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소운동, 근력운동, 스트레칭 등 저마다 하는 운동이 있다. 광적으로 매달리는 사람도 많아, 섣불리 입에 올렸다가 무안당하기도 한다. 오랫동안 걷기를 꾸준히 해왔다. 그것도 변화무쌍한 산길이 좋다. 유명산 쫓아다니다가 잘 알려지지 않은 산을 찾아다니며 오르기도 했다. 지금은 가리지 않는다. 때에 따라 궁금해지거나 가고 싶은 산이 있다. 시간이 허락하지 않으면 주위 산에 오른다.
오늘은 마을 뒷산에 오르기로 한다. 길치공원에서 계족산성까지 왕복하는 것이다. 등산로만 따라 걷는 것이 아니니, 정확한 거리는 알 수 없다. 이것저것 관찰과 관망하며 내려와 보니 전화기에 2만 2000보가 찍혀있다.
길치공원 주차장에 주차하고 걷기 시작한다. 공원 입구에 대전둘레산길 국가숲길 지정 축하 현수막이 걸려있다. 지난해 11월 26일 국가숲길 지정 기념행사 뉴스가 떠오른다. 기념식에서, 이장우 시장은 대전둘레산길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안내센터, 야영장, 산장 등을 확충하여 전국 최고의 국가숲길로 발전시켜 나갈 계획이라 하였다. 대전둘레산길은 2022년 11월 8일 산림복지심의위원회 심의로 대전 5개구를 고루 통과하는 138km 둘레길이다. 지리산둘레길, 백두대간트레일, DMZ펀치볼둘레길, 대관령숲길, 내포문화숲길, 울진금강소나무길에 이은 7번째 국가숲길이다. 보문산길, 만인산길, 머들령길, 식장산길, 계족산성길, 금강길, 금병산길, 우산봉길, 구봉산길, 동물원길 등 총 12개 구간으로 조성되었다. 2004년부터 등산애호가들이 거론, 조정되면서 사랑받고 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어서는 아니지만, 필자역시 12개 구간 모두 수없이 걸어 보았다.
오늘 걷는 길이 구간 구분에 따른 것은 아니다. 필자 편의에 따른 것이다. 질현성에서 계족산성까지이다. 사연 많은 길치고개, 절고개가 있다. 능선에서 시내 쪽은 대덕구이고 호수 방면은 동구이다. 산행 내내 풍부한 인공미와 자연미를 동시에 만끽 할 수 있다. 참나무 숲길도 이색적이다. 특히, 산길이 대청호 따라 걷기 때문에 이 길을 선호한다. 이참에 구간 마다 주제설정을 달리하여 특색 있게 조성하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용트림 하는 대청호 바라보며 물 흐르듯 살아야지, 다짐한다. 상선약수(上善若水)아닌가? 《노자(老子)》 들먹이지 않더라도 누구나 알고 있다. 물은 모든 생명체에 이로움을 준다. 그러면서도 항상 낮은 곳으로 임한다. 무엇보다 다투지 않는다.
나이 먹을수록 고정관념이 많아진다. 정작 지켜야 할 것은 버리고, 버려야 할 것은 자꾸만 끌어안는다. 세상은 늘 변하고 있는데, 사고는 굳어진다. 나도 모르게 사고가 얼어붙고 있는 것에 깜짝깜짝 놀란다.
사라지는 것 중 으뜸이 균형 감각이다. 모든 것이 조화로워야 하는데 조화롭지 못하다. 쉽사리 속단하고 예단하면 안 되는 데 말이다. 뿐인가, 고정관념이 지나치다 보니 자신의 생각을 만고불변의 진리로 생각한다. 같으면서 다르고, 다르면서 같은 것이 세상이다. 유연하지 못하다보니 고집불통이 된다. 물론, 때로 신념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정작 필요한 경우에는 굽히면서 굽혀야 할 일엔 철옹성이 된다. 나도 모르게 자신을 내세우게 된다. 겸손해야 되는 데 말이다.
필자만의 문제는 아닌가 보다. 《논어論語》 〈자한(子罕)〉에 이르지 않았는가? "공자는 네 가지를 단절하였다. 사사로운 뜻이 없고, 반드시 함이 없고, 고집이 없고, 이기심이 없다.(子絶四. 毋意, 毋必, 毋固, 毋我.)" 현자가 가져야 할 덕목이다. 우리 같은 필부는 절사(絶四)가 아니라 필사(必四)를 한다. 버려야 할 것을 막무가내 지키는 것이다.
그것도 일종의 사악함이요 그릇된 일이다. 어떻게 하면 바뀔까? 같은 책 〈위정(爲政)〉에 "'시' 삼백 편을 한마디로 하면 '생각에 사악함이 없다'(子曰. 詩三百, 一言以蔽之, 曰 思無邪.) 했다. 더 많이 접하고 몰두해야 한다. 예술은 감동이다. 아직도 그릇됨은 예(藝)에 심취하지 못한 탓이리라.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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