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초대석] 부석사 관음불상은 국가유산 회복 의미…해외 흩어진 백제문명 재조명부터

[중도초대석] 부석사 관음불상은 국가유산 회복 의미…해외 흩어진 백제문명 재조명부터

반환소송 10년 함께한 원우스님·이상근 이사장
시효취득 인정 시 약탈문화재 환수 더 어려워져
전쟁 상황 건물 기준돼 동일성 판단 아쉬워
국외 한국문화재 27개국 22만9000점 달해
일본 41% 가장 많고 도쿄박물관 4000여점

  • 승인 2023-02-14 08:25
  • 신문게재 2023-02-14 9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인터뷰4
서산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국내 반환운동을 전개 중인 원우스님과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이 대전 광제사에서 만나 관련 소송과 문화재 국외 반출에 대해 대화하고 있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이 국내에 반입됐을 때부터 한결같이 제자리에 관음상을 봉안하고자 불상 곁을 지킨 이들이 있다. 일본 쓰시마 간논지 사찰을 직접 찾아가 불상을 상실한 감정을 위로해 자발적 반환을 요청하고, 일본 언론의 견제에도 불구하고 수시로 도쿄박물관 등을 탐색해 빼앗긴 우리의 국가유산을 찾는 일을 멈추지 않고 있다. 서산 부석사 주지를 역임하고 현재 대전 광제사에서 부주지로서 수행 중인 원우 스님과 이상근 (재)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을 계족산광제사(주지 범우스님)에서 만나 대화를 나눴다. <편집자 주>



-서산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을 국내에 봉안하자는 반환 청구소송에 국민적 관심이 높은데 무엇 때문이라고 보나?

▲원우스님=불상 복장물에서 나온 결연문에 따르면 1330년 고려 말에 불상이 처음 봉안되었고, 정성을 모았던 32명의 시주자 이름이 적혀 있다. 돌쇠라고 불리었을 석이(石伊)을 비롯해 돼지를 쳐서 생계를 이었을 시수(豕守) 등 성이 없는 천민(賤民)으로 보이는 이름도 여럿 섞여 있다. 당시 서산 주민들이 계층 구분 없이 한마음으로 유대를 다짐하며 관음상을 조성하고 봉안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서산에서는 오래전부터 부석사의 불상은 일본에 있다는 이야기가 입에서 입으로 전해져 지금까지 구전되는 것도 그러한 근원이 있기 때문이다. 2007년 대학원에서 문화재를 전공해 공부해 관심을 가져왔던 사안으로, 불상을 서산 부석사가 봉안할 수 있도록 점유 중인 국가를 상대로 법률적 호소를 하는 과정이고 불교를 믿는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다. 700여 년 전 서산에서 나온 물산을 모아 불상을 만들고, 이를 통해 중생을 제도하고자 했던 서산 주민들의 역사가 담긴 유산을 지키고자 마음이 적지 않고, 저 역시 후손으로서 우리의 유산을 지키고자 노력하는 것이다.

원우스님11
부석사 주지를 역임하고 지금은 광제사에서 수행 중인 원우스님.
-최근 대전고법 항소심 재판에서 서산부석사의 청구가 기각됐는데, 어떤 이유라고 판단하나?



▲원우스님=고려 때 서주부석사와 현재 서산부석사를 같은 사찰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상당히 모순적이다. 법원은 서주 부석사가 물적 설비나 인적 구성 등의 연속성을 가지고 현재의 부석사에 이르렀음을 증명하기에 부족하다는 것이다. 사찰 등 건물이 연속성 있게 존재했느냐를 중요하게 보았는데 불교는 처음부터 건물을 기반으로 포교하지 않았다. 스님들은 한 곳에 상주하지 않고 유행하면서 수행하기 때문에 상주시설이 원래 없던 것이고, 비를 가릴 수 있는 지붕이 있는 곳이면 충분하던 때도 있었다. 고려시대 사찰의 건물이 전해지지 않는다고 같은 사찰이 아니라고 판단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물적 설비나 인적 구성을 연속성 있게 유지할 경우 동일한 사찰이라고 판단하는 법 논리라면 일본 쓰시마(대마도)의 간논지(觀音寺·관음사)는 1953년 종교법인으로 등록해 법인격을 갖은 후에도 그 전의 왜구가 만든 사찰과 동일체로 판단돼야 한다. 건물과 주지가 같음에도 일본 사찰에 대해서는 1953년을 기준으로 법인격이 다른 주체로 보고, 불상을 약탈에 의해 점유한 하자를 따지지 않았다.

