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구약탈 사법적 첫 인정… 전쟁·교류차단 특수상황엔 눈감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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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구약탈 사법적 첫 인정… 전쟁·교류차단 특수상황엔 눈감아"

서산부석사 관음보살상 대법원 상고
전쟁 직후·일본 차단돼 권리주장 못할 때
일본 사찰측 1953년부터 시효취득 인정
전란 중 폐사 겪은 우리역사 반영 없어

  • 승인 2023-02-12 18:39
  • 신문게재 2023-02-13 6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부석사1
금동관음보살상 반환을 청구한 서산 부석사 측 김병구 변호인과 광제사 원우스님,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김경임 전 대사가 대전고법 항소심재판부의 청구기각 판결 직후 2월 1일 법원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부석사 측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서산 부석사 금동관음보살좌상의 소유권을 판단하는 소송에서 왜구 약탈에 의해 국가 문화유산이 해외에 불법 반출된 상당한 정황이 사법적 사실로 인정 받았다는 평가가 나왔다. 반대로 일본과 교류가 단절된 1953년부터 일본 대마도 사찰 측의 시효취득을 인정한 것은 당시 6·25전쟁 직후 혼돈의 국내 상황을 감안하지 않았고, 약탈적 취득에 면죄부를 주는 결과가 초래된다는 지적이다.

충남 서산 부석사와 대한불교조계종 측은 대전고법의 항소심 판결에 불복해 2월 10일 상고장을 제출해 대법원에서 판단을 받기로 했다. 대전고법 재판부는 일본 대마도 간논지(觀音寺·관음사) 측이 법인으로 성립된 1953년 1월부터 소유의 의사로 평온 및 공연하게 20년간 점유한 1973년 1월 취득시효가 완성돼 불상의 소유권을 취득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시효취득의 전제가 되는 '평온과 공연하게'라는 기준에서 당시 대한민국과 충남 서산은 6·25전쟁 직후의 혼란을 겪고 교류가 단절돼 일본을 방문할 수 없던 때다.

대전 광제사 부주지 원우스님은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는 사람과 기관이 불상을 자유롭게 볼 수 있는 환경에서 시효취득이 시작돼야함에도, 대한민국 국민이 전쟁을 겪고 해외를 자유롭게 다닐 수 없을 때부터 인정한 것은 모순"이라고 밝혔다.



또 항소심은 고려 말 옛 서산지역의 지명인 서주의 부석사가 지금의 부석사와 동일한 권리주체라는 것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몽고의 침입부터 병자호란, 임진왜란 등의 전란을 수없이 겪고 6·25전쟁에 많은 사찰이 전소된 우리 역사를 감안하지 않은 선고라는 의견도 있다.

원우 스님은 "강원도 평창 월정사 경내에서 출토된 유물을 국가의 소유로 귀속시켜 이를 돌려받는 소송에서도 월정사가 6·25전쟁때 전소 후 1992년 복원되었음에도 사법적으로 그 동일한 권리주체라고 인정받은 판결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별개로 항소심 재판부가 판결문을 통해 "왜구가 이 불상을 약탈해 불법 반출하였다고 볼만한 상당한 정황이 존재한다"라며 1526년 조선에서 적법하게 불상을 물려받았다고 주장한 일본 간논지 측의 주장을 배척한 것은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윤용혁 공주대 명예교수는 "사법적 판단에 의해 왜구에 의한 약탈과 불법반출이 존재했음을 인정돼 다른 약탈문화재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지역사회와 지자체가 나서 시굴조사 등을 통해 고려시대 서주 부석사의 흔적을 찾아 서산 부석사가 동일한 권리주체임을 입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당부했다.
임병안·서산=임붕순 기자 victorylb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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