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사기(詐欺)에 관하여 (2)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

1. 법률사무소를 개업한 무렵 친절한 전화 한 통을 받았다. 주요 포털사이트에 사무실을 등록하고 직원을 구하고 집기를 사는 동시에 상담과 서면 작성 등으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던 때였다. 자신들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단체로서 지역별로 신규 업체를 엄선해서 광고비를 지원한다는 제안이었는데, 유명 포털사이트 최상단에 고정 노출해 주고 키워드 광고와 홈페이지 개설도 해 준다며, 실제로 "지원"받았다는 다른 변호사의 홈페이지도 소개해 줬다. 개업한 지 얼마 안 된 내가 건실한 줄 어떻게 안다는 건지, 내가 변호사라서 우대받는 건지(그렇다면 정말 건실한 영세업체들의 기회를 앗는 건 아닌지) 여러 의문이 머리를 스쳤지만, 조곤조곤한 말투의 그는 정말 좋은 기회임을 끈질기게 강조했고, 개업한 사람의 조바심과 개업 초기의 온갖 피로함을 다 겪고 있던 나는 알겠다고 하였다. 최소한의 '회선료'는 부담하셔야 한다는 말을 흘려듣고 5년치 회선료 기백여만원을 카드결제하기까지는 순식간이었다. 뭐라뭐라 쓰여진 전자계약서는 이메일로 와서 제대로 읽어보지도 않았다.

사기를 당한지도 모른 채 며칠을 보내고 나서야 요새 유행하는 마케팅 사기에 당한 것을 깨달았는데, 이를 바로잡기 위하여 카드사 및 위 업체(?)와 벌였던 세세한 과정을 여기 다시 회상하기는 너무도 (창피하고) 괴롭다. 나의 경우엔 카드사의 협조는 전혀 얻지 못하였고, 진상 고객이 되는 건 순식간이었으며, 그나마 천만다행히 해당 업체와 이야기가 잘 되었다는 점만 밝혀둔다. 이것이 오늘 2부의 서막을 열 마케팅 사기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법원이나 수사기관의 실무상으로 업체가 반드시 사기죄로 처벌받거나 소비자가 결제대금을 전액 환불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업체가 새벽 시간대에라도 일시적으로나마 광고를 노출해 주거나 홈페이지를 어설프게라도 즉시 개설해 버리는 등 불완전하지만 의무를 일부 이행해버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또한 사업자가 업체를 상대로 소송을 할 시간에 차라리 생업에 집중하기로 하는 등 소액다수의 피해형태가 많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이 경우 보통 위약금 조항이 있는데, 이러한 위약금 장사만 성공해도 업체는 가성비 좋은 범죄수익을 올리게 된다. 소상공인들은 물론이고 필자를 비롯한 많은 변호사, 의사 등 전문직들도 버전을 약간 달리할 뿐 비슷한 방식의 마케팅 사기에 당했다는 것도 이 무렵 알게 되었다. 마케팅 사기에 당했다면 즉시(며칠 내로) 카드사에 호소해서 결제취소를 유도할지, 소비자원에 신고할지, 아니면 내용증명이나 형사고소 등 강경조치를 취할지를 녹취록 등 객관적인 증거자료와 함께 법률전문가에게 상담받아 대응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 본인의 과실도 있음을 인정하고 약간의 위약금을 감수하며 조정할지도 포함해서.

2. 피싱사기범행은 전기통신수단 등을 통해 개인정보를 낚아 올린다는 뜻으로 개인정보(private data)와 + 낚시(fishing)의 합성어이며, 사기죄나 공갈죄로 형사처벌된다. 피싱을 신조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로 필자가 사법연수원을 수료한 2009년 당시에도 각종 보이스피싱이 대성행했었는데, 요즈음에도 수상한 거동을 눈여겨본 은행원의 미담이라든지 보이스피싱 조직에 가담한 경찰관이라든지 피싱을 막기 위한 이동통신사의 기술발전에 관한 내용 등 보이스피싱에 관한 여러 기사가 여전히 화두인 걸 보니 앞으로도 보이스피싱이 진화하면 했지 줄어들지는 않겠다는 생각이다. 피해자 중에 경찰관이나 법조인도 꽤 있을 정도로 수법이 정교해지고 있다. 최근에는 법조인, 특히 검사를 사칭하여 계좌가 대포통장으로 이용되어 조사가 필요하다며 카카오톡으로 수사협조공문과 검사신분증을 전달하고 계좌정보를 제공받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그러나 최근에는 누구나 법조인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어서 법조인 사칭이 쉬운데다가 무엇보다 이러한 방식의 수사는 없다는 점을 명심하라. 보이스피싱은 경찰청, 금융감독원(1332) 및 금융회사에 지급정지를 신청하고 사이버수사대에서 사건사고사실확인원을 발급받는 게 우선이다. 다음에는 로맨스피싱 내지 로맨스스캠에 대해 다루어보려고 한다.

윤인섭 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