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키호테 世窓密視] 작가의 아전인수 주장

  • 오피니언
  • 홍키호테 세창밀시

[홍키호테 世窓密視] 작가의 아전인수 주장

"글 잘 쓰시는 아버지를 사랑합니다"

  • 승인 2023-02-2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드디어 나의 다섯 번째 저서가 출간되었다. 그래서 요즘은 정신없이 바쁘다. 주변 지인들과 언론 등을 대상으로 하는 홍보는 기본이며, 다음 주에는 난생처음으로 출판기념회도 예정돼 있다.

어제도 그 홍보의 일환으로 어딜 가느라 중앙로 목척교 근방의 모 패스트푸드점 앞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1번 직행버스로 환승하고자에서였다.

난방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 앉으면 따뜻한 버스정류장 의자에 내 또래의 남자가 만취하여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다. 그런데 입성을 보니 남루하기 이를 게 없었다.

더욱 보기 민망했던 건 흰 바지 아래로 훤히 보이는 그 남자의 똥과 오줌 범벅이었다. 절로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저 사람은 대체 무슨 곡절로 이 추운 겨울에 안온한 집을 나와 저기서 저러고 있을까….



최근 이런 기사를 모 신문에서 봤다.

= "저는 70대 노인입니다. 남편과 사별한 후 아들과 둘이 살고 있어요. 그런데 아들은 언제부터인가 화를 내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저를 향해 욕설까지 하더군요. 심지어 아들이 던진 물건에 맞아 얼굴과 팔까지 멍이 들었습니다.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길 했더니 '노인학대'라며 신고를 하라더군요. 하지만 그러면 세상에 하나 있는 아들이 범죄자로 낙인이 찍힐까 두려워 그러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

우리나라는 이미 심각한 고령화사회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에 따라 노인과 어르신들의 사회적 지위는 낮아지고 부정적 인식은 반대로 높아지고 있다. 세대 간의 갈등 또한 심화되고 있음을 쉬이 발견하게 된다.

노인학대는 매년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친족에 의한 노인학대 건수가 가장 높은 비율로 나타나고 있다는 게 중론(衆論)이다.

그럼에도 쉬쉬하는 건 내 가족이 주변 사람들에게 망신을 당할까봐, 혹은 법의 처벌을 받으면 어쩌나 싶은 조바심이 작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처럼 자녀가 부모를 학대함에도 불구하고 참기만 하다가는 그 피해는 더욱 가중된다는 데 있다.

노인학대 신고자의 신분은 노인복지법 제39조6 제3항에 의거해 비밀이 보장된다고 한다. 노인학대의 유형은 신체적 학대, 정서적 학대, 성적(性的) 학대, 경제적 학대 뿐 아니라 유기(遺棄)와 방임(放任)도 있다.

노인학대는 가정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인 범죄라는 인식이 필요한 즈음이다. 노인학대가 발생하는 경우, 노인보호전문기관이나 경찰서 또는 국번 없이 전화 1577-1389로 하면 된다.

조선 중기 문신이며 시인이었던 송강 정철(鄭澈)은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벗어 날 주오 / 나는 젊었거니 돌이라 무거울까 / 늙기도 설워라커늘 짐을 조차 지실까』라며 사람이 늙어가는 것에 대한 안타까움과 슬픔을 시조를 통해 담아냈다.

사적 영역이지만 이번에 발간한 나의 다섯 번째 저서는 그동안 발간한 네 권과 달리 출간 전에 처음으로 딸에게 수정과 교정 작업을 부탁했다. 그래서 출간의 어려움을 새삼 인식한 딸은 책이 나오기도 전부터 10권의 선주문(先注文)을 하기까지 했다.

"글 잘 쓰시는 아버지를 사랑합니다"라면서 아들 역시 '노인'인 나를 우대한다. 주변에서 "어떻게 하면 글을 잘 쓸 수 있으며 책까지 낼 수 있냐?"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이에 대한 나의 대답은 불변하다.

"책을 많이 읽으면 자연스레 글이 써지고 종당엔 책까지 내게 됩니다." 그 말에 첨언하자면 책을 낼 정도가 되면 가족으로부터도 노인학대는커녕 존경까지 받게 된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드는 노파심인데 어제 버스정류장에서 본 그 남자의 추레한 모습은 혹시 노인학대에서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이는 물론 작가의 어떤 아전인수(我田引水) 당위성 주장이다.

홍경석/ 작가. <두 번은 아파 봐야 인생이다> 저자

홍경석 두아빠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