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 대전시립무용단 단원창작 'New Wave in Daejeon'-창작의 숲, 사유로 거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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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리뷰] 대전시립무용단 단원창작 'New Wave in Daejeon'-창작의 숲, 사유로 거닐다

이주영 무용평론가

  • 승인 2023-02-21 09:47
  • 정바름 기자정바름 기자
단원창작 포스터
지난 2월 11일 대전시립무용단 단원창작 'New Wave in Daejeon' 포스터
국·시립무용단은 프로다. 직업단체 단원의 일차적 소임은 무용수지만 안무자로서의 역할도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전문무용단에서 단원으로서 자신의 이름을 걸고 안무를 한다는 건 춤의 아이덴티티를 부여받는 성스러운 일이다. 대전시립무용단(예술감독 겸 상임 안무자 김평호)은 2023 대전시립무용단 기획공연Ⅰ'NEW WAVE IN DAEJEON'을 통해 미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 이번 공연(2023.2.11, 대전예술의전당 앙상블홀)에는 총 다섯 작품이 무대에 올랐다. 그 주인공은 육혜수, 김임중, 이지영, 임희정, 이윤정, 서예린 등이다. 각 작품에 출연한 무용수들은 안무의 색깔을 명징하게 담아 내 '새로운 물결'로 무대를 출렁이게 했다. 객석도 기분 좋게 호응한다.

공연이 시작되면 거친 숨소리가 춤 공간을 사유한다. 육혜수 안무 및 출연의 '사유의 숲'이다. 인생은 때마다 문장부호로 기호화된다. 이 작품은 현과 타악의 연주, 줄, 보자기 등의 오브제 사용, 움직임과의 적절한 조우를 통해 춤으로 고백한다. 때론 대화한다. 사유라는 명제를 숲이라는 주체이자 객체에 투영해 숨과 쉼의 마디를 지성적으로 담아냈다. 자연의 숲이 사유의 강을 지나 인생의 숲길을 거닌 철학성이 돋보인다.

이주영 프로필 사진_04
이주영 무용평론가
시간을 무대에 담는다는 것은 보통 이상이다. 무용은 시간과 공간의 지난한 투쟁이자 풀어야 할 난제이기도 하다. 김임중 안무에 김임중, 이유라가 출연한 'ABOUT TIME'은 감정과 서사를 시간의 흐름 속에 병치하기도 하고, 때론 상치시킨다. 침잠과 분사의 교집합이자 합집합이다. 가방을 들고 무대 외곽을 거니는 모습, 남자를 따라 이동하는 여자의 발걸음 속에는 멈춤과 전진, 전진과 멈춤이 삶의 신호등을 받는다. 남녀 듀엣으로 풀어낸 시간의 이중주는 인생이란 여행길에 나서는 모든 이들에게 '오늘', '지금'이란 시곗바늘을 향한다. 시간과 삶, 순간과 영원을 직조시킨 무대다.

인생은 순간을 마주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지영, 임희정 안무 및 출연작인 '나의 순간을 마주하다'는 찬찬히 그려내는 맛이 상당하다. 자아와 타자, 가까워지기와 멀리하기, 필연과 우연 등 양가성(兩價性) 강한 특질을 2인무로 구현했다. 모순과 균형이란 시소를 두 여자 무용수는 순간, 순간을 포착해 나간다. 즉흥과 규칙의 호응을 움직임 위주로 담아냄으로써 정한(情恨)의 정서에 이른다. 한국 춤이 지닌 성정을 모던한 움직임으로 치환해 삶의 성정까지 추출해냈다. 낯설게 하기와 낯익게 하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나의 순간을 마주한 시간이다.



이윤정 안무 및 출연, 유미선, 김민종, 장재훈, 정지욱, 나소연, 김연지 등이 출연한 '有잼冬冬'은 '재미'라는 제재를 주제로 이끌어 낸 카타르시스 강한 작품이다. 웃음 코드를 작품에 투영해 재미 이상의 재미를 도출해 내고자 한 것은 심각함을 넘어선 유희의 존재 이유 상정이다. 여러 작품이 군무를 통해 구현된다. 불협화음은 화(和)의 본(本)에 어느새 가까이 가 있다. 작품 중간중간 객석에서의 웃음소리는 이 작품에 대한 화답이다.

마지막 작품은 서예린 안무 및 출연의 '戀戀 연연 (고풀이)'다. 꽹과리(복성수), 징(김기석), 장구(배진모), 북(이현수), 태평소(하은비), 판소리(이설아) 등이 연주와 소리로 함께했다. 사랑하는 할머니께 바치는 영혼에 대한 송가(送歌)요, 송무(送舞)다. 연(戀)이란 마음을 '고'라는 움직임으로 쓴 춤 편지다. 대칭(시메트리·symmetry)을 통해 물리, 시간, 공간, 움직임을 자유롭게 한 것은 이번 공연의 성과다. '생(生)과 사(死)의 대관식(戴冠式)'은 엄숙하되 자유로웠다.

이번 대전시립무용단의 '단원창작' 무대는 창작이란 숲을 사유 속 춤을 통해 보여준 시간이다. 다음 번 새로운 물결을 기다려 본다. 춤이다. /이주영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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