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人칼럼] 성공한 축제에는 리더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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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人칼럼] 성공한 축제에는 리더가 있었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 승인 2023-02-22 09:46
  • 수정 2023-02-22 09:47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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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성 교수
필자는 그동안 수많은 지역축제에서 추진위원, 자문위원, 총감독, 평가연구, 콘텐츠개발연구 등을 수행하면서 성공하는 축제에 대한 몇 가지 성공 요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지역축제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축제 리더의 명확한 비전과 안정적이고 전문적인 추진체계, 고유하고 독창적인 주제, 프로그램과 인프라, 주민참여 유도 등 5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이 중에 가장 중요한 것이 축제를 이끌어나가는 리더의 리더십이다. 축제 리더는 축제를 통해 지역의 이미지와 지역경제를 변화시킬 수 있다는 분명한 비전을 제시하고 구체적인 목표와 로드맵을 가지고 축제를 추진해야 한다.

대전에는 지역 소주회사의 사회공헌으로 탄생한 '계족산 맨발축제'가 있다. 계족산 맨발축제는 가족과 함께 14.5km의 숲속 황톳길을 맨발로 걷고 달리면서 다양한 체험을 하는 세계 유일의 맨발문화축제이다. 흙길을 맨발로 걷거나 달리면 자연스러운 자극으로 질병 예방 및 치유 효과는 물론 스트레스 해소 등 정신적인 건강에도 큰 도움이 된다. 공연과 다양한 체험이벤트 등 자연의 아름다움과 문화적 감동을 함께 느낌으로써 에코힐링의 진수를 체험하는 친환경 축제이다.

대전 향토기업인 맥키스컴퍼니의 회장인 조웅래 회장은 2006년 계족산 황톳길을 조성 후 14년째 겨울을 제외하고는 매년 2,000여 톤의 황토 흙을 뿌리며 관리를 했다.



황톳길이 만들어진 데에는 재미있는 이야기가 있다. 2006년 조웅래 회장은 지인들과 함께 계족산을 찾았다가 하이힐을 신고 온 여성에게 운동화를 벗어주고 돌길을 맨발로 걷게 되면서 맨발로 걷는 느낌을 잊을 수 없어 '보다 많은 사람과 맨발의 즐거움을 나눠보자'라는 생각했다고 한다. 그 와중에 '맨발로 걷다가 상처가 생기면 어떡하나?'라는 고민의 해결책으로 황톳길을 깔겠다고 마음을 먹었다. 그렇게 만든 황톳길의 길이가 14.5㎞에 이른다. 이제는 연간 100만 명이 방문하는 대표 관광지가 되었다.

충남에는 귀농인의 신념으로 성공한 '칠갑산 얼음 축제'가 있다. 겨울에는 '칠갑산얼음축제'를, 여름에는 같은 장소에서 '세계조롱박축제'를 여는 충남 청양 알프스마을. 이 마을은 정부나 지자체 지원금을 한 푼도 받지 않고 전국제일의 마을축제 1번지로 자리매김했다. 유명 가수나 연예인은 한 번도 부른 적이 없다.

알프스마을 원래 이름은 청양군 정산면 천장리다. 천장처럼 높아서 천장리라 불렀다 한다. 이 알프스마을운영위원회 황준환 위원장은 "먹고 살기 힘든 산골 마을이다. 아무리 둘러봐도 돈이 될 만한 환경과 조건이 안됐다"며 "마을 구석구석 돈 될 자원을 찾아 나섰다"고 말했다. 눈에 들어온 게 마을 옆 칠갑산 실개천. 북향이어서 겨우내 눈이 녹지 않았다. 황 위원장은 주민들을 설득해 이곳에 얼음축제장을 만들었다. 현수막 25장을 만들어 국도변에 걸었다. 축제 기간에 1만 여 명이 마을을 찾았고 주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러나 군밤 등 농산물을 싸게 팔아 3800만 원이라는 적자를 기록했다. 주민들의 시선은 싸늘했고 민심은 두 패로 갈라졌다. 황 위원장은 오다가다 들리는 축제에서는 '돈을 안 쓴다'는 관광객들의 심리를 깨달았다. 얼음축제장을 찾은 관광객들이 숙박하며 먹고 체험할 수 있는 환경과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아이들을 '하이디'로 변신시켜 마을 캐릭터로 내세웠고 칠갑산과 알프스를 접목해 마을 이름을 '알프스마을'로 지었다. 황 위원장은 "우리가 살아남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안주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것밖에 없다"고 말한다.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은 몬트리올 출신의 공연 및 도시 축제 기획자 알랭 시마르 에 의해 탄생했다. 1977년 시마르는 동료들과 함께 스펙트라 센 이라는 에이전시를 세웠다. 이는 후에 예술가들의 에이전시이자 각종 문화 행사를 조직하는 기업 레키프 스펙트라로 발전했다. 스펙트라 센은 몬트리올을 무대로 여러 예술가들이 동시에 공연을 펼치는 음악 축제를 만들고자 했다.

이들은 1979년 여름에 첫 번째 축제를 개최하려 했으나 자금 부족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대신 생드니 극장에서 이틀 밤 동안 키스 재럿과 당시에는 무명이었던 팻 머시니의 공연을 열었다. 이듬해인 1980년, 마침내 라디오 채널·CBC·스테레오의 제작자인 알랭 드 그로스부아와 라디오퀘벡의 지원으로 제1회 몬트리올 국제 재즈 페스티벌이 개최됐다.

이 행사는 세계 20여 개국에서 2000명이 넘는 음악가가 참여한다. 공연을 감상하고 축제를 즐기기 위해 이곳을 찾는 방문객 수는 매년 200만 명에 가깝다.

공연 기간 TV와 라디오 중계도 함께한다. 이처럼 많은 사람이 몰려들기 때문에 야외공연이라도 있는 경우 도심 곳곳의 교통이 차단된다. 공원 잔디밭부터 자그마한 클럽, 대형 공연장에 이르기까지 장소를 가리지 않고 곳곳에서 공연이 벌어지고 도시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인다. 명실공히 세계 최대 규모의 재즈 페스티벌이라 할 수 있다. 성공한 축제에는 열정과 신념으로 어려움에도 물러서지 않는 축제 리더가 있었다.

/이희성 단국대 정책경영대학원 문화예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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