-1심과 2심을 마치고 대법원 심리를 앞두고 있는데 핵심 쟁점은 무엇이라고 보나?

▲원우스님=대전고법은 시효취득을 이유로 일본 간논지의 소유라고 판단했는데 이 부분에 대해 법리적으로 검토할 부분이 많다. 우리 법원은 1953년 대마도 간논지가 종교법인으로 등록되었을 때부터 취득시효가 시작돼 20년간 평온하고 공연하게 소유의사를 가지고 점유를 유지해 1973년 시효취득을 완료했다고 판결했는데, 당시 국내 특수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 누구나 관음상을 볼 수 있고 이의가 있다면 언제든 제기할 수 있는 환경을 전제로 하는데, 정작 당사자인 우리 국민은 전쟁 중이었고 이후로도 상당 기간 해외에 나갈 수 없는 상태가 지속됐다. 대마도에 부석사의 불상이 있어도 당사자인 부석사나 서산 주민들이 이를 인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기간까지도 법원은 평온하면서 공연하게 점유했다고 인정한 것은 대법원에서 충분히 재검토돼야 한다. 또 이번처럼 시효취득이 인정될 경우 약탈문화재는 대부분 같은 논리로 환수받을 수 없게 된다. 일본 사찰이 과연 스스로 불상의 소유자라고 여기고 점유했던 것인지 곰곰이 검토해봐야 한다. 대마도 간논지는 자신이 점유한 관음상을 대한민국 영주의 부석사에서 유래했다고 안내문을 게시했는데, 이미 자기들의 주인이 아니라는 것을 인지한 상태서 타주점유에 해당한다고 본다.

-임진왜란이나 6·25전쟁처럼 전란에서 소실됐다가 후에 중건된 사찰이 적지 않을 텐데 이를 동일한 사찰이라고 볼 수 없는 것인가?

▲원우스님=불교문화재연구소가 2017년 서산 부석사 진행한 지표조사 결과 경내에서 어골문 기와편과 청자편 등 고려시대 유적이 다수 확인됐다. 물고기 뼈 무늬의 기와가 나온 것은 이례적인 일인데 1330년 관음상이 서주부석사에 제작되고 봉안했을 때 당시 사찰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결정적 증거가 될 수 있다. 땅 위에 맨눈으로 관찰되는 것만을 조사했을 때도 이렇게 수집되는 상황이라면, 올해 예정된 충남역사문화연구원의 발굴조사에서는 명확한 증거가 더 수집될 것이다. 다만, 재판부가 불교문화재연구소의 지표조사 결과를 서주부석사의 존재를 인정하는 데 그치고 서산부석사가 동일한 권리주체임을 입증하는 데 이용하지 않았다. 충남 공주의 마곡사는 임진왜란 때 전소되었던 것을 재건했는데, 6·25전쟁 중 또 한번 전소돼 중건됐는데 의병승군의 역사가 단절되었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또 강원도 평창 월정사 경내에서 출토된 유물을 국가의 소유로 귀속시키는 바람에 이를 돌려받으려 소송이 제기됐을 때 월정사가 6·25전쟁 때 전소 후 1992년 복원되었음에도 사법적으로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인정받은 판례도 있다.

-국내유산의 약탈 문제로 시선을 확대해서 보면 우리나라는 상당한 피해국인데, 해외에 얼마나 많은 유산이 흩어져 있나?

▲이상근 이사장=세계 27개국에 22만9000여 점의 한국문화재가 산재해 있고, 문화재청이 해외문화재를 조사한 이래 연간 8000점씩 늘어나고 있다. 일본에 소장처가 확인된 한국문화재가 9만5600점으로 국외 문화재 중 41%를 차지할 정도로 많고, 미국 6만5200여점, 독일 1만4200여점 순이다. 이는 우리 정부가 국외 공공기관이 소장한 것으로 조사한 것으로 개인소장품까지 고려하면 우리 학계에서는 일본에 30만 점가량 존재할 것으로 예상한다. 약탈과정을 보면 미군정 당시 미군들이 훔쳐갔던 것으로 파악되는 조선시대 국새와 어보 등 왕실유물을 비롯해 충남 공주 학봉리의 조선 분청사기 등이 있다. 도쿄박물관에 1981년 기증된 1000여 점의 '오구라 컬렉션'은 한반도 전 지역에서 불법 수집한 우리 유물로 이뤄졌다. 또 조선시대 의학 대백과 사전인 의방유치(보물1234호)는 임진왜란 중 왜군의 선봉장인 카토 키요마사에 의해 약탈당해 현재 일본 왕실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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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외문화재 국내 환수 법인을 운영 중인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백제권 문화재에 대한 환수가 유독 부족했다고 하는데 어디에 얼마나 흩어져 있나?

