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자 : 七(일곱 칠) 縱(늘어질 종, 용서할 종) 擒(사로잡을 금)
출 전 : 三國志演義(삼국지연의) 蜀書 諸葛亮傳(촉서 제갈량전)
비 유 : 상대방을 자유자재로 요리하는 재주를 비유.
제갈량(諸葛亮)이 북쪽의 위(魏)나라 정벌을 계획하고 있는데, 남만(南蠻/ 남쪽의 오랑캐 나라)의 맹획(孟獲)이 반란을 일으켰다. 제갈량은 북벌(北伐)을 하기 전에 배후를 평정하려고 맹획을 정벌하기로 결정했다.
출전(出戰)에 앞서 마속(馬謖)이 제갈량에게 진언했다.
"어리석은 소견이 있으니 승상께서는 헤아려 들으시기 바랍니다. 남만은 멀리 떨어져 있는데다 산세가 험준한 것을 믿고 복종하지 않은지가 이미 오래되었습니다. 비록 이번에 격파한다 해도 내일이면 또다시 배반할 것입니다. 승상의 대군이 이르면 저들은 틀림없이 복종할 것입니다. 그러나 군사들이 돌아와서 북쪽의 조비(曹丕)를 정벌하러 갈 것이므로, 만병(蠻兵/ 남쪽 오랑캐 군사)들이 우리나라에 군사들이 없다는 것을 알면 재빨리 쳐들어 올 것입니다. 따라서 용병을 하는 데는 마음을 공략하는 것이 상책이며, 성을 공략하는 것은 하책입니다.
심전(心戰)이 상수요 병전(兵戰)은 하수이니, 바라건대 승상께서는 그들의 마음을 복종시켜야 할 것입니다."
제갈량이 감탄하여 말했다.
"참으로 유상(幼常/ 마속)은 내 폐부를 꿰뚫어 보는구나!"
제갈량은 즉시 마속을 참군(參軍)으로 삼고 대군을 통솔하여 곧장 진격해 나아갔다.
제갈량은 작전을 전개하여 맹획을 쉽게 생포했고, 맹획은 억울하다며 자신을 놓아준다음 다시 싸워서 지면 깨끗하게 항복하겠다고 했다. 제갈량은 맹획을 풀어 주었다. 제갈량이 맹획을 놓아 보내자, 지켜보던 여러 장수들이 물었다.
"맹획은 남만의 괴수(魁首)입니다. 이제 다행히 사로잡아 남방이 겨우 평정되었는데, 승상께서는 무슨 생각으로 놓아주십니까?"
공명이 웃으며 대답했다.
"내가 맹획을 사로잡는 것은 주머니 속의 물건을 꺼내는 것만큼이나 쉬운 일이오. 맹획이 진심으로 항복하면 남만(南蠻)은 저절로 평정될 것이오."
맹획은 또 생포되었지만 여전히 불복(不服)했다. 제갈량은 또 맹획을 풀어 주었다가 다시 사로잡곤 했는데, 그러기를 무려 일곱 차례나 했다. 마침내 감복한 맹획은 진심으로 승복하면서 더 이상 대항하지 않았다. 제갈량은 맹획에게 촉한(蜀漢)의 관직을 주었는데, 나중에는 어사중승(御使中丞)에까지 이르렀다.
이는 아주 유명한 고사이며,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제갈량의 칠종칠금(七縱七擒)은 전투의 명장면 중 하나이며, 능력 있는 지휘관의 자신감과 용서, 베풂, 그리고 진정한 복종 등의 교훈을 일깨워 준다.
전략적인 면에서도 제갈량의 원대한 전략을 알 수 있다.
즉 후방이 불안한 전선은 전쟁을 치룰 수가 없다. 그 이유는 후방에 적을 두게 되면 양쪽에서 적을 상대해야하기 때문에 전력을 분산해야 하고 지휘관의 지휘통제가 분산되어 지휘부담이 있는 것이다. 따라서 후방의 적이 완전히 복종하여 우리 편이 되기 전까지는 심히 불안한 전투를 해야 되기 때문이다.
이에 능력이 탁월한 제갈량은 자신만만한 심리적 상태로 임했다. 이미 적의 작전이나 전력의 강약을 파악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유는 원정 간 군대가 적장을 잡아놓고 다시 싸워보자는 말에 그렇게 하자고 하며 풀어주는 바보 같은 지휘관이 있겠는가! 제갈량이 몇 번을 싸워도 이길 수 있는 자신감은 적을 완전히 알지 못하면 생각할 수 없는 것이다.
그 다음의 교훈은 적지(敵地)의 민간인에 대한 신뢰구축일 것이다.
만약 이기고도 주민의 협조가 없으면 장기전을 치룰 수가 없기 때문이다. 주민과의 유대강화는 전쟁을 이기고 잔여 항쟁의 불씨를 없애 버리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제갈량은 자신의 탁월한 지휘통솔 능력이 아니더라도 사전에 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사안을 완벽하게 조치해놓고 치룬 전투이기 때문에 백전백승이 가능하였다.
손무는 손자병법 제3편 모공(謀功)편에서 '知彼知己百戰不殆, 不知彼而知己一勝一負, 不知彼不知己每戰必殆.(지피지기백전불태, 지피이지기일승일부, 부지피부지기매전필태/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도 위태롭지 않다. 적을 알지 못하고 나를 알면 한 번 이기고 한 번 진다. 적도 모르고 나도 모르면 싸울 때마다 반드시 위태롭다.)'라고 했다.
경쟁자의 잠재력이 어느 정도인지 몰라도 나의 강점과 취약점을 제대로 파악하고 있다거나, 알고 있다면 승산의 반(半)정도는 확보할 수 있다. 왜? 적을 아는 것보다 나 자신을 제대로 아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요, 승리는 내가 만들어 가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적을 알지도 못하고 자기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조차 파악하지 못하면서 승리를 꿈꾸는 어리석은 자에게 승리는 영원히 찾아오지 않을 것이다.
欲勝人者 必先自勝(욕승인자 필선자승)
남을 이기고자 하면 반드시 먼저 자신을 이겨야 한다.
장상현/인문학 교수
장상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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