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11일 대전시립무용단 단원창작 'New Wave in Daejeon' 포스터 |
공연이 시작되면 거친 숨소리가 춤 공간을 사유한다. 육혜수 안무 및 출연의 '사유의 숲'이다. 인생은 때마다 문장부호로 기호화된다. 이 작품은 현과 타악의 연주, 줄, 보자기 등의 오브제 사용, 움직임과의 적절한 조우를 통해 춤으로 고백한다. 때론 대화한다. 사유라는 명제를 숲이라는 주체이자 객체에 투영해 숨과 쉼의 마디를 지성적으로 담아냈다. 자연의 숲이 사유의 강을 지나 인생의 숲길을 거닌 철학성이 돋보인다.
이주영 무용평론가 |
인생은 순간을 마주하는 과정의 연속이다. 이지영, 임희정 안무 및 출연작인 '나의 순간을 마주하다'는 찬찬히 그려내는 맛이 상당하다. 자아와 타자, 가까워지기와 멀리하기, 필연과 우연 등 양가성(兩價性) 강한 특질을 2인무로 구현했다. 모순과 균형이란 시소를 두 여자 무용수는 순간, 순간을 포착해 나간다. 즉흥과 규칙의 호응을 움직임 위주로 담아냄으로써 정한(情恨)의 정서에 이른다. 한국 춤이 지닌 성정을 모던한 움직임으로 치환해 삶의 성정까지 추출해냈다. 낯설게 하기와 낯익게 하기를 동시에 보여준다. 나의 순간을 마주한 시간이다.
이윤정 안무 및 출연, 유미선, 김민종, 장재훈, 정지욱, 나소연, 김연지 등이 출연한 '有잼冬冬'은 '재미'라는 제재를 주제로 이끌어 낸 카타르시스 강한 작품이다. 웃음 코드를 작품에 투영해 재미 이상의 재미를 도출해 내고자 한 것은 심각함을 넘어선 유희의 존재 이유 상정이다. 여러 작품이 군무를 통해 구현된다. 불협화음은 화(和)의 본(本)에 어느새 가까이 가 있다. 작품 중간중간 객석에서의 웃음소리는 이 작품에 대한 화답이다.
마지막 작품은 서예린 안무 및 출연의 '戀戀 연연 (고풀이)'다. 꽹과리(복성수), 징(김기석), 장구(배진모), 북(이현수), 태평소(하은비), 판소리(이설아) 등이 연주와 소리로 함께했다. 사랑하는 할머니께 바치는 영혼에 대한 송가(送歌)요, 송무(送舞)다. 연(戀)이란 마음을 '고'라는 움직임으로 쓴 춤 편지다. 대칭(시메트리·symmetry)을 통해 물리, 시간, 공간, 움직임을 자유롭게 한 것은 이번 공연의 성과다. '생(生)과 사(死)의 대관식(戴冠式)'은 엄숙하되 자유로웠다.
이번 대전시립무용단의 '단원창작' 무대는 창작이란 숲을 사유 속 춤을 통해 보여준 시간이다. 다음 번 새로운 물결을 기다려 본다. 춤이다. /이주영 무용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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