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사)소비자시민모임 감사·공학박사 |
"허리가 아프다"고 호소하는 환자에게 의사들이 꼭 추천하는 운동이 걷기다. 걷기는 신이 내린 최고의 건강 선물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연구를 통해 과학적 효과가 입증됐다. 미국 UC샌디에이고 연구진은 하루에 1000보 걸을 때마다 당뇨병 위험이 6% 낮아진다는 것을 밝혀냈다. 미국의사협회 신경학회지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매일 3800보만 걸어도 치매 위험을 25%까지 줄일 수 있다. 이렇듯 우리 건강 지키기에 훌륭한 약이 어디 있겠는가. 서양 의학의 선구자인 히포크라테스는 "걷기는 인간에게 가장 좋은 약"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러나 이른 새벽에 일어나 몸을 움직이는 행동이 마냥 쉽지는 않다. 옷을 챙겨입고 문을 열고 나가기까지는 마음을 다잡아야 한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다양한 핑계와 나름의 합리적 이유를 갖다 댄다. 비가 와서, 추워서, 피곤해서, 어제 과음을 해서 못 나가노라고. 변화하려면 결단이 필요하다. 누군가는 긍정적인 의미로 또 다른 누군가는 부정적인 의미로 받아들일 것이다. 나 또한 마찬가지다. 그동안 내 삶 속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변화들을 마주할 때마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지 몰라 당황스러워하며 힘들어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분명 배울 점들은 존재했고, 그것들을 통해 한층 더 성장할 수 있었다. 게다가 때로는 예상치 못한 기회들도 찾아왔다.
이런 경험은 세상을 보는 나의 관점을 바꿔놓았다. 과거와는 달리 어떤 변화든 배움의 기회라고 생각하게 된 것이다. 이렇듯 삶 속에서 내게 찾아오는 크고 작은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오롯이 내 선택의 몫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이런 선택의 기로에 놓이는 순간이 자주 찾아온다. 그로 인해 인생의 방향이 결정되기도 한다. 따라서 지금 당장 눈앞에 놓인 갈림길에서 올바른 선택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후회 없이 살기 위해선 최선의 선택을 하도록 노력할 수밖에.
이때 필요한 자세가 변화하고자 하는 열린 마음이다. 변화는 절대 쉽지 않은 행동이기 때문이다. 변화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는, 내가 이미 만들어 놓은 고정관념이다. 고정관념이라는 틀에 갇혀 있으면 시야가 좁아져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기가 어렵다. 그러므로 늘 유연한 사고방식을 갖고 다양한 관점에서 바로 보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좀 더 객관적이며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결국, 생각의 과감한 전환이 필요하다.
모든 변화는 녹록지 않다. 무의식적인 저항이나 변화에 두려움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발전을 향한 나의 발걸음을 멈출 수 없다. 내가 만들어 놓은 안전지대를 과감히 박차고 나와 변화와 마주해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무엇이고, 그 틀이 나의 삶에서 어떻게 반응하고 있는지 살펴봐야 한다. 그것을 면밀하게 살핀 다음, 생각의 전환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가져야 한다. 나에게 '걷기'는 오늘보다 성장한 내일을 맞이하는 마음 가짐이다.
빗속을 걸으면, 후각이 깨어나고 촉각이 살아난다. 몸으로 하는 풍부한 경험이다. 도시의 냄새에 집중하며 걸으면, 익숙한 주변 환경을 다르게 기억할 수 있다. 우리가 사는 도시의 냄새는 계속 바뀐다. 계절에 따라, 날씨에 따라, 시간에 따라 모두 다르다. 또 쓰레기를 주우며 걷는 방법도 있다. 요즘 인기를 끌고 있는 '플로깅'이다. 건강도 챙기고 자연도 깨끗하게 할 수 있다. 일정한 주기로 코스를 달리하며 걸으면 새로운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이런 다양한 방식을 통한 걷기가 새로운 모험으로 다가온다. 오늘도 사색하며 걷기 좋은 길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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