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식 농협중앙회 태안군지부장 |
조합장선거가 갖는 의미를 설명하자면 네 가지 정도로 얘기해 볼 수 있겠다. 첫째, 조합장선거는 조합원의 뜻과 의견을 대신하여 실천하는 '조합의 대표자'를 선출하는 절차다. 둘째, 조합장선거를 통해 조합장은 농협의 대표자로서의 '정당성'을 갖게 된다. 따라서 합법적이고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조합원으로부터 선택받아야만 떳떳하게 조합장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셋째, 조합장선거를 통해 조합원은 '조합에 대한 통제자' 역할을 수행한다. 넷째, 조합장선거는 '조합원의 정치참여'다. 조합원은 선거를 통해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수행하고, 자연스럽게 조합의 정책결정과정에 참여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방점이 찍혀야할 키워드는 바로 '주인의식'이다. 선거를 통해 선출된 조합장이 어떠한 경영 방침과 철학을 가지고 조합을 운영하느냐에 따라 조합원이 주인인 협동조합의 미래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조합장은 지역 사회의 리더 중 한 사람으로서 농업·농촌과 농업인을 대표하는 역할을 수행하므로 높은 전문성과 도덕성이 요구되기 마련이다.
조합원으로서의 '주인의식'을 저버리고, 조합장에게 요구되는 필수 역량에 대한 평가를 배제한 체, 혈연, 학연, 특히 금연(금품에 의하여 연결된 인연)에 휘둘려 나의 소중한 한 표를 허비하는 어리석음을 언제까지 반복할 것인가?
1987년 대한민국을 뒤덮었던 민주화 열기 속에서, 1988년 농협도 직접 조합장을 선출하는 직선제를 도입하면서 이른바 '민주농협'의 역사가 시작된 이후 35년 동안, 조합장 직선제는 '민주적 통제'라는 협동조합 운영원리의 근간을 이루고 있다. 이렇게 짧지 않은 '민주농협' 역사에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금권선거로 대표되는 불법선거 소식을 접할 때 마다 농협의 한 구성원으로서 안타까움과 부끄러움을 금하기 어렵다.
오는 3월 8일, 4년 만에 치러지는 제3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를 앞두고 농업인 조합원의 '주인의식'이 다시 시험대에 올랐다. 어떤 후보자를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판단은 조합원의 몫이다. 다만 그 판단에 이르는 과정은 공정해야 할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조합원 자신과 자신이 주인인 협동조합이 감당해야 한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김상식 농협중앙회 태안군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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