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미 차장 |
모든 아이는 인공수정으로 태어나 유리병에서 자란다. 지능의 우열만으로 직업군이 배정돼 선택 결정권도 없다. 낭만의 대표 문학인 시(詩)는 야만인의 전유물이고 '소마'로 표현되는 마약은 문명인에게 일정 주기로 지급되는 각성제로 등장한다. 멋진 신세계는 그저 상상만 했던 먼 미래를 향한 반어적 제목이다.
체코의 작곡가 안토닌 드보르자크의 교향곡 제9번 '신세계로부터'는 1893년 뉴욕에서 쓰였다. 일부에서는 인디언을 모티브로 했다는 설도 있으나 아메리카 대륙의 광활한 자연과 대도시의 활기찬 모습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것이 정설이다.
실제로 드보르자크 또한 "미국을 보지 않았더라면 이런 교향곡을 쓸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혁명 뒤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미국의 모습을 실제로 접했던 경이로움, 정반대로 고향 체코를 그리워하는 마음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지면서 세기의 교향곡이 탄생했다.
올더스 헉슬리의 '신세계' 그리고 드보르자크의 '신세계'는 같은 미지의 세계를 꿈꾸는데 비관과 낙관이라는 정반대의 목적지에 도달하게 된다. 작가의 염세적 상상력, 작가의 경탄적 상상력이 극과 극의 신세계를 유산으로 남긴 셈이다.
뜬금없이 신세계와 관련된 짧은 지식을 꺼내보았다. 신세계(新世界)는 풀이 그대로 그대로 개척지, 신대륙을 뜻한다. 유토피아, 낙원, 무릉도원과 결이 비슷해 보이지만 신세계는 무조건 긍정의 의미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을 우리는 헉슬리의 소설에서 경험했다.
개인적으로 정치야말로 신세계가 아닐까 싶다. 정치가 관여하지 않는 세상은 없고, 정치의 영향력은 파장의 범위를 제한할 수 없다. 또 그 끝이 낙관일지 비관일지 예측도 할 수 없다는 점에서 우리가 만드는 세상이 바로 신세계가 된다.
우리나라 정치는 하루가 멀다고 소란을 넘어 난맥상의 정치를 보여준다. 삶의 모든 것이 정치라서 정치가 보여준 역사의 과오가 너무 커서 괴롭다. 혹자는 정치는 끝났다 하고 혹자는 여전히 정의로운 정치의 시대가 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2024년 4월 총선까지 413일. 긴 시간이 아니다. 우리는 과연 어떤 신세계로 향하게 될까. 신세계를 만들어 가는 건 오롯이 우리의 선택이다. 그 끝이 디스토피아든지 유토피아든지.
이해미 정치행정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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