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티이미지 제공 |
고물가 시대다. 전기, 가스, 대중교통 요금 등 모든 물가가 줄줄이 인상됐다. 1년 새 폭등한 난방비 청구서가 뉴스에 나오는 촌극도 벌어졌다. 현재 소비자물가지수가 외환위기 이후 최고치라고 한다. 코로나 19로 서민들은 하루하루 버티며 살아왔다. 거기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불안한 세계 정세로 물가까지 치솟아 서민의 고통은 끝모를 줄 모른다. 10년 전엔 과자 한 아름을 사도 5천원이 안됐다. 이제 천원 김밥은 옛말이고 분식집 라면도 5천원이다. 마트에 가면 물가 상승 체감도를 실감한다. 지난 주말 대기업 슈퍼마켓에 갔다가 얇게 자른 생연어 160g 짜리를 집었다 도로 놓았다. 9990원이었다. 훈제 오리도 한 팩에 1만6900원. 재작년엔 6900원이었는데. 한우 국거리는 1만4900원. 나 혼자 한끼 먹을 분량이다. 내 월급으론 선뜻 사기 힘든 가격이다.
박봉의 월급쟁이인지라 절약이 몸에 뱄다. 조금이라도 싼 값에 사려면 발품을 많이 팔아야 한다. 동네 마트와 재래시장, 회사 근처 마트가 대상이다. 우리 동네엔 마트가 두 곳이 있는데 거기선 주로 과일을 산다. 신선도가 약간 떨어지거나 못난이 과일을 파격가로 팔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엔 대봉시 한 상자에 2만원 하는 걸 9900원에 사서 알차게 먹었다. 나중엔 6900원에 팔아 웬 떡이냐 싶었다. 갈색 점이 생긴 바나나도 쏠쏠하고 귤도 득템하는 경우가 많다. 금요장터는 농수산물이 제격이다. 시골에서 직접 가꾼 농산물을 가져와 팔기 때문에 싱싱하고 덤도 많이 준다. 배는 서대산 아래 과수원 할아버지, 여름철 참외는 경상도 아저씨, 나물이나 청국장은 금산 진산에서 오는 아주머니, 생선은 씩씩하고 싹싹한 열혈청년…. 아침마다 수제 요거트를 먹어서 우유도 자주 산다. 유통기한이 얼마 안 남은 우유를 30~40% 할인하는 곳이 있다. 치즈도 마찬가지. 나의 짠내 나는 소비는 올해도 계속될 것 같다.
국민일보는 지지난해 가을 '빈자의 식탁-한국의 저소득층은 무엇을 먹고 사나'라는 기획 시리즈를 보도했다. 이 기사는 저소득층의 밥상을 생생히 보여줬다. 지난해엔 <매일 같은 밥을 먹는 사람들>이란 책으로도 나왔다. 일주일 동안 거의 라면만 먹거나 하루 두 끼 혹은 한끼만 먹는 사람들. 과일을 몇 년 동안 먹어보지 못한 여성. 물에 설탕만 넣은 국수를 먹는 중년의 사내. 먹고 싶은 걸 먹지 못하고 참아야 하는 빈곤의 사각지대에 놓인 사람들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것은 괴로웠다. TV 먹방 프로그램에선 출연자들이 돼지갈비나 솥뚜껑만한 스테이크를 야수처럼 먹어치우고 먹고 난 초밥 접시는 산더미다. 한 쪽에선 배터지게 먹고 한쪽에선 굶주린 배를 부여잡고. '빈자의 식탁'에 나왔던 사람들은 지금 어떻게 먹고 살까. 라면 값도 올랐는데. 나아졌으면 다행이지만 더 나빠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한번 무너지면 일어서기 힘든 세상이다. 약자에게 냉혹한 윤석열 정부에선 더더욱. <지방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