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대전시농업기술센터 운동장에서 대전시선관위 관계자들이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농기계로 기표용구의 점복모양을 만들며 부정선거 척결 및 투표참여 캠페인을 하고 있다. 이성희 기자 token77@ |
본격적인 조합장선거 운동이 시작된 23일 만난 대전 한 조합장 후보 A씨가 한 말이다. 이날 기자가 만난 조합장 선거 후보자 A씨는 유세를 위해 분주했다. 조합원 전화번호도 알 수 없고 호별 방문도 할 수 없어 전전긍긍했다. 조합장 출신이 아닌 후보자 A씨는 명함도 나오지 않은 채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리고 있었다.
후보자는 선거운동 기간 중 전화를 이용해 직접 통화하거나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할 수 있으나, 후보자가 선거운동을 위해 선거인 집을 찾아가거나 특정 장소에 모이게 하는 행위는 금지된다. 또, 공직 선거와 달리 조합장 선거에선 후보자 배우자나 선거인의 선거운동도 제한된다.
이날 선거운동이 시작되며 후보자들이 분주하게 유세를 펼치고 있는 가운데, 선거운동에 대한 각종 제약으로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한 선거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현직 조합장은 직무활동을 통해 조합원의 연락처를 확보할 수 있고, 평소에도 업무상으로 조합원과 접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후보자 A씨는 "선거 운동을 하고 싶어도 저를 처음 뵙는 유권자들은 대부분 회피한다"며 "이에 지역에서 오랫동안 터를 잡고 농사를 지었던 후보보다 민원을 이유로 조합원을 평소에 자주 만날 수 있는 현직 조합장이나 도시에서 일했던 조합 직원이 유리한 구조"라고 토로했다.
가짜 조합원 문제도 불거지면서 실제 농민을 위해 일할 수 있는 후보가 조합장이 돼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에서 농사를 짓는 조합원 B씨는 "퇴직 후 조합원이 되기 위한 최소 요건만 갖추고 선거에 나온 후보가 농민으로선 탐탁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농사를 짓지 않으면서 조합원이 되기 위한 최소 조건도 갖추지 못한 유권자가 조합원 자격을 유지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무자격 조합원은 적지 않았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어기구(충남 당진) 의원이 발표한 '연도별·지역별 무자격 조합원 현황' 에 따르면 첫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지기 직전 해인 2014년 말 대전 무자격 조합원은 1049명이나 됐다.
이들은 현직 조합장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선거라고 입을 모은다. 대전에선 지역 최초 10선에 도전하는 김의영 대전원예농협 조합장, 7선을 바라보는 류광석 조합장 등 현직 조합장의 다선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선관위는 유권자 알 권리를 보장하고 선거운동 자유를 확대하기 위해 △후보자 초청 정책토론회 신설 △조합의 공개행사 시 정책 발표 신설 △후보자에게 선거인 전화번호 제공근거 신설 △선거인의 선거운동 제한적 허용 등의 내용을 담은 개정의견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다.
이유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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