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대전시 행정자치국장 |
돌아오는 3월 8일은 지역 최초의 민주화 운동이자, 충청권 유일의 국가기념일인 제63주년 ‘3·8민주의거’ 기념일이다. 1960년 3월 대전고등학교를 중심으로 지역 고등학생 1600여 명이 자유당 정권의 독재와 부정부패에 항거해 거리로 나섰던 지역의 역사로 대구 2·28 민주운동, 마산 3·15의거와 함께 4·19 혁명의 도화선이 됐다는 평가를 받아 2018년 국가기념일로 지정되어 매년 정부 주관으로 기념식을 개최해 오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소위 '모른다'는 것이다. '지역 최초의 민주화 운동', '충청권 최초의 국가기념일'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이를 아는 시민들은 아직 많지 않다. 오히려 3·8민주의거를 담은 지역 독립 영화 '대전, 1960'이 미국 플로리다 포트로더데일 국제영화제와 스페인 마르베아 국제영화제에 공식 경쟁작으로 선정되는 등 외부에서 더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대전의 시민이자 공직자로서 부끄러움을 느낀다.
역사는 단순히 과거에 있었던 사실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의 밑그림이다. 과거를 등한시하고 내부적 갈등 속에 분열할 때 일어났던 가슴 아픈 역사를 우리는 알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가장 많은 외침을 받은 나라이자, 한국전쟁이라는 동족상잔을 비극 속에 여전히 북한과 총구를 맞대는 전시상황에 처해 있다. 3·8민주의거의 가치는 폭력과 불의에 항거했던 저항의 역사이며, 항상 사회적 상황을 주시하고, 똑같은 불행이 반복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
이에 대전시에서는 3·8민주의거의 역사적 가치를 시민과 공유하고 민주의거 정신의 계승·발전을 위해 중구 선화동에 '3·8민주의거 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상설·기획전시실과 민주도서관, 소강당 등이 포함되어 있으며, 지난해 연말 착공해 2024년 3월 8일 개관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특히 '민주적 자각에서 우러난 위대한 첫걸음, 3월의 푸른함성'이라는 주제로 유물조사와 자료 수집을 마쳤으며, 3·8민주의거 역사 스토리텔링과 디지털 체험형 콘텐츠로 전시관 구성도 진행 중이다.
물론 기념관이라는 건물 자체로 민주의거 정신의 공유·확산이라는 건립 목적의 완성을 의미하지는 않겠지만, 역사적 위상에 걸맞은 내실있는 운영과 결합하면 중부권을 대표하는 역사 교육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1960년 3월 8일 대전에는 자유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어린 학생들의 거대한 함성이 울려 퍼졌다. 세월이 지나 주인공들은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져 가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민주주의 역사에서 3·8민주의거가 가지는 위상과 정신은 다음 세대를 통해 계속 이어져 나가야만 한다.
3·8민주의거 기념관 건립을 시작으로 대전시가 3·8민주의거의 역사적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하는 데 앞장서겠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 드리며 오는 3월 8일 예순 세 번째 푸른함성에도 귀 기울여 주시길 기대해 본다.
/이성규 대전시 행정자치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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