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프로스포츠에서 '용병'의 의미는 절대적이다. 한 해 농사의 성공 여부에 비유한 '용병 농사'라 부를 정도다. 최근 들어선 '용병'이라는 단어가 부정적인 인식을 준다 하여 '외국인 선수'라는 말로 통용되기도 한다.
국내 스포츠팀이 '용병'을 고용하는 이유는 국내 선수들이 갖지 못한 체구와 유연성을 갖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보다 앞서 프로스포츠를 도입한 나라들은 실력이 검증된 선수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대개는 치열한 경쟁에서 밀리거나 기타 다양한 사유로 자국 리그에서 뛰지 못하는 선수들을 고용한다.
프로야구 한화이글스는 이번 겨울 이적시장에서 외국인 투수 '버치 스미스'의 11년 치 병원 기록을 조회했다. 지난해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으로 홍역을 치렀던 한화는 같은 아픔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선수의 과거 부상 이력까지 세밀하게 살폈다. 투수 비중이 큰 야구의 경우 선발투수 부상이 미치는 영향력은 적지 않다. 용병에 대한 비중이 큰 팀은 팀 전체가 흔들리기도 한다.
대전하나시티즌은 과거 시민구단 당시 외국인 선수 선발 과정에서 심각한 병력을 발견하고 이를 취소한 바 있다. 부상이 아닌 지병의 경우 겉으로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정밀한 검사를 거치지 않은 이상 발견하기 어렵다. 간혹 자신의 병력을 숨기고 들어왔다. 시즌 후 병력이 발견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대부분 단체 생활이 많으므로 자칫 전염성이 있는 병을 갖고 들어올 때 팀 전력에 치명적인 손실을 입힐 수 있다.
용병들은 외국에서 오기 때문에 언어와 문화적인 차이로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특히 언어와 음식은 용병들이 극복해야 할 가장 큰 장벽이다. 감독이나 선수 간의 갈등도 대부분 문화적인 차이에서 비롯된다. 반면 특유의 개방적이고 활발한 성격으로 팀 분위기를 이끌어 가는 용병들도 있다. 여자 프로배구 KGC인삼공사의 엘리자벳은 경기마다 절반에 가까운 공격 성공률을 보인다. 몇 차례 부상으로 팀 전력에서 이탈하기도 했지만, 긍정적인 마인드와 밝은 미소로 동료들을 안심시키는가 하면 특유의 근성 발휘하며 용병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달 말 K리그 개막을 시작으로 오는 4월에는 프로야구가 개막한다. 우리 지역 연고 팀인 한화이글스와 대전하나시티즌도 새 외국인 선수들을 영입해 반등을 꾀하고 있다. 먼 타국에서 '코리안드림'을 꿈꾸고 있는 외국인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2023시즌 대전 대표팀들의 선전을 기원해본다.
금상진 기자 jodp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