그레졌다. 제로 칼로리와 뉴트로 모두를 집약시켰다. 여기에 도수도 국내 최저 14.9도다. 이름도 '선양'이다. '이제우린' 소주 형님 격인 '선양' 소주는 맥키스컴퍼니의 과거 사명이다. 제대로 준비한다더니 진짜를 내놨다.

병부터 눈이 간다. 기존 초록색 소주병에서 내부가 훤히 보이는 투명한 병으로 변화했다. 현존 소주 업계 중 유일하게 크라운 캡을 적용했다. 맥주처럼 오프너를 이용해 개봉한다. 짧고 둥글둥글한 모습이 재밌다. 알코올 도수를 국내 최저인 14.9도로 낮췄다. 소주 업계 최저 열량인 298kcal를 구현했다. 용량은 360ml다. 50주년을 거치며 축적된 소주 제조 전문 기술력이 함축됐다는 게 맥키스컴퍼니 측의 설명이다.

신제품 공개 이후 관심은 지대했다. 전국 최초 최저 도수, 최저 열량이라는 타이틀을 내걸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 눈총도 있다. 소주가 이렇게 도수가 낮아서야 소주 같겠냐는 쓴소리다.



도수가 낮으면 어떤가. 취하고 싶다면 선양 한 병 마실 거 두 병 따면 지역인재를 위한 장학금도 두 배로 늘어난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지역을 위해 환원하는 지역 기업의 제품을 마실 때마다 충청이 발전하는 셈이다. '이제우린' 소주 한 병에 5원씩, 같은 배에서 출산한 자식인 '선양'도 5원씩 적립된다. 장학금이 얼마나 기부됐을까. 최근 3년간 '이제우린' 소주 판매를 통해 7억 3000여 만원이 기탁됐다. 두 말 하면 입 아픈 계족산 황톳길 조성에도 매년 10억씩 들인다. 입장료도 없다. 무료로 개방 중이다.

맥키스컴퍼니는 '선양'으로 승부를 걸었다. 옛 향수를 불러일으킬 선양의 귀환이 충청뿐만 아니라 전국으로 확산하길 기대한다. 그간의 맥키스컴퍼니 행보로 봤을 땐 전국 단위로 뻗어 가면 지역 발전을 위한 상생 확대가 충분하다. 이왕 한잔할 거라면 식당이던, 집이던, 테이블 위에 '선양'이 돌아왔음을 자랑스럽게 올려놨으면 한다. 3월 2일 출시하는 선양이 1년 뒤 '금의환향'이라 표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대한다. 충청의 술이 전국에 퍼지며 출향인도 상대에게 자랑스럽게 권할 수 있었으면 한다. 먼 길 잘 돌아왔노라. 축배를 드는 날을 기다린다.
방원기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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