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지법 형사12부가 21년전 국민은행 강도살인사건은 이승만이 주도해 권총을 사용했다고 판단하고 이승만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
대전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나상훈)는 17일 국민은행 강도살인 혐의로 기소된 이승만에게 무기징역과 위치추적장치 20년 부착 그리고 이정학에게는 징역 20년과 위치추적장치 10년을 각각 선고했다. 이승만과 이정학은 2001년 12월 21일 오전 10시께 대전 서구 둔산동 국민은행 지하주차장에서 현금을 수송하던 은행 출납과장에게 권총을 발사해 숨지게 하고 현금 3억 원을 빼앗아 달아났다. 사건 발생 21년만에 검거된 이들은 범행을 누가 계획하고, 피해자에게 누가 권총을 쏘았는지 엇갈린 주장을 하며 자신은 주범이 아니라고 부인해왔다.
재판부는 이정학이 했던 진술에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하고 이승만을 주범으로 본 검찰의 공소장에 모두 유죄를 선고했다. 먼저, 범행당시 38구경 권총을 발사한 범인은 두 손으로 총을 움켜쥐고 조준 사격해 피해자를 사망케 했는데, 이정학은 군을 면제받아 총기를 다룬 경험이 없었으나 이승만은 전방부대에서 실탄사격 경험이 있어 범행당시 피고 이승만이 실제 총을 쐈다고 판단했다. 또 사건 당시 피해자 중 생존한 목격자의 증언에 따르면 사망한 피해자가 양도성예금증서 등 중요 서류가 든 007가방을 마지막까지 빼앗기지 않으려 저항하는 가운데 총이 발사됐는데, 총을 쏜 범인이 007가방을 가져갔을 것이라고 증언했다. 경찰 조사에서 이정학은 현금수송용 덩치 큰 가방을 차에 싣는 역할을 맡았을 뿐, 이승만이 007가방을 가져간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이승만은 경찰에 처음 검거된 직후 모든 혐의를 인정했으나 어느 순간 진술을 번복하며 이정학과 대질조사를 요구하는 등 진술의 신빙성이 낮은 것으로 재판부는 판단했다.
특히, 이 사건으로 인해 사망한 은행 출납과장이 은행 직원으로서 직무에 충실해 강도를 예방하려는 선의와 정의로운 행동을 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21년 만에 범인이 검거돼 실체가 드러난 사건에서 당시 목숨을 잃은 피해자에게 사법부가 전하는 21년 만의 위로 메시지다.
나산훈 재판장은 "사망에 이른 피해자는 은행 직원으로서 성실하게 강도를 예방하고자 정의롭게 직무에 충실한 모습을 보였다"라며 "재물을 취득할 욕망으로 목숨을 앗아가는 범행으로 유가족의 용서를 받지 못했다"라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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