▲이상근 이사장=1965년 한일외교협정 때 신라권 유산에 비교해 백제권 문화재에 대해서는 반환이 거의 이뤄지지 못했다. 백제 문명을 대표하는 반가사유상의 경우 정작 충남 지역에 온전한 반가사유상이 한 점도 없고, 오히려 일본에 11점 있다는 것이 슬픈 현실이다. 2월 초 일본 도쿄박물관에 다시 찾았을 때 공주에서 출토된 것으로 여겨지는 분청 철화 기와가 전시됐고, 역시 공주 학봉리에서 출토된 조선시대 분청 철화 물고기무늬 병이 전시됐는데 4400여 점에 달하는 우리 문화재를 도쿄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시선을 국내로 돌려 충청권에서 출토된 국보급 문화재가 9점 있는데 이들 모두 우리 지역에 전시되지 못하고 있는데, 문화재는 처음에 자리에 있을 때 가장 빛나는 것으로 우리 지역 대여나 순회전시 등으로 시민들이 가까이 관람할 수 있어야 한다. 백제권 문화유산 회복을 촉진할 때가 되었고 일본 도교박물관에 전시된 빼어난 반가사유상을 우리 지역으로 환수하는 것부터 힘을 모아가고 있다.

반가사유상(도쿄박물관)
일본 도쿄박물관에 전시 중인 공주출토 반가사유상 (사진=문화유산회복재단 제공)
-그동안 반환을 이룬 우리 유산은 무엇이 있는가?

▲이상근 이사장=2006년 문화재 환수운동을 시작해 일본 왕실도서관인 궁내청 서릉부에 있던 '조선왕실의궤'를 2011년 12월 167책을 포함 조선왕실도서 1205책이 완전히 환수했다. 충청지역을 대표하는 문신 송명흠 선생의 시문집인 '역천문집'을 찍기 위해 제작된 목판 300여 장 중 일부를 프랑스인 소장자로부터 환수해 국내에 들여왔다. 지속 가능하고 타 분야로 확장성 있게 활동하는 단체가 필요해 2017년 재단법인 '문화유산회복재단'을 설립하고 국회에 등록했다. 국내에서 반출된 문화재가 소장자의 나이가 많아지면서 세대교체 과정에서 밖으로 계속 드러나고 있다. 문화재가 있어야 할 곳은 의미를 담아 처음 제작된 곳이어야 한다고 상대를 찾아가 설득하고 신뢰를 쌓는 과정을 거쳐 조금씩 반환을 이루고 있다. 이달 말에도 프랑스의 국내 문화재 소장자를 만나 반환을 논의할 예정이다. 그동안 세계 200여 곳에 박물관을 찾아가 우리의 유산이 얼마나 있는지 조사했고, 다행히 문화재 환수 운동에 뜻을 같이하는 1600여 명이 회원이 (재)문화유산회복재단을 후원해 문화유산 지킴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었다.

-문화유산회복재단 백제권본부를 통해 국외환수문화재 박물관을 부여군과 추진 중인데?

▲이상근 이사장=국내 문화재가 해외에 유출되는 경위를 이해하고 이를 환수하는 게 왜 중요한지 학생들에게 설명하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국외환수문화재를 한 곳에 전시하고 교육할 수 있도록 부여군과 협의를 진행 중인데 백제문명 문화유산을 회복하는 노력이 지금보다 더 체계적으로 이뤄질 필요가 있어서다. 백제를 대표할 수 있는 유산이나 문화자산이 없거나 적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패배주의에서 우리가 아직 벗어나지 못한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한다. 또 국가유산기본법을 제정할 때 국외문화유산을 보호하고 환수할 수 있는 내용도 담아야 한다.
대담=고미선 사회과학부장·정리=임병안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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