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문 경제부 차장 |
단순한 경제적 지원만으로는 기업의 지방 이전이나 잡아두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이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이라는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 기업이나 인력을 지원하는 지역 발전의 버팀목이 될 금융회사를 구축하겠다는 것. 사실 충청권은 '지방은행'에 오랫동안 목말라 있었다. 1997년 발생한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사태와 맞물려 충청지역 지방은행은 각각 하나은행과 조흥은행(현 신한은행)에 흡수되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이후 지방은행 설립에 대한 꾸준한 움직임은 있었지만, 사업모델의 불확실성, 투자자 확보 어려움 등으로 지역 내에서 충분한 공감대를 이끌어 내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대전니 단순한 '지방'을 넘어 기업을 지원하는 '기업금융중심은행' 설립을 내세우면서 새로운 기대감을 불어넣고 있다. 기업금융 중심 은행은 대전의 주요 산업인 방위산업과 나노·반도체산업, 항공우주산업 등은 물론 첨단산업의 유망한 기업을 육성하는 금융사다. 대전시는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과 기술을 보유한 지식집약 도시 대전의 혁신성장을 촉진하기 위해 신산업·신기술에 대한 투자가 필요하다고 보고 맞춤형 벤처투자 전문 금융기관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기업금융중심은행은 1983년 실리콘밸리 내 혁신 벤처기업 발굴·육성을 위해 설립된 금융기관인 미국 실리콘밸리은행그룹(SVB)을 모델로 했다. 설립 이후 3만 개가 넘는 벤처기업에 직·간접 투자하면서 미국 실리콘밸리 벤처 성공신화를 이끈 주역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국민들은 고금리와 고물가로 빚에 허덕이는데 은행들은 돈잔치를 벌여 비난 여론이 거세게 일었다. 금융그룹들이 금리 상승에 수혜를 입으며 역대 최고 실적을 기록 성과급 잔치를 벌인 것. 여기에 최근 희망퇴직으로 1인당 6~7억원, 많게는 10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안겼다. 집값 폭등에 위기감을 느껴 빚을 내 집을 산 영끌족이나 코로나19로 대출로 버텨 온 소상공인·영세 자영업자, 국제경기 불황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 등 많은 국민들의 박탈감이 클 수 밖에 없다. 기업금융중심은행을 추진 중인 대전으로서는 호재다. 은행의 경쟁을 촉진할 방안을 수립하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금융당국이 금융권 새판짜기에 돌입한 만큼 이번 기회를 잡아 지역에 기업을 지키고, 모셔올 수 있는 지역 경제 버팀목이 될 '기업금융중심은행'을 모두가 함께 만들어야 한다.
이상문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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