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고단 정상에 서면 모든 산이 물결친다/ 망망대해에 떠 있는 돛단배처럼 나 홀로 하염없는 것이다/정상에 오른다는 것은/그러므로 물결치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그 거대한 물결로 초라한 돛단배를 나아가게 하는 것이다
우리는 한 개인의 몸이란 한계 내지 제약을 가지고 있다. 어쩌면 초라하기 그지없다. 그러나 몸을 움직이게 만드는 마음에는 어떤 실존적 한계도 없다. 거대한 물결로 비유될 수 있다. 그리고 그 마음이 지금 세상을 요동치게 한다.
지금 세상의 흐름은 구약성서에 나오는 바벨탑을 세우려는 인간의 물결치는 마음에 비유되지 않을까 싶다. 마치 하늘 꼭대기에 있는 전지전능한 신의 자리라도 넘보는 마음 수준이다.
학자들은 인류가 두 가지 큰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고 한다. 하나는 인공지능(AI)으로 대변되는 4차 산업의 대전환기이고, 또 하나는 전 지구적 재앙이다. 이번에 미국 오픈AI라는 회사에서 시험판으로 공개한 ChatGPT는 그야말로 세계적인 화제의 중심이다. 채팅창에 질문하면 단순히 검색결과를 내놓는 수준이 아니고, 마치 인간처럼 사고하듯 대답을 내놓는다. 일부 과학자들은 AI기술이 특이점까지 왔다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 기술이 더 고도화되어 로봇에 이식되면 미래는 로봇이 뉴 휴먼이 될 지도 모른다. 또 한편에서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은 제3차 세계대전의 대리전이라는 말이 나오고, 미국 핵과학자회(BAS)는 핵위협을 감지하며 지구종말시계를 100초에서 90초로 앞당겼다고 한다. 튀르기예·시리아 지진 사태를 보면서 안타까운 마음과 함께 향후 기후변화의 역풍이 세상을 또 어떤 나락으로 떨어뜨릴지 두려운 마음까지 든다. 사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세상을 꽁꽁 얼어붙게 만든 팬데믹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이런 변곡점을 경제학적 시각에서 달리 보는 이들도 있다. 세계가 상대주의적 다양성과 상호 경쟁적 경제관계를 유지하다 변곡점을 지나며 독점적 절대우월주의로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주의, 러시아의 핵강대국으로서 핵위협은 마치 반지의 제왕 영화에 나오는 악의 제왕 사우론의 '절대반지'를 차지하기 위한 다툼처럼 보인다. 이런 파괴적인 모습으로 절대 제왕에 오르는 걸 누가 반길 수 있겠는가.
비단 정치뿐만 아니라 과학기술분야에서도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 탄생하여 지금은 범접할 수 없는 꼭대기에 오른 구글이나 아마존, 페이스북 같은 거대 IT기업들을 보면 절대반지를 차지한 모습이다. 이번에 오픈AI와 같은 기업도 AI분야에서 독보적인 존재가 될지 모른다.
세상에 어떤 기업이나 독재자도 독점적 위치에 오르는 것이 블루오션(상호경쟁이 없는 대양)이란 절대반지를 차지하는 걸로 착각할 지 모르지만 달리 생각해 보면 그 대양에는 파괴적인 물결이 요동치기 시작한다. 아마 공산주의의 유령보다 히틀러의 망령이 깨어날지 모른다.
이런 시기에 우리의 마음가짐에 대해 물어볼 수 밖에 없다. 파괴적인 물결에 동요될 것인가. 아바타에 나오는 명대사 'I see you(당신을 봅니다)'처럼 상호존중과 공존의 대사를 나눌지 말이다. 이것 또한 인공지능 ChatGPT에 물어봐야 할까?
김재석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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