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부인과 전문의 이한범 대덕구의사회장이 진료수가 정상화부터 분만실 운영에 필요한 지원을 당부했다. |
대전 대덕구의사회장이면서 산부인과를 운영 중인 이한범 원장은 24일 중도일보를 만나 지금이라도 산부인과에 분만·수술실을 지킬 수 있는 제도가 제시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한범 원장은 "건강하게 분만해 새 생명의 탄생을 이끌고 지켜보는 일은 산부인과 의사에게도 가장 큰 보람"이라며 "저 역시 한 달에 한 두 번의 출산이 있을 때까지 분만실을 운영하며 아이를 받았으나, 위험은 커지고 병원 운영도 어려워 결국 분만·수술실을 닫을 수 밖에 없었다"라고 회상했다.
이어 "주변 산부인과 의사들 역시 생명 탄생의 분만·수술실 만큼은 포기하고 싶지 않아 마지막까지 지키다가 문을 다는 사례가 대다수"라고 설명했다.
대전 산부인과 전속 전문의 수를 보면 2019년 말 199명에서 2022년 3분기 193명이었고, 산부인과 의원을 기준으로 2020년 말 44곳에서 2022년 3분기 41곳이다. 통계만 보면 대체로 산부인과가 비슷한 전문의 인원과 의원 수를 유지하는 것 같으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이 원장은 "실제 진료내용은 산부인과 진료보다 피부미용이나 비만 치료를 위주로 진료를 보고, 산부인과 전문의가 요양병원이나 타 진료과목으로 개업하고 있다"라며 "주변을 돌아보면 신규 산부인과 개원이 극히 드물다는 것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전에 대학병원에서도 전공의를 받지 못해 최근까지 산부인과 응급 환자를 진료할 수 없는 상태였던 곳도 있었다. 문제는 어디서부터 시작된 것일까.
이 원장은 "분만실을 운영하며 산모의 출산을 돕고, 신생아를 돌보는 데에 인력과 시설 등의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나 건강보험의 수가는 극히 낮아 손실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라며 "손실 비용을 비급여 진료에서 그나마 충당했고,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가 이뤄졌으나 이 역시 실제 비용에 못 미치는 수준으로 돌파구가 보이지 않는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지역사회에 안정적 의료환경을 유지하는 것은 결국 주민들의 건강권과 복지로 이어지는 것으로 진료 수가 정상화와 지자체부터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 원장은 "수술실 운영에 따른 소방, 환기시설, 비상 발전기 등에 규제 완화나 설비 보조금이 시행되면 산부인과에 분만·수술실 폐쇄를 예방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불가항력적 사고에 대해 국가가 보상 등의 대책을 세워 전공의가 필요한 수준까지 양성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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